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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싼 상품 '음악', 그 다음으로 싼 '방송'[Dialogos]통신에 끼워 팔리는, 너무나 가벼운 방송 산업의 요금구조
한찬희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5.03.31 15:40

얼마 전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봤다. 스마트폰에 이어폰만 꽂으면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상품이라는 내용의 뉴스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이 싼 상품이 되었을까? 음악이라는 문화콘텐츠를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저렴하게 제공할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상품이 싸서 나쁜가? 하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재생산의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음악 산업은 음악(정확히는 음원)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형기획사의 자본을 등에 업지 않으면, 창작활동을 하고 재생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참담하다. 대형기획사의 경우는 음원판매 수익이 아닌 다른 창구를 통해 수익을 보전한다. 이들에게 음원수익은 주요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스마트폰(넓게는 휴대전화)이 음악 청취의 주요한 수단이 되고난 이후, 그리고 음악이 음원의 형태로서 통신사의 망을 통해 유통이 되고난 이후, 음악의 가격은 하락했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이 아니라 음원의 가격이 하락했다. 음원의 가격을 떨어트린 두 가지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통신사의 서비스 상품으로 음원이 제공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음원은 통신사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부가서비스처럼 사용된다. 방송은 어떨까?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나마 그동안의 제작 및 기획의 노하우를 통해 버티고 있는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계속해서 넋 놓고 있다가는 음악 산업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선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결합상품과 저가구조의 결합

우선 음원이 처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통신사들이 자사의 고객들에게 방송콘텐츠를 저가로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결합상품이다. 주요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상품에 방송콘텐츠를 서비스 상품으로 끼워서 판매하고 있으며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콘텐츠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통신사의 부속 상품이 되었을까? 방송콘텐츠를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통신사의 부속 상품으로 제공할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다시 한 번 콘텐츠가 저가라서 나쁜가? 하는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대답은 같다. 재생산되지 않는 산업의 미래는 없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상황이 이와 관련된다.

방송 산업의 저가요금 구조이다. 콘텐츠의 저가 유통, 방송콘텐츠는 언제부터인지 그 시작을 알 수도 없이 저가로 유통됐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사회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시청자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방송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무료로 가져가라는 말이 아니다. 물론 무료로 가져가지 않는다. 저가로 아주 저가로 가져간다. 저가요금 구조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재생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발전을 기대하기는커녕 비극적인 결말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보자. 우선 방송콘텐츠는 결합상품으로 제공되면서 요금할인으로 인해 저가 상품이 되었다. 인터넷을 신청하면 방송콘텐츠를 끼워준다. 요금책정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방송콘텐츠의 할인율이 커서 애초에 방송 쪽에 합리적인 수익분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VOD는 어떠한가. 유료방송으로 유통되는데 MP3 음원보다 조금 높은 가격(700원~1,000원)에 제공된다. 음원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은 드라마 한편 제작하는 비용의 1/10 수준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가격수준은 대략 비슷하다. 제작비용을 고려하면 음원보다 더 싼 상품일지도 모르겠다. 통신사와 케이블방송은 지상파 콘텐츠를 재전송하는데, 이를 통해 이 사업자들은 자사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재전송 대가를 지상파 방송사에게 제공을 하긴 하는데 MP3 가격보다 저렴하다. 재주부리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 구경꾼들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유료방송 저가 요금구조가 방송시장의 균형발전을 왜곡시키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음원은 통신시장으로 유통의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 때문에 가격이 하락했지만, 방송콘텐츠는 저가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제대로 된 콘텐츠 요금 책정이 어렵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위상을 사업자들 간 요금 책정에 논리로 작용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행위자 설정 자체가 다른 건데 말이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료방송사들의 저가 정책, 여기에 조응하는 방송 산업의 저가구조는 음악 산업이 처한 현실을 뒤따를 것이 틀림없다. 황폐해진 방송시장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복제된 방송만 보게될 날 올까, 두려운 디스토피아

정부는 오래전부터 한류라는 담론을 앞세워 문화산업을 진흥하고 장려했다. 그 결과 음악콘텐츠와 방송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나름의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정부의 진흥정책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 방송정책만 보면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한류의 경우 대형기획사와 결탁한 자본(자본과 결탁한 대형기획사, 어떻게 표현해도 상황은 같다)만이 콘텐츠를 제작해 시장에서 성과를 보였을 뿐이다. 자본의 성과는 자본의 성과일 뿐 산업의 보편적인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다. 방송 산업의 황폐화가 걱정되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대형기획사와 자본은 그들의 논리로 시장행위를 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몇 년 뒤 우리는 복제된 지상파 방송만을 보게 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은 몰락하고 무수히 복제된 VOD만을 유료방송을 통해 보게 되는 끔찍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상품인 음악, 그 다음으로 싼 상품인 방송. 대한민국은 문화콘텐츠 강국이라고 하는데, 산업의 현실은 점점 퇴행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이 현실은 도피될 수 있는 현실이 아니고 극복해야하는 현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당국과 사업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고객들은 이미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가격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 제공 요금을 두고 사업자간 이전투구를 지속하고 있다. 규제기관은 개점휴업 중이다. 규제철학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져온 지상파 방송이지만 시장의 거센 파고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여전히 지상파 방송을 시장의 강자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비대칭적 시장상황을 개선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말은 그리고 해야만 하는 말은 이것뿐이다. 바꿔야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은 지켜야만 하는 분명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찬희 _ 언론학을 공부하고 직업인이 되었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 한 죄 때문에 십대 시절 심취했던 음악분야로 탈주하기 위한 경로를 아무도 모르게 구축하고 있다. 문화의 표상방식과 이데올로기 비판에는 늘 관

 

한찬희 /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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