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 이후 여야 합의로 설치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업무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특위를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27일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주요 내용이 사실상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기능을 축소한다며 반발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 역시 같은 이유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한 전면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은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특별법이 어떤 취지에서 만들어졌는지, 또 특별법에 구성된 특위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왜곡하고 있다”면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발언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위원장 밑의 진상규명, 안전사회대책마련, 피해자 지원 등 3개 소위가 있고 소위원장들이 조사관들을 지휘 감독하게 돼있는데 (정부의) 시행령안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해 위원회 전체 업무를 기획 조정하고 그 아래 기획총무담당관이라는 걸 두게 돼있다”면서 “기획조정실장이 특위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관제기구적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석태 위원장은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거꾸로 조사를 하는 사람이 돼서 특위의 본말을 전도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태 위원장은 “오히려 특위를 통해서 정부가 그동안 해온 조사나 정책 등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시행령안의 진상규명업무에 보면 정부조사결과를 분석하고 그것과 관련한 조사를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은 정부조사결과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제한없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지만 업무 범위가 정부 조사자료 분석으로 국한됐다는 설명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저희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안전사회대책 마련인데 특별법에는 그 점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시행령은 4·16 참사 등 해양사고에 대한 대책을 국가가 하도록 되어 있어 특별법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며 위법적이다”라고 지적했다.

▲ 29일 오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왼쪽)과 상임위원들이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태 위원장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4월 16일 대각도 변침이 조타수의 잘못에 의한 것인지, 왜 그렇게 커다란 배가 침몰하게 되었는지, 학생들이나 피해자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데 구조하지 못한 원인이 뭔지 등은 현재의 정부자료 만으로는 알 수 없게 돼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모멘텀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건 그냥 세금을 들여서 (하던대로) 되풀이 하라는 것이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에 대해서도 “190억원 정도를 요구했지만 인원수를 4분의 1로 줄였기 때문에 사업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인원은 줄어들 것 같다. 사업비를 50억원 신청했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라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게 없지만 현재로 봐서는 (예산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의도에 대해 “정부가 특별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서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추측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해수부가 아닌 어떤 윗선에서 이렇게 한 것이라면 그게 뭔지 국민들에게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면담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석태 위원장은 “특위를 무력화하는 안을 보셨는지, 대통령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철회를 요구하는데 받아들이시겠느냐 등등을 질의할 것”이라면서 “저희 안을 독자적으로 대통령께 드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이후 계획에 대해 “4월 6일까지는 입법예고가 돼야 하니 그 사이에 철회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위원장직 사퇴 등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을 만나서 잘 모르고 있는 이런 저런 문제점을 공유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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