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KB스타즈 홈구장인 청주체육관에는 청주불패라고 쓴 커다란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KB스타즈가 우리은행만큼이나 홈 승리가 많으니 괜한 말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반은 차지할 것이다. KB스타즈는 챔프전 홈경기를 맞아 준비를 많이 했다. 입장관객에게 노란 티셔츠를 모두 나눠줘 관중석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누군가 표현한 대로 우리은행에게 황색지옥을 만들고자 한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황색지옥도 우리은행의 질식수비에는 별무소용이었다. 특히 3점슛을 주지 않으려는 외곽에서의 밀착수비가 돋보였다. 양궁농구 KB라도 거리를 주지 않으니 슛을 쏠 수도 없고, 던져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KB는 3차전에서 고작 2개(혹은 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분명 우리은행의 수비는 질식할 정도로 악착같았다. 또한 터프한 수비에도 불구하고 파울도 잘 불리지 않았다. 어쨌든 KB로서는 승리하기에는 3점슛이 너무 저조했다.

▲ 26일 오후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우리은행이 국민은행을 60대 50으로 꺾은 뒤 우리은행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2차전에 이어 3차전에도 KB는 2쿼터가 문제였다. 2차전 패배도 결국 2쿼터에서 벌어진 점수를 쫓아가다가 지레 지쳐버린 결과였듯이 3차전은 더 심했다. 1쿼터에 2점을 뒤졌던 KB는 2쿼터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우리은행의 존프레스도 등장했다. KB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우리은행은 침착하게 점수를 쌓아갔다. 결과 우리은행은 무려 20점차로 벌릴 수 있었다. KB로서는 후반에 역전을 기대했겠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겨우 10점을 줄이면서 50 대 60으로 홈에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정확히는 53 대 60이어야 했다. 4쿼터 종료 직전 강아정이 던진 슛이 림에 꽂혔다. 중계화면에도 강아정의 손에서 볼이 떠난 순간 아직 0.3초가 남았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압박수비를 뚫기에는 KB선수들의 체력이 너무 떨어져 보였다. 우리은행의 압박수비에도 KB는 1,2차전에서는 9,8개씩을 성공시켰다. 1,2차전의 KB는 비록 적진이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슛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홈구장의 응원 버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KB 선수들의 움직임은 1,2차전과 사뭇 달랐다.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변연하가 어떻게든 게임을 풀어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

▲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국민은행 비키바흐가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우리은행은 지난 정규리그에서 KB스타즈에 3연패 당한 것에 대한 대안을 확실하게 갖고 나왔다. KB가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을 궁지로 몰아넣을 때에는 비키 바흐의 활약이 좋았다. 우리은행의 샤샤 굿렛은 비키 바흐를 쫓아다니기에는 발이 느렸다. 우리은행이 이를 위해 준비한 카드는 바로 강영숙이었다. 강영숙의 기용은 주전 센터 양지희의 체력 안배까지 해줄 수 있어 통한다면 일거양득의 전술이었고, 3차전에 제대로 먹혔다.

결국 비키 바흐는 골밑보다 외곽에서 슛을 던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그 중 일부가 성공하기도 했지만 감독이 원한 플레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키 바흐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우리은행 수비에 밀려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비키는 거의 30분을 소화하며 17득점, 10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초반부터 박혜진이 3점슛 2방을 성공시키며 상대 KB의 기세를 꺾었다. 양궁농구가 특기인 KB를 상대로 보란 듯이 외곽포를 가동시키는 모습에 KB의 조급증은 더욱 심해진 것 같았다. 결국 KB는 14개의 시도 중에서 2개를 성공시키면 3점슛 성공률 14%를 보였다. KB가 정규리그에서도 질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나 KB에서 3점슛률이 가장 좋은 정미란이 1번밖에 시도를 하지 못한 것은 저조한 슛률 속에서도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KB로서는 3차전 패배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체력이다. 분명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상황에서 1,2차전과 3,4차전이 휴식 없이 치러지는 것은 KB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3차전에서 KB는 승리도 얻지 못한 채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너무 컸다. 변연하만 4분 가량 쉬었을 뿐 정미란(40분), 강아정(38분), 홍아란(39분)이 거의 휴식을 갖지 못했다. 똑같이 뛰어도 경기에 지면 피로도가 더한 법이다.

▲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우리은행 휴스턴이 슛하자 국민은행 비키바흐와 정미란이 이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4차전에서 이 선수들로 우리은행의 압박수비에 대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챔프전인 만큼 감독으로서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냉정한 판단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박혜진만 여전히 40분 풀타임을 소화했을 뿐 대부분의 주전들이 30분 정도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3차전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승리하고 사기와 체력이 넘치는 우리은행과 패하고 체력도 떨어진 KB스타즈가 바로 다음날 경기를 벌인다는 사실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