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로 관악구 을 선거구는 4·29 재보궐선거의 승부를 가를 최대 격전지가 됐다. 이미 해당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는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에 격렬한 비판을 내놓고 있으나 정동영 전 장관은 출마의 정당성을 거듭 강변하고 있다

정동영 "약자와 서민 지키는 정확한 노선 가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은 3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을 ‘철새’에 빗대며 비판하는 목소리들에 대해 “저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약자와 서민을 지키는 노선을 가는 정치인이 당 내에 있으면 데려와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지금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앉아있는 몸이 무거워서 날지도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은 먹새 정치인인가”라면서 “정동영의 노선이 어디가 어긋났는지 한 가지라도 틀린 것 있으면 말해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야권 분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가진 사람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것이 전형적인 제1야당의 모습이다”라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생각이고 한 판 싸움인데 그래서 저를 도구로 써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왼쪽 둘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4ㆍ29 재보선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야권 강세지역에서 전패 운운? "민주당 강화론은 안 된다"

정동영 전 장관은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 “저는 실패해 본 사람, 져본 사람,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라면서 “정치는 고통받는 사람 옆에 있지 않다. 눈물 흘리는 국민 옆에 정치를 끌어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모임이 만들어진 것이고 국민모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제가 몸을 던지고 몸을 불사르겠다고 작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에 대해 “강화도를 빼면 세 군데가 모두 여당 보수진영의 후보를 허용하지 않은 곳이고 야권 강세지역인데 여기서 전패를 운운하고 있다”면서 “선거패배 앞에 장사 없다”고 발언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지금 야당은 예방백신을 맞아서 좀더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과 활력이 생겨야 하는데 민주당 강화론만 갖고는 안 되고 야권 전체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기대권주자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 인기는 아침이슬처럼 해가 뜨면 날아갈 수 있다. 대선 3년 전의 여론조사대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면서 “유능한 경제정당은 좋은 캐치프레이즈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담뱃값 인상을 여야 합의해 주고 연말정산 합의해 주는 정치를 해놓고 무슨 다른 경제노선을 얘기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광주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광주 시민들은 1당 체제를 깨고 싶어한다”면서 “국민모임에 천정배 의원이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새정치 격한 반응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놓곤, 야권 분역 주역되나?"

그러나 정동영 전 장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태호 후보는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정태호 후보는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신 분이 야권분열의 주역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아서 이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안타깝다”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민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지역일꾼으로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발언했다.

▲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 움직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태호 후보는 “야권의 혁신을 얘기하는데 그 책임은 정동영 전 의원에게도 있다”면서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던 분도 정동영 전 의원이고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계속 선거 때마다 출마하고 있는 것도 정동영 전 의원인데 후배 정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고도 발언했다.

정태호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내에서는 아무래도 정동영 전 의원이 가져가는 표는 저한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지역을 쭉 돌아다녀 보니까 (주민들) 대부분이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부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더라. 이 지역에 출마하는 명분이 없다 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정태호 후보는 “관악구 주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신뢰하고 제가 이 지역에서 30여년의 인연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고 청와대 대변인, 정책조정비서관 등 국정운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동영 전 의원이 이 지역에 출마하지만 오히려 우리 주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바람을 강렬하게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태호 후보는 야권 후보 난립으로 인한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께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자기 혼자의 실력으로 뭔가 돌파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에 많은 야권연대, 또는 후보연대가 우리 당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문재인 대표께서 야권연대는 없다고 명확하게 말씀하셨고 저도 같은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도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오신환 후보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야권 전체에 대해서 국민들이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된다”면서 “야권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묻지마 연대를 통해 무조건 승리하기 위해 경주했는데 3년 만에 4파 5파로 분열돼있다. 이런 이전투구의 모습들을 국민들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후보는 정동영 전 장관이 여야를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27년간 야당독주로 인해 너무나 낙후되고 정체돼 있는 관악의 변화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면서 “장관도 배출하고 총리도 배출하고 27년간 지지해줬지만 관악이 변한 게 뭐 있냐는 목소리가 야권을 지지했던 사람들 속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후보는 야권이 단일화를 할 가능성에 대해 “지난 3년 전에도 뭔가 세상이 바뀔 것처럼 야권연대를 통해서 선거를 치렀지만 그것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가 또 치러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이번만큼은 국민들이 또 다시 속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오신환 후보는 “선거가 1:1구도로 가는 것이 맞기 때문에 저는 1:1선거를 한다 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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