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투나잇'을 '시사터치 오늘'로 명칭과 포맷을 변경한 데 대해 KBS시사다큐 교양PD들이 '가을개편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KBS시사다큐 교양PD들은 3일 총회 개최 후 발표한 결의문에서 "개편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주역인 PD들은 철저히 무시됐다. 새 프로그램들은 제목만 나와 있을 뿐, 어떤 포맷으로 어떤 내용을 채우게 될지 전혀 알려진 바 없이 단 몇 사람만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다"며 "가을 개편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미디어스
이들은 사측의 프로그램 희망원 제출 요구에 대해 "어떤 프로그램인지, 누가 CP가 되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지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뭘 보고 프로그램에 지원하라는 것인가. 우리는 프로그램 희망원 제출을 거부한다"며 "모든 일의 책임은 밀실개편을 강행하고 있는 편성 제작 양 본부장과 일부 팀장, 그리고 시대착오적 관료주의를 감염시키고 있는 사장과 부사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29기부터 34기에 이르는 시사교양PD도 '시사투나잇 지원'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제목을 변경하고 제작진을 교체함에도 '타이틀 변경'에 불과하다는 사측의 주장은 궤변"이라며 "밀실개편 중단, 프로그램 존속이라는 약속을 깨고 사실상의 폐지를 선언한 간부들의 해명을 요구한다. 우리는 개편에서 시사투나잇의 존속을 요구하며, 시사터치 오늘 배정을 거부하고 시사투나잇에 전원 지망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한해 65억원을 벌어들이는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적자 줄이기가 KBS정책의 제1순위가 된 지금 효자 프로그램을 왜 죽이려하냐는 후배들의 절규에, 선배들은 외면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이는 '시사투나잇이 편향됐다'며 폐지를 주장해온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압력에 사측이 호응한 것이다. 권력의 감시견이 돼야할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권력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예능 및 드라마PD들도 3일 '희극은 저희가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프로그램의 명칭과 제작진을 바꾸지만 <시사투나잇>은 계속된다'는 사측의 논리로 고교생이 논술 시험을 본다면 논리력 부족으로 대학에 떨어질 것이고, KBS공채 응시생이 논술을 쓴다면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후배 예능PD들과 드라마PD들은, 시사투나잇의 사실상 폐지라는 사태에 마주한 동료 시사교양PD들의 좌절감과 분노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사투나잇은 PD저널리즘의 대표성, 권력의 감시자라는 상징성, 시청자들의 인지도, 광고 완판을 통한 수익성을 고루 갖춘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가치들을 우리 스스로가 훼손할 때, KBS의 브랜드 가치는 공영방송에서 권력의 주구로 변해갈 것"이라며 "시사투나잇을 둘러싼, 제작진과의 아무런 상의도 없이 진행된 이 무서운 희극을 멈추어 주시라. 희극은 저희가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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