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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검찰…누구부터 칠까?[분석]뜻하지 않게 "목 내놓고 하는 수사" 맡은 김진태
김민하 기자 | 승인 2015.04.13 05:37

새누리당과 검찰의 행보가 아주 바빠졌다. 주말을 경유하면서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국민여론이 정부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 공소시효나 증거능력 등을 들먹이던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13일부터 수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엄정하고 투명하고 신속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정도”라면서 “검찰에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며칠 간의 침묵을 뚫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

상황은 엄중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고발(?)은 정경유착의 전형을 떠올리게 한다. 때문에 국민들에게 있어서도 사건의 내용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이런 상황은 반드시 4·29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부터 불법적인 자금을 받아 선거를 치른 대통령과 이를 비호하는 여당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져서는 패배의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다. 그러므로 김무성 대표의 ‘정면돌파’ 선언은 불가피한 것이고 또 예상 가능했던 것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성완종리스트'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선언이 나오기까지 여당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여론을 악화시키는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주요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경남기업 관계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언론에 내놓은 발언의 내용을 확인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무언가 떳떳치 않은 입장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가장 위험해 보이는 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성완종 전 회장의 돈을 중간에서 홍준표 도지사에게 전달했다는 인사가 사실상 의혹을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배달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자신이 운영하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한 것 때문에 오히려 ‘뭔가 구린 게 있다’는 인상만 주는 결과가 돼버렸다. 최근 무상급식 중단을 밀어 붙여 주변 정치권 인사들에 부담을 안긴데다 여권 내에서도 자신을 방어해줄만한 ‘자기 사람’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홍준표 도지사가 유력인사로부터 정치적 비호를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검찰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홍준표 도지사 정도의 선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 엮여있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각각 조직총괄본부장과 직능총괄본부장, 당무조정본부장을 지냈다. 선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루는 요직이다. 이들이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대선에 썼다면 상황은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현재 국면의 특성상 검찰이 아무런 혐의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여당의 주요 대권주자들은 일제히 박근혜 정권과의 선긋기에 나설 것이다. 그렇잖아도 측근과 친인척에 의한 ‘실세 논란’ 때문에 국정운영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박근혜 정권이다. 이미 공무원 조직이 정권 교체를 우려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정도 이상의 혐의점이 나오는 경우 박근혜 정권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즉, 검찰로서는 뜻하지 않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건을 만지게 된 셈이다. 그간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고비마다 정치적 판단을 거듭해왔다.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보면 이번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고 사건을 축소 은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번만큼은 그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김진태 검찰총장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 관련 긴급 간부회의가 소집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두 손을 흔들며 대답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는 ‘목을 내놓고 하는 수사’라거나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어느 정도는 각오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엄청난 중량의 사건을 맡게 됐음에도 좌고우면 하지 않을 수밖에 없어진 이유는 이 상황이 검찰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자원외교 관련 수사를 받다가 압박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원외교 관련 수사는 사실상 청와대의 ‘하명수사’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전면전’까지 선포한 사안이다. 청와대의 뜻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다 사람이 죽었고 그 과정에서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한 스캔들이 폭로됐는데 여기에서 눈을 감는다면 검찰로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여야 모두에서 특검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검찰이 사실상 당사자 중 하나로 연관돼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의 내용이 어떻든 이에 대한 신뢰 문제는 반드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나 새누리당 내 소장파 의원 등이 특검 실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따지고 보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만큼 특검 실시 이유가 명백한 사례도 없다.

만일 특검이 도입되고 이를 통한 수사 결과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상회하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축소 은폐 수사 의혹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진다. 이런 상황은 앞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신뢰를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번에야 말로 물러나야 할 것이고 사상 초유의 ‘레임덕’ 앞에서 아직 2년이나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검찰 조직은 끝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이 여차하면 특검론을 전면에 내걸고 이슈파이팅을 걸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특검 도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의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여당과 수사기관이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할 경우 야당으로서는 특검 도입을 전면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그야말로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야당의 특검론을 차단하고 특검이 실시되더라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경우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의 입장에서는 여론이 ‘특검만능론’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껏 특검 관철을 위해 당력을 소모하였는데 특검의 수사 결과가 검찰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특검론을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일단 4·29 재보궐선거에서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이런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 참여정부, MB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장은 성완종 전 회장이 정계에서 ‘마당발’로 알려져 여권 관계자들에게만 로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특별사면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적 양비론으로 번지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론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바야흐로 모든 세력이 태풍을 피해갈 수 없는 그야말로 비상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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