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첫 방송하는 ‘냄새를 보는 소녀’의 주인공 박유천이, 드라마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예능 출연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대신 같은 주연인 신세경과 윤진서가 <런닝맨>으로 드라마 홍보를 위한 발걸음을 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SBS의 수목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을 살릴 수 있는 기대작으로 뽑히는 드라마로, 마땅히 주요 출연진이 최고의 홍보 마당인 <런닝맨>에 출연했어야 했다.

박유천, 신세경, 남궁민, 윤진서. 이 4인은 누구 하나 핫하지 않은 인물이 없을 정도이고, 한참 죽을 쑨 수목드라마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들 출연은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SM의 눈치를 살피는 예능국은 대중의 바람을 뒤로하고 말았다.

사실 누구보다 박유천의 출연을 기대한 것은 그의 팬들이었을 테지만, 그 너머 다수의 시청자들 역시 박유천을 예능에서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번 출연 실패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예능에서 박유천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의 예능 출연이 곧 그가 속한 그룹 JYJ의 출연 족쇄를 푸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잘못 없이 암묵적으로 형성된 부당한 출연금지 리스트에 오른 그들이기에 그런 바람은 클 수밖에 없다. 대형기획사 SM을 떠난 데 대해 끊임없이 복수를 당하는 그룹.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 판결이 났고, 출연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돼 있음을 법이 환기시켜도 방송사들은 통 움직이질 않고 있다.

법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어도, 출연을 강권하지 못했기에 그들의 출연은 아직 힘들기만 하다. 새정치연합은 ‘JYJ법’을 추진해 이런 부당한 처사를 당하는 아티스트를 구제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고자 움직이고 있지만, 이 또한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제를 풀 수 있는 당사자 예능국 PD들은 중간에 끼인 상태이기도 하다. 예능국 PD 중 일부는 JYJ를 예능에 출연시켜 보고도 싶어 하지만, 고위 관계자들의 실질적 입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또한 있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방송 PD라면 더는 굴복하지 말고, 부당함을 요구하는 방송사에 맞설 줄 알아야 함에도 그런 PD들을 찾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EBS가 독보적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준수를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세워 반가움을 전했다. 사실 이 또한 어려운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해당 프로그램도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이기에 SM의 시기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런닝맨>엔 박유천을 제외한 여배우 위주로 출연을 알렸다. 신세경과 윤진서만이 출연하는 것. 만약 박유천이 출연할 수 있었다면 남궁민도 출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인 박유천이 SM의 보이지 않는 검은손으로 방해받자 상황이 애매해진 남궁민조차 출연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옛 <런닝맨>과 인연이 있는 박예진이 여배우 사이에 출연해 송지효와의 접점을 만들었다. 다소 생뚱맞은 조합이지만, <런닝맨> PD는 간접적인 특집을 마련하는 것으로 불편함을 피해갔다.

마냥 <런닝맨> PD를 탓할 수도 없지만, 탓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있다. 그간 <런닝맨>은 주류 스타가 아닌 신인과 그늘에 있는 스타까지 보여주려 애를 써 칭찬을 받아왔다. 그래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해 시청률도 개선됐다.

그렇기에 JYJ뿐만 아니라 빛을 못 보는 스타들은 <런닝맨> 출연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적어도 SM의 손아귀에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 보였기에 더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 그 외 프로그램은 SM의 영향권에 대부분 노출되어 있다. 김병만, 신동엽, 강호동이니 하는 MC들의 프로그램엔 그들의 아티스트로 채워져 있기에 JYJ 출연은 힘들었다.

<냄새를 보는 소녀> 제작발표회에서 박유천은 직접적으로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무대에 대한 그리움은 명확히 표현했다. 가수로 설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무대가 가장 좋고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모든 예능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박유천은 꾸준한 시청률로 SBS에 큰 도움을 주는데도, SBS는 그 성과만 받을 뿐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활동 무대로 되갚지 않고 있다.

옛날엔 기획사가 방송사에 굽실거리고 조아렸다면, 이 시대는 방송사가 기획사에 조아리는 모양새다. 참으로 한심하며 조롱이 아깝지 않은 광경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