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디지털의 시대란 말은 이제 진부하다. 하지만 그 진부함이 ‘언론’과 결합하면 다소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의 시대, 공교롭게도 언론의 위상은 그 이전의 시대보다 많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디지털의 시대를 살아 건널 것이냐는 지금 모든 언론사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다. 상황이 다급하다보니, 선정적인 사진을 앞세우는 언론도 있고 ‘어뷰징’이라는 포장으로 시정잡배의 기술로 맞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언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와 디지털이 ‘잘못된 만남’이 아닌 만남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것이나 잘하라는 세간의 냉소 속에서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는 이들이 분명 있다. <미디어스>가 ‘디지털 뉴스’를 고민하는 이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어떤 이들은 ‘유배지’라고 부르기도 하는 곳에서 그들이 꿈꾸는 뉴스가 무엇인지 들어본다.

어느 날 부터인가 ‘한컷뉴스’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근길 사진 한 장으로 하루를 정리하는'이란 문구가 눈길을 잡았다.

▲ CBS 노컷뉴스 6일자 '한컷뉴스'

지난 6일, ‘한컷뉴스’는 ‘세월호 유족들이 자살 충돌률 55%’라는 뉴스를 정리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심리상태는 ‘분노감’ 88.2%, ‘죄책감’ 76.3%, ‘우울’ 75%, ‘무기력’ 71.1%, ‘절망’ 69.1%, ‘불안’ 59.2%, ‘죽고싶다’ 55.3%라는 진단결과가 하나의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CBS <노컷뉴스>가 처음으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 152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였다. 또 다른 사진도 있다. 자원외교특위 활동이 새누리당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가 “청문회 나가겠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촉구하는 장면도 이미지로 정리됐다. ‘충암고 급식비 파문에 경남에서 덜덜’이라는 큰 글씨의 사진도 상황을 이해하기 쉬웠다.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라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독자들은 거실TV와 신문지면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때, 무가지들이 들려있던 지하철 승객의 손에는 이제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출·퇴근 시간 뉴스 소비는 모바일을 통해 모바일에 의해 모바일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들과 소통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하지만 “따라갈 수 있다”

CBS 뉴미디어부 SNS팀 최철 팀장을 지난 3일 만났다. 페이스북 <노컷뉴스>의 실체와 어떤 고민들이 SNS로 뛰어들게 했을지 궁금했다. <노컷뉴스>로 인터넷 시대는 앞서갔지만, 모바일 시대엔 정신을 차려보니 ‘후발주자’가 되어버린 CBS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SNS팀을 맡았을 때 페이스북 계정 독자는 2400명 정도였다. 당시 <경향신문> 페이스북 계정에는 23만 명이었다. 100배의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노컷뉴스>가 그런 곳이 아니었는데…. 2003년 <노컷뉴스> 웹페이지를 런칭했을 때에만 해도 모든 언론사의 롤 모델이 됐었다. 모바일 어플을 만들 때에도 다른 언론사들이 벤치마킹했었다. SNS팀을 맡으면서 <경향신문> 선배 기자를 만났다. ‘몇 명이서 하느냐’고 묻기에 ‘3~4명 될 것 같다’고 답하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 현재 <경향신문>은 17명이 담당하고 있다. 그때 CBS에서 혼자 맡고 있을 때였다. 충격을 좀 받았다”_최철 팀장

하지만 최철 팀장은 곧 “따라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언론사 콘텐츠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차이가 있겠지만 사실상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며 “<경향신문>이나 <노컷뉴스> 기자들의 콘텐츠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SNS 상에서 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느냐, 그 물음표롤 SNS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CBS SNS팀 박종관 기자와 최철 팀장, 김가영 씨의 모습(사진=CBS)

최철 팀장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나 봤더니 ‘뉴스소비를 하려는 대중들과 소통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페이스북 계정만 가지고 있었을 뿐 회사 차원의 지원과 열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후발주자’가 가지는 강점이 보였다고 한다. 롤모델이 있다는 점이었다. 최철 팀장은 “SBS, 경향신문 들을 롤모델로 하여 CBS에 맞게 재해석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벤치마킹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노력이 따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 팀장의 최근 관심사는 온통 ‘디자인’이었다. 기자 출신인 그는 SNS를 맡으며 두 달간 포토샵·일러스트 학원을 다녔다.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의 로고도 그냥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SNS팀에 합류한 박종관 기자 역시 이제 학원을 다닐 예정이라며 웃었다.

“현장에서 타 사의 기자들과 교류를 하다 보니 SNS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은 3~4년 정도 된 것 같다. 어떤 언론사들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어떤 콘텐츠가 보기 좋고 독자들에게 먹히는지도. 그런데 ‘SNS팀’이나 ‘디지털퍼스트’ 등을 단순히 구호로만 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정작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최철 팀장에)이 같은 고민들을 말했는데 불러주셨다. 그것이 2월 23일의 일이다. 아직 많은 일을 하고 있지 않는다.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보고 SNS공간을 떠돌고만 있다(웃음)”_박종관 기자

CBS <노컷뉴스> SNS팀은 이제 시작이다. 인원도 없다. 최철 팀장은 올해 1월 5일에 발령이 났다. 박종관 기자는 2월 23일에 합류했다. 그리고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가영 씨는 3월 23일부터 같이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생팀’, ‘소수정예’인 셈이다. CBS는 지난해 말 보도국장의 ‘SNS활성화의 필요성’ 역설 이후 만들어‘지고’ 있는 팀이다. 최철 팀장은 “주요 언론사들도 SNS에 뛰어드는 마당에 위기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 흐름을 늦었지만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아직 동영상을 제작할 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정치인들하고 친하게 지내며 기사 제대로 안 쓰는 기자는?’…물으면 답하겠습니다

그렇게 CBS SNS팀에 내놓은 콘텐츠(자식들은)는 ‘한컷뉴스’와 ‘촌철살인’, ‘쓸로몬(의 선택)’, ‘뒤끝작렬(취재뒷이야기)’, ‘노컷생각(논설)’, ‘기자수업’, ‘카드뉴스’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활성화돼 있는 부분은 ‘한컷뉴스’이다. 발상도 좋다. <한국일보>가 ‘꼭 봐야 할 아침뉴스 7’을 제공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한컷뉴스’는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그날 주요 이슈들을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도록 4컷으로 구성하고 있다. 구성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CBS의 강점인 ‘지역’을 넣자는 거였다. 신문은 지역 주재원 한 두 명이 있지만 저희는 지역에 방송사도 있고 기자들도 늘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발굴되는 기사들이 더 많다. 최근 순천에서 친자매인지 모르고 살다가 30년 만에 상봉한 기사가 있었다. 페이스북에 걸었더니 약 20만 명에게 해당 소식이 도달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했을 때, 파장력이 더욱 커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4컷 중 지역소식을 넣으려고 노력한다. SNS를 봤더니 ‘정보’, ‘재미’, ‘감동’, ‘소신’이 먹히더라. 그래서 한컷뉴스를 정할 때 이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_최철

‘촌철살인’과 ‘기자수업’은 독자들과의 소통, 피드백을 콘텐츠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철 팀장은 “각종 뉴스들에 독자들이 달아 준 댓글들이 많다. 그 가운데 기발한 것들을 소개해주는 코너”라며 “CBS <노컷뉴스>가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수업’은 독자들이 기자들에게 궁금한 부분을 이메일로 질문하면 취합해 질문을 하는 코너다.

‘기자수업’ 1회부터 난감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Q:정치인들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제대로 기사 안 쓰는 기자하고 열심히 제대로 기사 쓰는 기자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아래는 그에 대한 CBS의 답(▷링크)이다.

“기자들은 국회의원을 뭐라고 부를까요? 사석에서는 보통 ‘선배’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해당 의원이 기자의 고교, 대학 선배일 가능성이 있겠지만 친밀감의 표시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해당 의원이 언론인 출신일 수도 있습니다. 전체 국회의원의 10% 이상이 언론인 출신입니다. 국회의원을 ‘선배’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기자가 포함됩니다. ‘사람’을 취재해야하는 정치부 기자의 경우 정치인과 친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깁니다. 친해야 한마디를 더 들을 수 있고 취재가 용이해지기 때문이죠. 문제는 취재원으로 친해지는 것을 넘어서 해당 정치인이 속한 정당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기자들입니다. 그럼 이런 기자들이 얼마나 되느냐. 이건 데이터가 없어서 답변 드리지 못하겠네요. 하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기자가 정계진출을 한다는 뉴스가 있다면 ‘그 분’이 썼던 기사 등 이력을 한번 추적해 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KBS 보도국 문화부장에서 하루 만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변신'한 민경욱 전 앵커를 '변해서 온 그대'라고 표현했다
CBS <노컷뉴스>는 또한 “제일 한심하고 비판받아 마땅한 건 기자들이 ‘앉은 자리에서 직행’하는 일”이라며 “대중 인지도가 높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것을 ‘몸값 높이기’에 최대한 활용한다면 정말 기레기 아닌가. KBS 앵커로 얼굴을 알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발표 전날 밤 메인 뉴스에 나와 논평을 했고 당일 오전에도 회사에 출근했다가 청와대로 달려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5일로 스타트를 해당 코너의 선전이 기대된다.

‘쓸로몬’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나. ‘쓸모 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대학내일> 차용)라는 게 최철 팀장의 설명이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 있는 뉴스를 공유할 ‘쓸로몬의 선택’은 뉴스 큐레이션 코너를 이다. 최근에는 ‘박범훈’과 ‘중앙대’, ‘두산’, ‘MB정부’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보여줘 반응을 얻었다. 때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신문들의 1면 뉴스가 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철 팀장이 최근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것은 <한겨레>가 시작한 ‘디스팩트’이다. 그는 <한겨레>의 기획을 칭찬하며,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지 않는다…콘텐츠로 승부 볼 것”

최철 팀장은 CBS라는 방송이 <노컷뉴스>로서 ‘활자’화되고 나서 얻었던 반향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SNS팀을 통해 다시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맡았을 때, 2400명에 불과했던 독자는 현재 1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최철 팀장은 “인터넷 <노컷뉴스>가 2003년 11월에 만들어졌다”며 “그 전까지는 기자로서 취재한 내용을 라디오 녹음해서 틀었다. 그렇지만 그 뉴스는 청취자들만 알게 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이기준 총장의 사외이사 문제와 관련해 ‘특종’과 같은 특종을 했지만 반향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당시 <문화일보>가 대서특필했고, 그 후 이 총장은 퇴임했다.

“2003년 11월 인터넷 <노컷뉴스> 창간을 왜 정확하게 기억하느냐하면 딴 세상에 대한 경험적 기억 때문이다. ‘기사’가 활자화되고 그에 대한 엄청난 피드백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아무리 웹에 올려도 피드백이 없다. 독자들은 언론사 홈페이지까지 들어와 기사를 찾아보진 않는다. SNS를 통해 자신의 페이지에 뜬 기사를 중심으로 본다. 또, 그마저도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냥 내려간다. 결국 콘텐츠를 승부를 봐야 하는 이유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기사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경향신문> 기사에 댓글이 4000개 달리는 동안 <노컷뉴스> 같은 기사의 클릭수가 100도 안 되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거기에서 SNS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이 생긴다면 기자들도 달라질 것이다. 조금 더 신중이 취재하고 열심히 기사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_최철 팀장

‘후발주자’ CBS <노컷뉴스>의 새로운 시도, 최철 팀장은 독자들에게 “잘 해볼테니, 페이지에 놀러와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따끔한 질책도 해주세요(웃음)”를 마지막 인사로 남겼다. 관심,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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