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매스컴과 대중은 마녀사냥을 자행했다. 후배 예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이태임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는 성격 장애라는 주홍글씨로 매스컴과 언론에 난도질을 당했다. 이태임에게도 항변할 거리는 있었다. 이태원 측은 예원이 반말을 한 것에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항변했지만, 예원 측은 반말을 했다는 이태임 측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이태임의 주장을 거짓 주장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지난달에 공개된 동영상은 이런 예원 측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예원 측이 선배 연기자에게 반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동영상 속 예원은 버젓이 이태임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욕설 파문의 피해자인 척하고 이태원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대인배 코스프레’를 하던 예원이 알고 보니 이태임에게 욕설을 유도한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그 후로는 입장이 바뀌었다. 분노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자로 비춰진 이태임에게는 동정표가 붙어가지만, 반대로 그동안 욕설 파문의 희생양으로 이해되었던 예원은 거짓말쟁이로 몰리게 되었다. 동영상이 공개되기 전에는 예원이 동정표를 받았지만,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는 반대로 이태임이 동정표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태임이 이전에 주장한, 예원의 반말로 욕을 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거짓 변명이 아닌 진실이었다는 걸 동영상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금 예원이 출연 중인 TV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대중의 분노가 이태임과 예원 중 누구에게 쏠리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이태임은 분노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중의 화살은 예원에게만이 아니다. 방송사와 이태임 욕설 파문을 심층보도한 모 매체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MBC는 욕설 파문이 터졌을 때 이태임이 왜 예원에게 욕을 했는가에 대해 침묵했고, 예원에게 반말을 들어서 홧김에 욕을 했다는 이태임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에도 논란의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예원이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지난주 예원이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시청률이 0.9포인트나 수직 하강했지만 예원의 출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강상중 교수는 그의 저서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자의식이 팽창되는 걸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요즘의 상황에서는 대중에게 자의식이 결여되었다가는 오히려 힘 있는 소속사의 주장이나 잘못된 매체 보도에 호도당하기 쉽다.

매스미디어와 뉴스가 말하는 주장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의심하며 살아가고자 안다면, 자의식의 팽창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태임 욕설 파문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 가해자가 일방적인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예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됨으로 소속사와 해당 연예인에게 휘둘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면 밑에 가라앉은 진실을 알지 못하면 어설픈 마녀사냥을 할 수밖에 없다. 매스미디어에 드러난 뉴스가 진실이 아니란 걸 의심하는 자의식이 없이는, 뉴스를 진실 그 자체로 믿어버리는 호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 동영상 유출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의식이 줄어들면 잘못된 팩트를 사실로 믿어버리는 호구로 전락할 위험한 매스미디어의 바다에서 살아간다는 걸 이번 동영상 파문은 보여주었다. 우리 모두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뉴스를 믿지 말고 만사를 의심하고 살라고 말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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