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입니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실이 보태집니다. 메모에 등장한 8인은 물론 대선자금 전반을 향한 의혹이 파죽지세입니다. <미디어스>가 매일 쏟아지는 보도들의 ‘결’을 매일 정리해보겠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각자도생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중심에는 국정운영 2인자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있다. 이완구 총리가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한 이후 구체적인 장소와 액수가 나왔고,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항변하니 ‘비타500 박스’ 전달자의 증언이 튀어나왔다. 혐의가 짙어진 만큼 이완구 총리에 대한 사퇴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아무개 부사장에게 비자금 사용내역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고, 성완종 전 회장의 폭로와 자금흐름을 대조하며 사실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전달자와 목격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우선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언론은 이완구 총리 ‘금품수수’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CBS노컷뉴스 <“성완종, 이완구 독대했었다”> 조은정 기자

성완종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3천만원을 비타500 박스에 담아 건넸다는 2013년 4월4일, 두 사람의 ‘독대’를 목격한 사람은 여럿 있는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15일 2013년 4·24 재선거 당시 이완구 후보 캠프에 있던 인사가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던 날 성완종 전 회장이 참석했고, 이완구 총리와 독대를 했다고 들었다. 당시 두 사람이 독대하는 것을 몇몇 사람들이 봤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사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두 사람이 독대한 뒤 이 총리가 불러서 캠프 한 참모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장면을 본 몇몇 지방지 기자들이 ‘성 의원이 뭘 주고 가나보다’라고 뒷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CBS노컷뉴스는 “두 사람이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독대를 했을 뿐 아니라 독대 직후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마중하지 않고 참모를 부르자 이를 지켜본 기자들이 수상히 여겼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앙일보 1면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조택수·이유정 기자
▷한겨레 3면 <성완종 다이어리에 ‘이완구 1년 8개월 동안 23번 만났다’> 노현웅 황준범 기자

중앙일보와 JTBC는 이른바 ‘성완종 다이어리’를 입수해 보도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인맥을 보여주는 자료다. 중앙일보는 이 다이어리를 확인한 결과, 성 전 회장과 이완구 국무총리가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간 모두 23차례 만난 기록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난 셈이다. 중앙일보는 “특히 이 총리는 성 전 회장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 가운데 성 전 회장과의 만남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완구 총리가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성완종 전 회장과 친분이 별로 없다고 해명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앙일보는 다이어리에 담긴 성완종 전 회장 일정을 확인한 결과, 성 전 회장이 2013년 8월부터 그해 말까지 이완구 총리를 9번 만났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14차례 약속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완구 총리는 만남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사례처럼 성완종 다이어리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문종 의원은 만남을 부인했지만 홍 의원과 성 전 회장의 만남을 기록한 언론보도가 있어 곧장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한겨레는 성 전 회장의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가 “성 전 회장은 매우 꼼꼼한 성격으로 다이어리에 매일 일정을 10분 단위로 기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1면 <32억 인출 내역 담긴 ‘成비자금’ USB 확보> 강훈 기자
▷조선일보 3면 <성완종 금고지기, 비자금 인출 때마다 기록 남겼다> 전수용 석남준 기자

성완종 전 회장 측에 남아 있는 기록은 ‘일정’만은 아니다.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아무개 부사장은 32억원의 비자금을 인출할 때마다 기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사장은 이 내역을 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했는데 검찰은 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USB에 들어 있는 비자금 인출 내역과 성완종 전 회장이 주장한 로비 내역 등을 대조하며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자료와 한 부사장의 진술, 경남기업 자금 흐름 정황 등을 조합한다면 ‘성완종 리스트’의 ‘퍼즐’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조선일보는 “한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백 차례에 걸쳐 100만~수천만원까지 현장 전도금을 모았다가 32억원을 현금화해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는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한 부사장 진술 등을 근거로 성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포함시켰지만 이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일일이 밝혀내지 못했다”며 “다만 32억원 중 절반이 넘는 17억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총선·대선이 겹쳤던 2011~2012년에 인출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돈의 상당액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한아무개 부사장은 성완종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에 1억원을 건넨 과정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한 부사장이 32억원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 예로 한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1억원의 중간 전달자 역할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한 부사장이 검찰에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완종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현금을 마련한 뒤 윤승모 홍준표 캠프 공보특보(전 동아일보 기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사설 <李 총리, 현직에서 ‘3000만원 의혹’ 수사받는 게 타당한가>
▷동아일보 4면 <이틀째 외교 일정만… 침묵 朴대통령, 위기탈출 카드는> 이재명 기자

혐의가 짙어진 만큼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보수언론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은 박 대통령이 출국 전에 이 총리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런데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꼬리를 자르기에는 파문이 확산될 판이고,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면 사실상 국정운영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문의 책임이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는 만큼 당-정 관계 주도권을 쥔 것은 새누리당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은 이 총리와 관련한 의혹이 꼬리를 문다면 언제든 ‘총리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기세”라며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 이 총리부터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는 명분도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 16일 남미 순방에 나서는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 신세”라고 봤다.

동아일보는 “당분간 박 대통령은 여의도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는 탓”이라며 “언론의 의혹 제기와 검찰의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한 의견 표명 자체가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의 투톱인 이 총리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박 대통령을 대신해 ‘성완종 블랙홀’을 정리할 수 있는 인사도 없다”는 게 동아일보 분석이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은 15일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며 “남미 순방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순방에 앞서 현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최종 메시지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