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에게 현금 3천만원을 건넸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날 당시 돈이 든 음료박스를 배달한 당사자 증언이 보도됐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3년 4월4일 오후 성완종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성 전 회장 지시로 승용차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두 사람이 있던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5일 1면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4·24 재선거를 앞두고 서울에서 승용차에 ‘비타500 박스’를 싣고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며 박스를 전달했던 인사(이하 전달자 A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경향신문 2015년 4월15일자 1면 머리기사.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달자 A씨의 증언에 따르면, 성완종 전 회장은 4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여읍 구교리 부여천막사 건물 2층에 있던 이완구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성 전 회장과 이완구 총리는 사무실 한쪽 칸막이에서 단 둘이 대화를 나눴다. 성완종 전 회장은 A씨에게 승용차 안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가져오라 지시했고 A씨는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 이밖에도 A씨는 당시 사무소에 홍아무개 도의원 등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 공개 이후 줄곧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는 13일부터 진행 중인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성완종 전 회장과 친하지 않고 그에게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4일 성완종 전 회장의 증언(“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에 가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이 추가로 공개된 뒤에도 입장은 같았다. 야당과 새누리당 일부, 그리고 언론은 사퇴를 압박했지만 이완구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물러나겠다”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그러나 돈이 든 박스를 전달했다는 인사의 증언으로 3천만원 금품수수 의혹은 정점을 찍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일정이 담긴 비망록이 등장한 데 이어 돈 전달 과정을 상세히 기억하는 인물 또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망자의 원한’으로 몰아가던 전략은 이제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진사퇴’로 상황을 진화할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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