편집자주_‘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입니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실이 보태집니다. 메모에 등장한 8인은 물론 대선자금 전반을 향한 의혹이 파죽지세입니다. <미디어스>가 매일 쏟아지는 보도들의 ‘결’을 매일 정리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핵심에는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있다. 특검과 국무총리 사퇴 요구가 이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이거나 일부 희생을 떠안고 가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나홀로 투쟁 중이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도 사실상 등을 돌렸다.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추진한 기세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과거 김기춘 비서실장을 적극 옹호하던 것과 차이가 난다. 일각에서는 “떳떳하다면 거짓말탐지기라도 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완구 총리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완구 총리는 국무총리직과 목숨을 걸면서까지 방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혐의는 더 짙어졌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금액 ‘3천만원’을 얘기했고, 당시 성완종 전 회장을 수행한 인사는 성완종 이완구 두 사람이 2013년 4월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독대했으며 당시 자신은 성 전 회장 지시로 승용차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가져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던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증언했다.

폭로와 증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완구 총리는 “메모와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며 국정수행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대정부질문 답변 차 국회에 출석해 연신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안 난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히려 “주변 의원들에게 성완종 전 회장을 조심하라고 얘기했다”며 성 전 회장의 관계를 부정했다. 성완종 전 회장 측 증언만 쏟아지고 있고, 일부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CBS노컷뉴스 <이완구 전 운전기사 “4월4일 성완종 찾아와 독대했다”> 조은정 기자

그런데 이완구 국무총리 측에서 증언이 나왔다. CBS노컷뉴스는 16일 2013년 3월부터 6월까지 이완구 총리를 수행한 운전기사 A씨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이완구 성완종 두 사람이 2013년 4월4일 오후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독대했다고 밝혔다. A씨가 설명하는 이날 상황 설명은 전날 경향신문에 등장한 비타500 박스 전달자의 증언과 유사하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홍성에서 큰 행사(충남도청을 홍성으로 이전하는 개청식)가 끝나고 부여에 있는 선거사무실로 바로 운전해 왔었다”며 당시 두 사람이 방 안에서 독대하는 동안 자신은 사무실 테이블에서 성 전 회장 비서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A씨는 당시 이완구 국회의원 후보는 현역 의원들은 모두 독대를 했다며 “독대를 하셨다. 의원님 정도면 독대를 했다. 참모는 다 물리고 만났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A씨가) 게다가 성 전 회장의 비서와 사무실에서 함께 기다렸기 때문에 그 사이 방에서 만남이 이뤄진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는 “A씨가 성 전 회장을 특별히 기억했던 것은 비서가 부른 '회장님'이라는 특별한 호칭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에 “보통 우리는 ‘의원님’이라고 부르는데, 그쪽 직원은 ‘회장님’이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우리는 원래 회장님이라고 한다’고 얘기하더라. 성완종 의원 비서하고 사무실에서 그런 얘기를 나눠서 더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이완구 총리가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인 5월에도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는 “5월 중하순쯤에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기억했다.

▷중앙일보 1면 <성완종, 워크아웃 6일 뒤 김기춘과 만찬 기록> 김백기 조택수 김경희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증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성완종 전 회장의 한 측근이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선거 때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지원한 것과 별도로 2012년 총선을 앞둔 1월 6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이 총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500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돈을 포함해 일부 정치인에게 건넨 금품 내역을 적은 자료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일정과 동선을 기록한 다이어리에는 이완구-성완종 두 사람의 만남이 기록돼 있다. 중앙일보와 JTBC가 입수한 다이어리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간 모두 23차례 만났다. 이 기간 성완종 전 회장은 의원직 상실 위기와 경남기업 워크아웃에 대비해 정관계 인사들을 전방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비서실장이 된 뒤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성완종 전 회장의 만남도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동아일보 4면 <‘成의 그림자’ 李비서-‘곳간지기’ 韓부사장… 열쇠 쥔 2人> 변종국 조동주 장관석 기자

금품수수는 입증하기 어렵다. 파문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은 ‘핵심인사 증언의 일관성’과 ‘로비 장부’다. 이완구 총리가 정치자금 장부를 공개할 가능성이 전무한 반면 성완종 전 회장 쪽은 아직 공개 가능성이 남아 있다. 15일 검찰이 경남기업 본사와 임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장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장부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성완종 전 회장 측 핵심인사들의 증언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숨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64)의 핵심 측근 자택과 경남기업 본사를 다시 압수수색한 것은 금품 공여자가 숨져 사실상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번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망자(亡者)가 남긴 메모 한 장과 특정 언론과의 통화 내용, 일정표 등은 전문증거에 불과한 만큼 성 회장 측근들의 구체적 진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 확보를 통해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성완종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아무개씨와 ‘32억 비자금 관리인’ 한아무개 전 부사장을 핵심으로 지목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이 씨는 성 회장이 숨지기 전 금품 전달 관련자들을 만나 ‘언제 어디서 ○○에게 ○○원을 건넸다’는 식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동석하고 이를 꼼꼼히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금품 수수 의혹의 실마리를 가진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씨는 2013년 4월 이완구-성완종 독대 자리에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아무개 전 부사장은 성완종 전 회장의 비자금 일부를 관리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동아일보는 “성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문어발식 인맥을 가진 점에서, 한 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2011년과 2012년을 전후해 인출된 현장 전도금 명목의 현금이 17억원가량이라는 점에서 한 씨의 구체적 진술이 나올 경우 수사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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