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내부에서 강철원 보도국 취재부국장 겸 보도국장직무대행 체제의 방송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강 부국장은 차장 대우 이상 노조원들의 기사 승인권을 박탈해 YTN 노조가 '승인권 회복 투쟁'에 돌입하는가 하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정치부 A기자에게 휴직을 권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차장 대우 이상 데스크급의 기사 승인권 박탈은 YTN 보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YTN이 자사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도한 'YTN 사태' 리포트 등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 차장 대우 노조원들의 기사승인권 박탈 = 강 부국장은 지난달 25일 '보도국 운영지침'을 통해 차장 대우 이상 노조원들의 기사 승인권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3일 오후 현재 일부 차장 대우 노조원들의 기사 승인권이 박탈됐으며, 이 가운데 몇몇 차장 대우 노조원에게 기사 승인권이 다시 부여된 것으로 전해졌다.

YTN 노조는 지난 8월26일 단행된 부·팀장 인사에 대해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인사거부 행동지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보도국 내에서 리포트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 선정 및 데스킹은 부·팀장이 아닌 차장급 노조원들이 실질적으로 담당했다.

YTN노조 공정방송점검단 단장인 조승호 기자는 강 부국장 체제의 공정성 훼손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강 부국장은 차장 대우의 기사 승인권을 박탈한 상태에서 '부·팀장 인사를 인정하냐' 여부를 놓고 선별적으로 승인권을 주고 있다"며 "부·팀장 인사를 수용하는 것은 결국 인사를 내린 구본홍 사장을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사 승인권을 부·팀장 인사를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해 사실상 '사상 전향'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방송사들이 거의 주요하게 보도했는데, YTN은 데스크가 승인을 거부해 방송되지 못해 결국 단신으로 나갔다"며 "이는 인사 명령을 거부한 경제부 기자가 리포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제작을 거부 하는 게 아니라 제작 투쟁을 하는 것"이라며 "방송은 제대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 노조원도 "방송사고 파행이 우려되고,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강 부국장의 지시를 따르는 부·팀장들이 승인권을 갖게 된다면 구본홍씨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YTN은 24시간 뉴스전문채널이라는 특성상 부·팀장들이 모든 기사를 승인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차장 대우 기자들에게도 기사 승인권을 부여했다. 기사승인권의 범주에는 취재 지시에서부터 기사를 검토해 편집부를 통해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리포트 제작을 아우르는 전 단계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YTN을 통한 YTN사태 보도'도 실질적으로 부·팀장들이 리포트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노조원은 "인사 거부를 하면서도 사실상 보도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었던 힘과 보도를 통해 YTN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기사 승인권을 차장 대우 노조원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발언과의 연관성 = YTN 내부에서는 강 부국장이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발언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대변인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YTN은 정상화로 가고 있다"며 "(인사 명령 거부자가) 최근 인사 발령 받은 부서로 돌아갔고, 월급도 지급됐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일부 노조원들이 강 직무대행에게 '청와대에 보고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강 부국장은 "보고한 적이 없으며 이동관 대변인으로부터 '고생한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고 YTN노조는 전했다.

한 노조원은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인사 명령 거부자 2명이 복귀했다는 부분을 잘 몰랐고 기자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며 "YTN사태를 두고 민간 회사의 노사 분규라고 했던 사람이 보도국장 직무대행에게 '고생많다'고 문자 보내는 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YTN 노조원들이 10월 10일 오전 8시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후문에서 ‘구본홍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송선영
◇ 정치부 A기자에게 복직 대신 휴직 권유 = 강 부국장이 지난달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정치부 A기자에게 복직하는 대신 휴직을 권유한 것도 논란이다. YTN노조에 따르면 강 부국장은 '부장을 인정해야 발령 낼 수 있다'는 입장을 A기자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향하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휴직 하라'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YTN노조는 "단체협약 38조에 '해고 사유'로 '정직 기간이 경과한 후 복직발령을 받지 못할 때'가 명시 돼 있다"며 " '휴직'이라는 카드로 노조의 인사명령 거부 대오에서 이탈한 자를 한 명 더 늘려보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 YTN노조 '승인권 회복 투쟁' 돌입 = YTN노조는 3일 오후 2시부터 "조합원들의 기사가 구본홍의 지휘를 받는 부·팀장 등에 의해 승인되는 것을 치욕으로 규정한다"며 '승인권 회복 투쟁'에 돌입했다.

YTN노조는 노조원들에게 △보도국 조합원은 부·팀장과 부·팀장을 인정하는 승인권자의 업무지시 전면 거부 △부서별 선임기자들은 기사승인권이 회복될 때까지 업무 지시 중단 △선별적으로 기사승인권을 부여 받은 선임기자들 승인권과 업무지시 거부 △기사승인권 박탈로 생기는 모든 문제에 대해 강철원 부국장에 강력 항의 등의 투쟁 지침을 내렸다.

노조은 기존 승인권이 회복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보도국 내에서 기사 승인권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미디어스>는 강 부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강 부국장은 "회사 입장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죄송하다"며 급히 전화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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