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의 선취 결승 솔로 홈런과 2년 만에 복귀해 세이브를 기록한 윤석민으로 인해 기아는 2015 한국프로야구 홈 개막전에서 엘지를 꺾고 첫 승을 올렸습니다. 양현종과 윤석민이라는 최강의 조합이 한 경기에 등장하며 개막전부터 기아의 승리 공식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센터라인의 염려 불식시킨, 8년 차 신인 2루수 최용규

양현종과 소사가 개막전 선발로 나선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긴 겨울 동안 야구를 기다린 팬들로 만원이었습니다. 따뜻한 봄 날씨에 가득한 관중들로 야구를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야구장은 엘지와 기아 선수들의 치열한 경기로 긴 기다림에 대한 확실한 답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아 출신 투수 소사는 강속구를 지니고 있었지만 노련미와 세련미가 부족했었습니다. 하지만 3년 차 한국 프로야구를 하며 그는 보다 강력한 투수로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엘지가 개막전 선발로 소사를 선택한 이유를 그는 제대로 증명해냈습니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엘지 타자들이 그 많은 기회에서 선취점을 내주기만 했다면 경기의 흐름은 엘지의 몫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번 경기는 엘지가 수많은 기회를 놓치며 승패가 바뀌고 말았습니다. 반면 양현종은 구속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야수들의 호수비와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무실점으로 선발 투수의 역할을 수행해냈습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많은 이들은 과연 기아가 센터라인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습니다. 핵심 멤버들이 모두 빠진 상황, 시범경기에서 신종길마저 부상으로 나가며 개막전부터 고민이 커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기아를 상징하던 최강의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이 군 입대를 하면서 그 빈자리를 누가 채워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하지만 개막전 키스톤 콤비로 등장한 강한울과 최용규는 이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수비로 벤치와 팬들 모두를 만족시켰습니다. 강한울은 무안타에 그치기는 했지만 좋은 타구를 보여주었고, 수비에서도 환상적인 수비로 안정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아의 의외의 선택이었던 최용규는 시범경기와 겨울 훈련 동안 보인 성실함이 개막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안정된 수비와 승리를 굳히는 1타점 3루타까지 쳐내며 긴 무명의 설움을 떨쳐낸 그의 화려한 비상은 이범호의 홈런보다 더 값지게 다가왔습니다.

경기는 중반까지 엘지가 이끌었습니다. 양현종과 달리, 소사는 완벽한 투구로 기아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양현종은 엘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에는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구속이 돌아오지 않은 직구만이 아니라 변화구 각이나 제구력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지속적인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현종은 1회부터 위기를 맞았습니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정성훈을 유격수 땅볼로 이끌어내는 등 위기관리 능력이 기본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엘지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에 공이 맞았다는 점에서 불안했습니다. 센터라인에 대한 불안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불안은 기우임을 1회부터 잘 보여주었습니다. 박용택의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새로운 유격수 강한울이 완벽한 점프 타이밍과 고급 글러브 질로 잡아내는 과정은 압권이었습니다.

이런 센터라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회 첫 실점 위기에서 중견수로 출전한 김원섭은 최경철의 중견수 앞 안타에 홈으로 뛰던 정의윤을 완벽한 송구로 잡아내며 양현종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었습니다. 4회 말에는 우려를 받던 키스톤 콤비가 완벽한 병살 플레이를 보여주며 탄탄한 수비 실력을 검증해냈습니다.

기아의 이런 호수비는 5회에서도 빛났습니다. 주자를 2루에 둔 상황에서 오지환의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필이 2루수 근처까지 나간 상황에서 점프를 해서 잡아 병살로 이끌어내는 모습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믿을만한 선수로 재계약에 성공한 필은 타선에서도 시원한 홈런성 2루타를 쳐내는 등 공수 양면에서 개막전부터 팬들이 사랑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사가 완벽한 모습으로 기아 타선을 막아내는 것과 달리, 양현종은 1회부터 매 이닝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게 만든 것은 기아의 촘촘한 수비였습니다. 그들이 지난겨울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왔는지 개막전 경기로 증명된 셈입니다.

▲ KIA 타이거즈 이범호 <<연합뉴스 DB>>
0-0으로 이어지던 경기의 균형은 7회 이범호의 중앙 펜스를 넘기는 시원한 선제 솔로 홈런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에서 아름다운 스윙으로 소사를 무너트린 이범호의 이 홈런은 무척이나 상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FA를 앞둔 이범호로서는 배수의 진을 쳐야만 했고, 그런 그의 달라진 모습은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명확하게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침묵하던 기아는 이범호의 홈런을 시작으로 김원섭이 안타를 치고, 8년 차 신인 최용규가 시원한 적시 3루타로 2-0까지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김주찬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0까지 달아나며 개막전 승리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뒷문을 책임지는 윤석민이 나올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소사는 6이닝 동안 90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2자책점을 하며 첫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매 이닝 위기에 빠졌던 양현종은 6이닝 동안 98개의 투구로 5피안타, 2탈삼진, 4사사구를 하면서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에 공헌했습니다.

기아는 임준섭을 7회부터 마운드에 올리고 이후 최영필과 심동섭을 상황에 맞게 올리며 엘지 타선을 무력화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윤석민을 빠른 타이밍에 마운드에 올려 개막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8회 2사 후에 올라온 윤석민은 정성훈에게 3루타를 맞고, 박용택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하는 등 시작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 KIA 타이거즈 마무리 윤석민 <<연합뉴스 DB>>
첫 실점을 한 윤석민은 올 시즌 첫 4번 타자로 나선 최승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고, 9회에는 보다 안정적인 피칭으로 엘지 타선을 2루 땅볼과 중견수 플라이 두 개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기아의 승리 공식인 양현종과 윤석민이 같은 날 등판하는 상황이 개막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중간 마운드에 오른 선수들 역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품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반가운 인물은 센터라인을 단단하게 채워준 선수들이었습니다. 신종길이 부상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김원섭이 중견수를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키스톤 콤비는 완벽함으로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강한울의 완벽한 수비에 맞춰 2루수로 개막전 이름을 올린 최용규 역시 화답해 주었습니다. 8년 차이지만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무명이었던 그는 그렇게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습니다. 군 입대와 부상 등이 겹치며 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는 겨울 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고, 개막전 경기에서 안정된 수비와 3루타를 쳐내며 가장 큰 고민이었던 2루수 자리에 적임자임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개막전을 완벽하게 치른 기아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강한울과 최용규가 풀 시즌을 소화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로 다가옵니다. 체력이 소진될 수밖에 없는 여름부터 과연 이들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들을 대체할 선수 자원들 역시 그 공백을 잘 채워줄 수 있는지가 긴 레이스를 해야 하는 기아의 고민입니다.

이범호의 시원한 개막 홈런과 윤석민의 화려한 마무리 등판 등으로 기아 팬들을 행복하게 해준 광주 개막전에서 가장 빛난 것은 무명의 설움을 완벽하게 떨쳐낸 2루수 최용규의 멋진 3루타였습니다.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1타점 3루타를 쳐내며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스타탄생을 최용규가 보여준다면 기아의 올 시즌은 충분히 기대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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