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오후, MB정권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 고리’로 알려지며 검찰의 첫 수사 대상이 되는 등 집중포화를 맞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기자회견을 열어 “의리와 신뢰 속에서 (박근혜) 정권 창출에 참여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지 하루 만이었다.

성완종 전 회장 사망한 다음날,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해 ‘정권 실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 각각 10만달러, 7억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날 정계 인사 8인과 액수가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됐다.

아직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지만 이미 ‘박근혜 정권의 최대 정치 스캔들’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태’의 숨가빴던 1달을 <미디어스>가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보았다.

▲ 3월 18일부터 4월 12일까지 '성완종 리스트 사태' 타임라인

3월 18~19일 : 검찰의 경남기업 압수수색과 경영권 포기

올해 초 <한겨레> 등 언론 보도로 MB정권의 자원외교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3월 18일 경남기업을 수사 첫 타깃으로 잡아 경남기업 본사와 성완종 전 회장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남기업은 2004년 성완종 회장이 인수한 후 사세가 확장돼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각지의 자원개발 관련 프로젝트에 여럿 참여한 바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받은 ‘성공불융자’에 특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한편, 경남기업 대주주인 성완종 회장의 정관계 청탁, 로비 여부를 알아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압수수색 다음날인 3월 19일 성완종 전 회장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에 경영권 및 지분 포기 각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때 성완종 회장은 “젊음과 피땀을 바쳐 이룬 회사지만 회사와 직원들을 살릴 수 있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4월 1일~6일 : 검찰, 성완종 전 회장 소환 조사 후 영장 청구

▲ 4월 3일 검찰에 출석한 성완종 전 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일 성완종 전 회장의 부인 동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경남기업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를 추궁했다. 3일에는 성완종 전 회장을 직접 소환하기도 했다. 이처럼 핵심 관계자들이 속속 조사를 받자, 검찰 수사가 사실상 정점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성 전 회장 가족의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정황과 단서들을 포착했기 때문에 비리와 연루된 인물들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거액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소환됐다.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마다가스카라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 사업 명목으로 융자받은 460억 중 일부를 본래 목적과 달리 사용한 후 15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과정에서 워크아웃 상태였던 경남기업이 정부 융자금 등을 받아내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6일 성완종 전 회장이 △금융권 대출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점 △융자금 일부와 회삿돈을 빼돌려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점 △정부 융자 시 필요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9500억원대 분식회계를 벌인 점 등을 주요 혐의로 보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월 8~9일 : 눈물의 기자회견 다음날 숨진 채 발견

성완종 전 회장은 8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기업을 운영하면서, 그리고 정치를 하면서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파렴치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며 “저는 자원개발과 관련해 융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는데,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제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 지난 8일, 성완종 전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MB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성완종 전 회장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성완종 전 회장은 “해외자원개발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됐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은 ‘MB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완종 전 회장은 “어떻게 MB정부 피해자가 MB맨일 수 있나. 2007년 제18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나 뵀고, 이후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면서 ‘친박인사’임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MB맨으로 거론돼 자원외교 비리 검찰 수사의 첫 타깃이 된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친박인사’임을 밝힌 이 기자회견으로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듯했으나, 그는 10일 오전 ‘어머니 묘소 옆에 묻어 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잠적했다.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1400여명의 인력과 헬기까지 투입해 평창동 북한산 일대를 집중 수색했으나, 성완종 전 회장은 그날 오후 3시 32분 등산로 주변에서 목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4월 10일 : <경향신문> 단독인터뷰 및 ‘성완종 리스트’ 8인 공개

성완종 전 회장이 세상을 등진 지 하루 만인 10일, <경향신문>은 단독인터뷰를 공개해 정권 실세였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각각 10만 달러, 7억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 관련기사 : <성완종 사망 당일 인터뷰,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 줬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성완종 전 회장은 허태열 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 먼저 돈을 요구했고 그 돈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쓰였다는 취지로 말했고 <경향신문>에 “꼭 좀 보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10일 낮 12시 8분께에는 유튜브에 성완종 전 회장과의 통화 음성을 일부 공개했다. (▷ 관련기사 : <경향, 성완종 녹취록 전격 공개‥후속 보도 이어지나>)

같은 날 오전,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정계인사 5~6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채널A는 쪽지 내용을 입수해, 10일 낮 <뉴스특보>에서 8인의 명단과 금액을 공개했다. 채널A는 쪽지에 허태열 전 비서실장 7억,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2억, 유정복 인천시장 3억, 홍준표 경남도지사 1억, 부산시장(서병수) 2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이병기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름만 있을 뿐 금액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 10만 달러(10만불)라는 금액과 함께 ‘2006년 9월 26일 독일’이라는 메모가 같이 쓰여 있었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성완종 리스트, '유정복·홍문종·이병기·이완구·홍준표'>)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쪽지는 단숨에 ‘성완종 리스트’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평소 언론에 잘 나서지 않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10일 하루에만 YTN을 시작으로 MBN, <한국일보> 등 다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황당무계한 소설”이라고 반박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황당한 일”, 서병수 부산시장은 “뜬금없는 이야기”라는 말로 부인했다.

▲ 왼쪽부터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병기 국정원장, 이완구 국무총리 허태열 전 비서실장, 홍문종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4월 11일 : <경향신문> 후속보도

<경향신문>은 성완종 전 회장과의 단독인터뷰를 바탕으로 11일 후속보도를 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의원에게 현금 2억원,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성완종 회장은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며 “이 사람(홍문종 의원)도 자기가 썼겠나.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말했다.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 처리됐는지 여부를 묻자 성완종 전 회장은 “뭘 처리해요, 꿀꺽했지”라고 답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또한 홍준표 지사에게는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돈을 줬다면서 언론인 출신의 ○○○ 씨라고 전달책을 지목하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성완종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꿀꺽했다”>)

4월 12일 : 김무성 “성역 없는 수사” 주장 … 검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꾸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고인(성완종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로 인해서 온 정치권이 의혹에 대상이 되고 국정 자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 일로 국정의 큰 틀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검찰은 대한민국 검찰의 명운을 걸고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철저한 수사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외압이 없도록 우리 새누리당에서 앞장 서 책임지겠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신속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게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무성 대표는 <경향신문>에 녹취록을 전부 공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금 고인이 50분간 대화한 녹취록 경향신문이 가지고 있는데 이걸 빨리 다 공개해주길 바란다”며 “굉장히 중대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모든 자료는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하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김무성 긴급 기자회견 “성완종 의혹, 성역 없는 수사해야”>)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정식 수사하기로 했다. 특별수사팀은 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 구본선 대구 서부지청장,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비롯해 10여명의 검사로 꾸려졌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다하지 않은 사안들을 중심으로 수사 단서 확보에 나설 예정이며 <경향신문>에게도 녹취 파일 전체 분량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한 줄 입장을 내놨다. (▷ 관련기사 : <선긋기? 자신감? 朴대통령 “성완종 의혹 성역없다”>)

이에 <경향신문>은 12일 저녁 입장을 내어 “인터뷰 내용을 일자일구 가감 없이 전문 공개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유지가 훼손되거나 결례가 없도록 유족들과 충분히 의논하고 그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뷰 내용을 정치적,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특정 정파에 미칠 유불리를 따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경향신문>은 진실 보도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 13일 오전,'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