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타 매체 분석까지 정리를 너무 잘해놨습니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뜻이죠”_A씨
“이런게 돌아다닌다면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가 엄청 크죠”_B씨
“방송광고시장이요? 기사건 그 무엇이건 다 맞바꿉니다. 개판 된 지 오래죠”_C씨

언론사에서 과거 광고영업을 했던 A씨와 굴지의 기업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B씨, 현재 방송사 광고를 직접 판매하고 있는 C씨에게 최근 논란이 된 <MBN미디어렙 영업1팀 업무일지>를 보여주자, 나온 반응들이다. 첫 반응은 같았다. 모두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유도 같았다. MBN미디어렙 직원들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해당 업무일지를 교과서로 삼아 영업을 시켜야 하나 싶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교과서로 삼고 싶을 만큼, MBN미디어렙의 행태에는 언론사 광고 영업 방식이 집약적으로 응축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 MBN미디어렙 영업1팀 업무일지

보도가 ‘극성’으로 나오진 않고 있지만, 언론계 안팎에서 MBN 미디어렙 업무일지의 파문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업무일지를 본 이들은 한결 같이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업무일지에는 △MBN 방송프로그램과 광고 맞바꾸기, △돈 받고 상품 및 행사 보도, △기자 동원 광고영업, △광고주에 대한 협박 등 언론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그 과정과 내용이 정말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사례도 구체적이다. MBN <경제포커스>의 경우,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이후 한국전력공사를 자원외교의 성공사례로 소개해 줬다. LH공사 역시 2000만원을 주고 공공임대주택 한 코너를 사버렸던 것다. (▷관련기사 : 돈받고 뉴스 제작한 종편…실정법 위반 명백해도 취소 불가?)

MBN미디어렙 영업행태, 보도한 곳이 많지 않았던 까닭은

유력 언론사에 근무하며, ‘광고영업’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던 A씨는 MBN 미디어렙 영업1팀 업무일지를 살펴보곤 “이것은 아주 보편적인 일”이라며 “실상을 이야기해달라고 찾아왔겠지만, 사실 해줄 말이 없다. 다 이렇게 영업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꾸로 기자에게 "기자들이 동원됐다고 하던데 그 부분은 어디냐"고 묻더니, 부산시청 주재 안OO 기자가 광고 영업한 내용을 보고서는 “이 정도야 뭐, 일상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광고영업을 하며 기자를 동원하는 것을 외부에선 문제로 보겠지만, 언론사라는 하는 사업집단의 특성상 기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A씨는 오히려 “굉장히 큰 사건인데 왜 보도하는 매체는 별로 없겠느냐”고 되물었다. 그의 말대로 진보,와 보수, 신문과 방송 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자신들도 그 같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기사를 쓰지 못했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단언했다. 실제, 해당 사안을 보도한 곳은 <한겨레>, <뉴스타파> 그리고 미디어전문지 정도로 축약된다.

“MBN미디어렙 업무일지에서 쓰여 있는 광고영업은 그 일을 하는 파트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일이다. 지역언론과 전문지들은 더 노골화돼 있다. 지역언론사의 경우에는 기자와 광고영업직을 같이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회사가 아예 월급을 ‘벌어서 가져가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벌으라’는 의미가 무엇이겠나. 다들 생각하고 있는 그런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장님 이름이 나오면 큰 일 나는 것이고, 이런 걸 고의적으로 이용하는 매체들도 있다. 서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MBN 미디어렙 업무일지는 종편이기 때문에 더 크게 문제가 된 것인데, 비판의 잣대가 왔다갔다 움직이면 안 된다. 진보성향의 매체들도 광고영업에 있어서는 비슷한 측면도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기사와 영업이 분리된다는 정도가 차이다”

MBN 미디어렙 영업행태는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고착화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인터넷매체와 종편 등 다매체시대가 되면서 광고 영업은 그 자체로 구성원의 ‘생계’를 위한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A씨는 “오죽하면 광고 영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두환 시절 ‘1도1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겠느냐.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고 최근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적 성향의 매체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매체들의 경우 내외부의 감시망이 두텁다는 점에서 MBN과 같은 티나는 기사 맞바꾸기는 가능하지 않을 거란 얘기였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매체에서 광고 영업하는 담당자들은 일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MBN미디어렙 영업1팀 영업일지 중
▲ MBN '경제포커스' 화면 캡처

A씨는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에서 문제를 삼아야 할 부분은 ‘광고영업’이 아닌 ‘기사왜곡’이라고 강조했다. MBN <경제포커스>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돈을 받고 자원외교의 성공사례로 소개했지만, 한전은 국회 자원외교 국조특위 청문 대상기관이다. 이런 시기적 ‘커넥션’, 비윤리적인 언론의 왜곡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MBN <천기누설>의 경우에도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면 그걸 고지해야 되는데 “돈을 받고 제작됐다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것이다.

A씨는 “기업들은 한 해 광고 예산을 다 짜놓고 그 안에서 분배한다”며 “매체경쟁력으로 광고가 되는 게 아니라, 보험성 광고로 전환된 지 오래다. (기사왜곡만 아니라면)비즈니스로 봐야한다”고 언론의 형편을 재차 강조했다. A씨는 “다들 우리매체는 그렇지 않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어느 매체건 누군가는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협찬은 차라리 심플하다…언론사 부대행사는 정말 부담돼”

그렇다면, 언론이 아닌 기업의 홍보담당자들은 MBN미디어렙 영업1팀 업무일지를 어떻게 볼까. 굴지의 기업의 홍보팀에서 일하는 B씨는 업무일지를 보자마자 “이게 이렇게 돌아다닌다면…”하곤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리스크다”고 말을 이었다. 기업 입장에서 언론을 대할 때 가장 경계해야하는 것이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라고 B씨는 설명했다. 기업 홍보팀 담당자답게 B씨는 "TV조선이나 JTBC, 채널A가 이 문건을 보고 자신들의 매체가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 자체로 해당 기업에는 리스크가 된다"는 얘기부터 했다.

“이게 MBN미디어렙에서 나온 문건이라는데…. TV조선이 보고나서 ‘어, 여기 MBN에 2000만원했어? 우리한테는 1000만원만 했는데’라고 나오면 그 기업은 도리가 없다. 또, 미처 광고를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광고주들 또한 타 종편사업자들이 찾아와 문건을 제시하며 ‘광고랑 협찬해’라고 하면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광고·협찬을 하는 것 또한)기업활동인데 이렇게 버젓이 광고주명이 들어간 문건이 공개되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광고 영업국이 아닌 언론사 편집국에서 오면 ‘주고 받기’가 안 생길 수가 없다. 기업 입장에선 광고와 협찬을 통해 결국, 쓸 기사를 안 쓴다거나 안 쓸 것을 쓰게하는 걸 요구할 수밖에 없다. 기업 홍보하는 입장에서만 보자면 이번 사건(문건 공개)은 완전히 상도의에 어긋난 행위다”

B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광고’가 비일비재한데, 이게 다 노출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후폭풍이 더 두렵단 얘기다. MBN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MBN에만 특혜성으로 광고를 준다는 의미를 갖는 대목들이 간혹 등장한다. “종편사중 MBN과 TV조선만 특별히 배려했다”, “내년도 당사(MBN) 배려해주겠다”, “JTBC를 제외한 매체에만 차등금액으로 집행 중”, “당사(MBN)와의 관계로 광고 집행 금액이 가장 크며 TV조선과 채널A는 비슷한 상황”, “당사(MBN)과 JTBC에 추가적으로 집행 고려중”, “JTBC는 패키지 청약으로 MBN과 동급액/타 종편2곳은 1천만원 확인”, “당사(MBN)와의 돈독한 관계로 차등금액으로 집행”, “당사&JTBC 3천/TV조선&채널A 1천 청약” 등이 빼곡하게 ‘성과’로 기록되어 있다. B씨는 업무일지에 언급된 매체 가운데 MBN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광고·협찬을 받은 종편사들이 벌써 해당 광고주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카르텔과 배분에 대해 B씨는 한 마디로 “괴롭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이름 안 박아도 된다’, ‘광고·협찬할 테니 이름은 빼달라’고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며 “보이지 않는 광고다. 10개 매체 모두에 광고를 할 수 없으니 생기는 편법이다. 윗 선까지 거치면 그렇지 않지만 제 선(홍보팀 차원)에서 집행하는 광고가 10개면 10개 다 그런 식으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MBN Y FORUM 2015' 홈페이지

MBN미디어렙 업무일지는 광고·협찬이 논란이 됐지만 실제, 기업 입장에서는 언론사의 부대행사가 더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나왔다. ‘컨퍼런스’, ‘포럼’이라는 이름이 걸리는 언론매체들의 부대행사들이다. 거의 ‘100% 수익 사업’인데 한 매체가 시작하면 다른 매체가 따라하고 급격히 늘어난다는 얘기다. B씨는 부대행사 후원을 언론사가 노골적으로 치고 들어온다며, 최근 가장 경계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B씨는 “출입하는 취재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표 장사에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MBN 업무일지에도 ‘MBN포럼’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MBN은 지난달 10일부터 <MBN Y FORUM 2015>가 ‘미래에 도전하라. Challange the Future’라는 주제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카카오 이사회 김범수 의장과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연예인 유재석·하정우·이국주·전지현 씨, 스포츠 분야 김연아·박지성 선수 등이 출연해 강연하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이 행사의 협찬, 후원 규모가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데일리>가 주최했다가 환풍구 추락사고로 인명피해를 낳은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또한 언론의 그런 부대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B씨는 “언론사에서 하는 부대행사는 100% 남는 장사”라며 “예를 들어, <매일경제>에서 ㄱ부대행사를 하면 한국경제는 ㄴ부대행사를 만든다. 기업이 그렇게 돈을 매번 주는데 내가 봐도 안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며 “언론은 한 마디로 기업은 목 조르면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면전에서는 ‘해외유명 인사들을 언제 또 보겠느냐’고 이야기를 하면서 후원하고, 표도 팔아 주고 감사히 듣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신문사 주머니 털어서 모셔 오진 않는 것”고 조소했다. 이 경우, 주최하는 언론사는 돈을 내지 않은 기업의 이름을 먼저 협찬사로 올리기도 한다고 B씨는 설명했다. 해당 기업과 경쟁상대에 있는 타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기 위한 전략이다.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컨퍼런스나 포럼은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후원을 하면 계속 해야 한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언론사들은 행사를 거듭할 때마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확대해 개최할 뿐만 아니라, 구성 또한 더 다양하게 만들어 낸다. 그때마다 언론사들은 ‘작년 기준+알파’로 더 많은 돈을 받아간다는 애기다. B씨는 언론사들의 부대행사를 ‘구좌’라고 표현, “구좌 당 몇 백만원 단위로 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매체들이 주최하는 무가행사에서 기업들은 머리수를 채워주러 동원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후원으로 구성되는 언론사들의 부대행사는 어느 정도 ‘흥행’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을’의 처지인 기업 홍보팀 직원들이 동원된다는 얘기다.

광고국 직원이 기자들과 같이 온다면?

그렇다면 기자들이 광고·협찬 판매에 동원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B씨는 “그런 매체들을 보면 ‘여긴 매체 아니구나’, ‘찌라시 수준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MBN 미디어렙에서 영업에 기자들을 동원한다고 해서 놀랐다. 이해가 안 되는 게 취재 기자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 아닌가? 기업이 언론의 광고 담당자를 만날 때에는 그래도 기업이 ‘갑’이다. 그런데 기자와 만날 때에는 기업이 철저히 ‘을’이다. 그런데, 언론사 광고담당자가 기자를 데려온다면 어떻게 되겠나. 기업 입장에서는 기자가 쉬운 상대가 되는 것이다. 돈 달라고 사정하러 왔던 기자가 무섭겠나? ‘기자를 데려왔어. 갈 데까지 갔구나. 여긴 매체 아니다’ 이렇게 되는 것이다. 해당 매체 또한 찌라시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손에 꼽히는 MBN에서 이런 일이 하는게 이해할 수 없다”

B씨는 인터뷰 말미 “혹시, ‘IR클럽’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라고 물었다. IR클럽이란, 언론매체들이 상장사와 관련해 정보를 제공해주고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부대행사에서 좀 더 진화된 ‘돈을 뜯어내는 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IR클럽은 한번 가입하는데 100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매년 가입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광고 영업을 했던 A씨는 “기자가 광고영업을 한다는 것은 그래도 존재하는 우리사회의 언론 금기를 깨는 것이다. 이 영업일지 대로라면 MBN은 언론의 덕목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MBN이 “사이비언론이었던 것”이란 얘기다. 기업 홍보 담당자 B씨 또한 기자가 광고를 하면 “매체 아니다”는 생각이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광고를 사고 파는 A씨와 B씨 발언에서 공통분모는 ‘MBN미디어렙의 영업은 보편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자를 동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였다.

관련해, 방송광고를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현직에 있는 C씨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MBN 미디어렙 업무일지에 대해 “1사1렙 이후 미디어렙에서 기사건 그 무엇이건 광고·협찬과 다 바꾼다. 그야 말로 개판된 지 오래”라며 “더 이상 해줄 말은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영업방식을 ‘매춘 영업’이라고 표현했다. 매춘을 하게 된 언론의 현실은 과연,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것일까. MBN 영업 일지는 언론계 안팎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던 문제를 세상에 드러냈다. 그리고 언론은 동류 의식 때문인지, 동질감에 말하기가 겸연쩍은 것인지 말이 없다. 취재에 응한 A·B·C 씨는 모두 “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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