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프로그램의 재미는 요리사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맛보는 이의 실감 나는 감상에 달려 있다. 이 두 가지의 기본 요소만 제대로 주어져도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요리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의 범람은 기본 요소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었고, 시간과 재료를 제약하거나, 상대와 경쟁을 펼치는 등의 갈등 요소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한식대첩>이나 <마스터 쉐프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테이스티 로드> 같은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요소에 다양한 갈등 요소를 추가한 프로그램이다. 15분이라는 시간 제약, 출연자의 냉장고라는 재료의 제약, 출연자의 요청에 따른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메뉴의 제약, 거기에 같은 전문 요리사들과의 경쟁까지 요리 프로그램이 지닐 수 있는 거의 모든 갈등 요소를 다 지니고 있다. 프로그램이 재미없을 수가 없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김풍의 역할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마치 MSG처럼 감칠맛을 자아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냉장고를 부탁해>의 깐족거림은 진행자인 정형돈과 김성주의 몫이다. 둘은 출연자의 냉장고를 뒤지면서, 그리고 요리 중계를 하면서 계속해서 요리사들을 약 올리고 희화화시킨다. 최현석 쉐프가 없는 동안에는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놀리고, 정창욱 쉐프에게는 또 똑같은 소스를 쓴다며 비아냥거린다. 이 둘의 환상적인 조합은 바로 이 요리사 놀리기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요리를 하지 않는 진행자의 입장이다. 요리하면서 동시에 요리사를 희화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심지어는 그 인물이 정통 요리사가 아니라면, 요리사를 더 희화화시킬 수 있고 이후에 요리가 주는 충격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그 역할을 바로 김풍이 하고 있다.
물론 그가 오직 희화화의 역할만을 했다면 금방 식상했을 것이다. 동시에 요리사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요리를 해내기 때문에, 그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시청자들이 따라 해 먹는 음식 중에 김풍 것이 많이 있는 것처럼 그의 음식은 단순하면서도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방송에서도 정말 단순하고 빠른 시간 안에 만든 그의 샌드위치가 놀라운 맛을 지니고 있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풍은 전문 요리사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비록 음식 대결에서 많은 승리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요리사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예능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역할만큼은 처음보다도 더 잘 해내고 있다. 유니쉐프를 만든 것도 샘풍을 만든 것도, 최현석의 허세를 더욱 재밌게 만든 것도 다 김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인기의 숨겨진 비밀 중의 하나가 김풍임이 틀림없는 이유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