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가족' 라오스편은 지난 캄보디아편에 비해 많이 나아진 느낌이다. 박주미의 투입으로 인해 활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원이 하차하고 박주미가 들어왔는데, 최정원이 이모의 역할로 들어왔다면 박주미는 박명수의 아내 역할로 들어와 예능감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박명수와 박주미편만 따로 보고 싶을 정도로 박주미의 적극적인 모습은 예능에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접게 만들었다. 보통 여자들은 오지에서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무엇이든 불편하고 여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본 이미지가 있기에, 환경이 낙후한 곳에서의 생활, 특히나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기엔 의욕만큼 쉽지 않은 환경일 것이다. 최정원 역시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아니나 다를까 라오스편에서는 하차했다.

기본적으로 심혜진, 이문식의 중년부부 케미와 강민혁, 설현의 남매 케미는 좋다. 하지만 밋밋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예능인이 없고 대부분 배우이기 때문에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주지 못해서인 것 같다. ‘아빠를 부탁해’의 이경규와 같이 박명수가 '용감한 가족'을 이끌어야 한다. ‘아빠를 부탁해’에서도 중년 배우들이 출연하고 이경규가 모든 분위기를 이끌어나간다. 반면 박명수는 그런 역할을 해야함에도 '용감한 가족'에서 가장 몸을 사리는 편에 속하기에 프로그램과 동떨어진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꽁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개그맨이 살아남기 힘든 이유이기도 한데, 무한도전 10년차의 박명수는 오히려 반대로 의욕 자체가 없는 듯한 모습으로 분위기를 저하시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박주미의 투입은 '용감한 가족'으로서는 모험이었다. 예능에서 검증되지 않은 박주미, 게다가 최정원과 같이 비주얼을 담당하는 여배우이기에 라오스 환경에서 과연 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투입해 놓고 보니 반전이 일어났다. 박명수의 아내 역할로 붙여 놓았더니 정말 우결을 찍는 느낌으로 리얼리티를 살려 박명수 아내 역할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배우들은 우선 PD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기본 연기력이 밑바탕에 있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연기를 리얼하게 했을 때 자신의 캐릭터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을 선호하고 있다. 삼시세끼의 차승원이나 이서진이 대표 케이스일 것이다.

박주미 역시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누가 봐도 박주미가 박명수를 좋아할 일은 없다. 하지만 박주미는 상황에 깊게 몰입함으로써 박명수를 좋아하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리얼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리얼했으면 상대역인 박명수마저 헷갈려 그 감정에 그대로 빠져버리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명수는 박주미의 연기를 받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진짜 아내를 계속 언급하며 자신은 이제 죽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우결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려 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모양세인 것이다. 박명수는 지금까지 자신이 던지는 걸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 예능만 했지 남의 것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뭔가 윽박지르고 자신의 마음대로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박명수의 스타일인데 예능 초보인 박주미가 의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데도 받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윽박을 지르고 내동댕이치고, 진짜 아내가 자신을 죽일 거라며 상황을 끝내 버리고 만다.

누구든 그런 상황이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명수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용감한 가족'에서 유일하게 예능인이고,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멤버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이가 박명수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혼자만 동떨어진 프로그램을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박주미의 적극적인 상황극을 제대로 받아주었다면 더 재미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박주미도 가정이 있고 남편이 있고 자녀들도 있는데 박명수만 유독 자신의 진짜 아내를 언급하며 상황을 피해가려는 모습은 '용감한 가족'의 빅재미를 줄 수 있는 큰 기회를 놓친 것이나 다름없어 아쉬웠다.

오히려 상황에 진지하게 몰입하는 이문식과 박주미를 부부로 엮는 게 더 재미있었을 뻔 했다. 삼시세끼를 봐도 예능인은 출연하지 않는다. 꽃보다 할배에도 모두 배우만 나올 뿐이다. 그런데도 예능인이나 개그맨들보다 훨씬 재미있다. 오히려 PD의 의도대로 연출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상황에서 이서진처럼 툴툴대며 이 프로그램 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때문에 박명수의 '용감한 가족'에서의 모습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계속 4%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용감한 가족'. 컨셉도 좋고, 멤버도 좋고, 케미도 좋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그 중 1%는 박주미가 채워주었는데 나머지 1%를 어디서 채울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박명수의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과 혼자만 동떨어져 캐릭터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 그 1%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라오스편 다음 편에는 박명수의 삼촌역에 차승원이나 유해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박주미를 삼시세끼에서 캐스팅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