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음악 속 진중한 분위기, 근엄함을 앞세운 상위 1% 한정호 집안의 이야기는 그 뒤에 쉽게 무너지는 이들을 통해 현실을 비꼬고 있습니다. 블랙코미디 특유의 장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천민자본주의가 만든 신귀족사회;
세 가지 인사법에 담긴 1% 구분법, 한정호의 섬뜩한 1% 관리 전략이 시작되었다

미각이 아닌 통각에 힘겨워하는 정호에게 서민의 삶이란 자신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정찰 대상일 뿐입니다. 미복잠행과 민생체험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정호에게 서민들은 그저 자신이 보살피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정호에게는 서민 체험이었고, 인상에게는 의미 있는 나들이였던 봄이네 집에서의 하루 후 야식의 메뉴가 달라졌습니다. 정호와 연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공감하는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는 상황에서, 정호의 아쉬움은 결국 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의 시작이었습니다.

자극적으로 맵고 질긴 쫄면을 먹는 정호와 연희의 모습은 웃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상함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그들에게 잘리지 않은 쫄면의 질김과 일반적인 매움을 넘어선 자극적인 맛은 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음식은 음식이 아니라는 정호는 인상이 너무 서민의 삶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에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는 인상이 품격을 떨어트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단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봄이에 대한 생각까지 급격하게 변하게 만드는 이유까지 등장하며 본격적인 격리 관리를 통한 정호만의 1% 전략이 시작되었습니다.

적일수록 가까이 두라는 말처럼 정호는 자신의 적들까지 품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송'을 단단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이런 전략이 최적이고, 적당하게 이를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막강한 힘을 유지하고 발휘한다는 점에서 정호의 전략은 유용합니다. 그런 유용함은 인사 관련 뒷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비서 민주영의 음모를 빠른 시간 안에 인지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민주영은 경찰대 출신이지만 오빠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송'이 손을 내밀었고, 그렇게 정호의 비서로 일해왔습니다. 한정호로 인해 오빠가 벼랑 밑으로 떨어졌지만 자신을 구원해 집안이 무너진 것을 도와준 '한송'은 민주영에게 애증의 관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복불가능의 상황까지 추락한 오빠의 명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주영은 정호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세무담당 유신영 변호사와 모종의 계획을 진행합니다. '우진기공' 대량해고 사건과 관련해 자료들을 취합하고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 주영은 자신의 오빠와 친구였고 당시 함께 했던 봄이 삼촌인 철식을 끌어들입니다. 주영을 여자로 보기 시작한 철식은 그녀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고, 당시의 차명계좌 자료를 주영에게 넘기고 맙니다.

이 모든 상황은 '비서직은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양 비서에게 모두 읽히고 말았습니다. 주영이 유 변호사와 만나는 상황을 눈여겨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양 비서는 민주영을 짝사랑하는 한정호의 수행비서 태우를 적극 이용합니다.

단순한 태우를 이용해 주영을 감시하고, 이를 통해 그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게 방어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용하게 다가옵니다. 태우를 지렛대로 사용해 주영을 압박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요약되어 이어졌습니다. 한정호는 일반적인 방식을 통해 그녀에게 자신이 주시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태우와 주영을 불러 서로 진지한 관계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말을 건넵니다.

일상적인 방식의 중매처럼 다가오지만 누구보다 상황 파악이 빠른 민주영에게 이런 움직임은 명확해졌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양 비서와 함께 형식의 집 방문에 동참하게 되는 상황에 그녀는 확신합니다. 지금 상황은 그들이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상황 판단이 느린 철식이 어설프게 서로의 관계를 처음인 듯 인식시키려는 행동에 서둘러 인사로 막아내는 주영은 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양 비서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고 있지만 누구보다 잔인할 정도로 냉철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주영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을의 입장이지만 갑을 평생 보필하며 스스로 갑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이가 바로 양 비서였습니다.

민주영이 언젠가 자신을 향해 창을 겨눌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한정호가 놀란 것은 그녀의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를 돕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사돈댁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봄이의 삼촌인 철식이 중간에 끼어 자료를 넘겨줄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정호는 강력한 1% 굳히기 전략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봄이를 내켜하지 않았던 정호이지만 그녀가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사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친자식인 인상보다 더욱 탁월하다는 사실에 내심 두려움까지 가질 정도였습니다. 그런 봄이를 완벽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는 정호의 전략은 다시 한 번 격리 관리였습니다. 봄이는 이미 자신의 가족이라 규정하고 봄이와 가족을 철저하게 격리하는 방법을 진행합니다.

봄이와 인상을 비공식적이지만 그들만의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법으로 그들의 귀족화 전략은 시작되었습니다. 인상과 봄이를 왕자와 공주라 칭하면서 그들의 귀족화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정호의 이 발언이 그럴 듯하게 들린 것은 그들은 정말 귀족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송'에서 함께 일하는 법조계의 큰 어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어지는 인사법은 봄이가 그들의 세상에 입문하는 진정한 자리였습니다. '한송'에서 운영하는 비밀 클럽에서 첫 대면을 한 관리자와의 만남에서 보인 미세하지만 명징한 인사법은 흥미로웠습니다. 45도에서부터 15도까지 세분화된 인사법은 상대의 위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정호가 바라보는 상대와 연희, 인상과 봄이가 바라보는 관계의 차이는 그 인사 각도에서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본격적으로 정호의 세계에 들어선 봄이는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이상하기만 했습니다. 잘 맞지 않는 굽 높은 힐이 자꾸 그녀의 발을 고통스럽게 하듯,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운 이 상황은 봄이 진정으로 상위 1%의 세계로 들어서는 과정이었습니다.

정호의 인재프로젝트는 우리 사회 1%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엿보게 합니다. 완벽하게 격리된 채 그들만의 세상을 사는 모습은 정호의 가족과 연희의 동창들이 만나는 공간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허세와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신귀족사회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