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미디어재단이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기구가 '말썽'이다. 초대 이사장에 이석우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의 내정설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이 발발했다.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JTBC <임백천·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노무현, 종북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종편에 나와 박근혜 정부에 편향된 정치적 반대자들을 향해 막말을 주로 했던 그 사람이다.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도 진행했었다.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언론인’으로서 8년간 라디오를 진행했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국방송대상에서 라디오진행자 부문 앵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디오에선 딱히 편향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언젠가부터 종편의 ‘막말 시사평론가’로 활약했다. 그리곤 박근혜 정부로 직행해, ‘국무총리비서실 비서실장’으로 존재를 바꿨다. 그리고 이제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이 유력하다.

최근 <뉴시스>는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설립추진위원회는 서류 심사를 통해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했다”며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 중에는 이석우 전 비서실장도 포함됐다”고 보도(▷링크)했다. 게임은 이미 끝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내정된 것이 아니었다면 이석우 씨가 이력서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자조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 2013년 5월 22일 방송된 JTBC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콘서트' 캡처

이석우 전 비서실장의 시사펑론가 시절 정권편향 ‘막말’들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하산이 아니더라도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초대 이사장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JTBC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며 “저는 종북으로 보지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왜냐하면, 북한과의 관계에서 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여지는 없지는 않다. (노 전 대통령에 의해)북의 핵 개발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정책은 종북이라는 색깔론이었다.

해당 방송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이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종북주의로 만들 수 있냐’고 지적하자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저는)‘종북주의’라고 얘기를 안했다. 다만, 주의를 할 면이 있어야 된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말장난이었다. 논란이 되자, JTBC는 이석우 시사평론가에 대해 ‘출연정지’를 결정했다. 한 번의 실수였던 것이 아니다. 앞서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윤창중 성추문 사건에 대해서도 “확인 안 된 보도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이 사건에 대해 정치적인 의미를 실어서 거론을 하는데,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지만,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이상한 논리였다.

하지만 JTBC에서의 하차는 이석우 전 비서실장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당시, 뉴라이트·보수 진영은 JTBC로 자리를 옮긴 손석희 사장 등 ‘좌파’들로부터 이석우 전 비서실장이 핍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막말로 한 순간에 특정 진영의 추앙을 받는 인물로 등극한 셈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었다. 이후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더욱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편향’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이유는 △국정원의 의혹이 밝혀지지 않았고, △대통령이 사과하거나 책임져라, △국정원장 해임시켜라(대화록 불법 공개), △국정원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댓글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고, 오히려 밝혀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밝히는 작업을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다 해왔다. 검찰수사했고 재판까지 올라갔다. (야당이)국정조사까지 하자고 해서 국정조사까지 다 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다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다가 대통령 사과하라는 게…. 대통령이 개입한 적도 없고 더군다나 결론도 안 난 사항인데 대통령 사과하라? 국정원장이 대화록 공개한 것,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불법 아니다. 오히려 합법적인 측면이 더 많다. 뭘 가지고 (국정원장을)해임을 하라고 하는 것이냐. 뭘 장외투쟁하겠다는 것인가”_이석우 정치평론가 2013년 9월 1일 뉴스Y에서

그는 언제나 정부여당의 논리를 그대로 전하는 '스피커'로 기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해당 사건을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으로 몰아갔었다. 댓글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수혜를 입었단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해바라기'성 토론도 여러번 했다. 지난 2014년 2월 25일 채널A <직언직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 토론회에 출연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사람을 쏘아는 보는데 일반 사람들처럼 정말 미워서 쏘아보는 그런 건 아니고, 부드러운 분위기도 있고 깊이도 담겨있게 쳐다보니까 사람이 뭔가 찔리는 것”이라며 '관심법적' 발언까지 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안철수 의원이 너무나 많은 큰 것을 뒤집어서 이제 하는 말이 궤변이 될 것”, “김성식 의원이 아마 (안 의원에게)돌아가는 일은 만에 하나의 경우인데, 신당 창당이 제대로 되는 경우다. 그런데 그렇게 되겠나(웃음)”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야당을 폄훼했다. 물론, 정권의 신임을 얻기에는 충분한 발언들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실장(2014년 3월)으로 발탁됐다. 2014년 8월에는 제33대 국무총리비서실 비서실장까지 지냈다.

▲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이석우 전 비서실장, 언론인 출신이니 문제될 게 없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 확대와 권익 증진을 위해 설립되는 것으로 △전국 7개 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과 △지역 센터별 특화 프로그램 개발, △대표 브랜드 발굴, △콘텐츠 제작인재 양성 지원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퍼블릭액세스의 개념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영상제작과 관련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다.

하지만 퍼브릭엑세스 개념에 대한 이해는 언론인과 시청자 간에 간극이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언론인이 오히려 가장 무지하다고 할 정도이다. 예컨대, 대표적인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었던 KBS <열린채널>은 늘 언론적 시각과 퍼플릭엑세스의 본질이 충돌하며 논란이었다. KBS가 2002년 이마리오 감독이 만든 지문날인 제도 문제 다큐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던 사건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편집권'과 '파장'을 중시 여기는 언론의 시각과 성역 없는 '취재권'과 문제에 대한 '고발'을 중시 여기는 시각 간에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 교통사고로 숨진 조각가 구본주 씨 유족과 삼성화재와의 법정 공방을 소재로 한 태준식 감독의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역시 4개월간의 방영보류 끝에 방영됐다. 삼성화재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쪽의 주장이었다. 2012년 12월에는 쌍용자동차 사태를 다룬 태준식 감독의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가 일방적으로 방송 시점이 대선 이후로 연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렇듯 KBS <열린채널>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수많은 논란은 ‘시청자들이 제작한 영상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언론인의 시각에 작동한 결과다. 논란이 될 부분은 미리 수정을 하고 여론에 영향을 줄 것 같으면방영을 보류시키는 관성의 작동이다. 그것은 퍼블릭액세스 개념에 대한 본질적 몰이해이다. 시청자들이 제작하는 영상은 비전문적일 수밖에 없다. 또 때로는 구성이나 영상이 조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고 그것을 방송사를 통해 방영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권리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이석우 씨가 연합통신과 평화방송의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경력을 내세울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역할은 기자 경력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영역”이라며 “이석우 씨가 ‘퍼블릭액세스’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 맥락이기도 하다.

이석우 전 비서실장의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직,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이석우 전 비서실장은 부적합하다. 만약, 이 전 비서실장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그 미래는 2010년 조희문 위원장 체제의 영화진흥위원회가 될 것이다. 당시, 영진위는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 김종국 소장은 퍼블릭액세스 개념에 대해 “사회를 강자와 약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 즉, 잘못된 이념적 사고방식”이라는 등의 얼토당토 않는 발언을 해 지역 미디어활동가들의 분통을 샀고, 사업 자체가 폐기될 뻔한 위기를 맞았다. 미디어센터를 향한 당시의 ‘이념논란’은 이제야 수습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정권 입안의 혀처럼 활동해 온 이석우 전 비서실장이 낙하산으로 재단 이사장에 내려온다면 시청자의 방송 참여 확대와 권익 증진이라는 목표는 '이념적 시비' 속에 제대로 이행될 수 없다. 내정이 ‘됐다’, ‘안됐다’를 두고 다툴 때가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해도 바로잡을 순 있다. 방통위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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