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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도급 금지·전원 고용 승계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SKB·LGU+ 고공농성 50일, “장그래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면 이곳으로 와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3.27 14:48

26일 밤 서울 소공동 서울중앙우체국 앞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 3백여 명이 몰렸다. 그런데 이 가운데 SK와 LG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모인 우체국 앞에 있는 20미터 높이 전광판에는 또 다른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둘이 서 있었다. 위태로워 보였다. 땅에서 구호를 외치던 동료들도 같았다. 한 노동자가 마이크를 잡고 “하늘에 있는 너를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 그때까지 잠시 이별하자”는 시를 낭송하자, 이를 들은 노동자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파업을 벌이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실질 사용자라고 할 수 있는 원청은 ‘협력사 노사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고, 교섭은 꽉 막혀 있다. 반 년이 넘게 싸우면서 생계가 곤란해진 탓에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은 현장복귀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서 들리는 소식은 ‘고용승계가 안 됐다’는 것뿐이다. 오진호 비정규직없는세상 네트워크 활동가는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말하는 장그래가 바로 이곳에 있는 SK, LG 노동자”라며 “노동정책을 고민하기 전에 이곳에 와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SK LG 노동자들은 여전히 전광판 주변에서 노숙 중이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오늘로 50일이다. (사진=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해고자, LG유플러스 비해고자가 함께 시작한 서울 한복판 고공농성이 오늘로 50일이 됐다. 농성 중인 장연의, 강세웅씨는 1차 하청인 지역센터들이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고, 전원 고용승계 약속을 하기 전까지는 전광판에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회사의 협력사협의회, 교섭대리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수용불가’ 입장이라 고공농성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공농성자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들은 지난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겨우내 파업과 교섭을 이어가면서 오히려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장연의씨는 “소중한 하루하루가 지나 50일이 됐다”며 “처음에는 막연한 마음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지만, 해고를 당하고 여름과 겨울 내내 투쟁하고 다른 현장에 연대를 다니며 그 막연함이 강고함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을 향해 “(지난 50일은) 자신을 각성한 시간”이라며 “바로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여기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여러분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이곳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세웅씨는 “처음 이곳에 올라왔을 때는 모두 다 같이 하루라도 빨리 가정과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고, 현장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모두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가 속한 LG 광주서광주센터는 광산지역 조합원을 전원 고용승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운 이유가 이것 때문인데 지금도 센터는 버젓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강세웅씨는 “외부여건은 좋지 않다”며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며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유를 유보해서라도 경제를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지금 우리의 문제는 경제발전을 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재하도급 금지, 전원 고용승계를 이번에 이뤄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내려가지 않겠다. 지금 싸움이 어렵다고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SK, LG 노동자와 같이 간접고용 현장에서 일하는 씨앤앰, 티브로드,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은 ‘현장투쟁’을 강조했다. 티브로드의 한 노동자는 “현장에서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가입자에게 말을 걸고 ‘내 월급이 얼마인줄 아시나’ ‘4대 보험도 못 들어간다’ ‘고객님 자식이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대단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용미승계 같은 상황은 노동조합의 존재 때문에 원청과 센터가) 갑갑하니까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는 ‘사회적 연대’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말 50일 간의 고공농성을 한 씨앤앰 간접고용 노동자 강성덕씨는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고공농성자들은) 고립감에 정신적으로 힘들 시기”라며 “최근 (전광판 위에 있는) 한 동지가 잘 올라오지 않는다. 마음이 무겁다. 특히 주말에는 이곳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세웅, 장연의씨에게 “사람 수는 중요하지 않다. 이 자리에 없더라도 현장에서 싸우는 동료, SNS로 응원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고 꿋꿋하게 농성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저 위에 사람이 있다.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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