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가 창간 1주년 특집으로 마련했던 ‘2008 그랜드 미디어 진상’ 콘테스트가 지난 29일 마감됐습니다. 참여해주신 총 666명의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지만 YTN사태, 정연주 KBS사장 해임 등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진 언론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언론계 못난이들의 우열을 가려, 그들의 후안무치함을 다시 한번 알리기 위해 마련했던 특집이었습니다.

예상밖으로 시민들의 호응이 뜨거워서 <미디어스>도 많이 놀랐습니다. 진상후보님들의 활약 덕분입니다. 하지만, 후보들 각자가 진상짓을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일까요?

<미디어스>는 투표에 참여해주신 여러분으로부터 “막하막하인 후보들이 너무 많아서 찍기 어렵다” “ 정말 고민된다. 꼭 한 명만 뽑아야 하나” “모두 다 최고의 진상들이다. 공동수상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원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음 설문조사에서는 여러분의 지적을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666명의 시민 여러분이 손수 뽑아주신 명예의 ‘그랜드미디어진상’ 수상자 명단을 볼까요?

◇구본홍 YTN 사장, 막강 후보 제치고 1위 = 2008년 언론계 최고 ‘진상’은, 사장이 된 후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한편으론 아주 조금 불쌍한) 구본홍 YTN 사장(248명, 37%)이 선정됐습니다. 10명 중 4명이 구 사장을 선택, 압도적인 표차로 여타의 후보군들을 따돌리셨습니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영예의 ‘그랜드 미디어 진상’에 뽑히신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번 상은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것이기에 더욱 값지고 의미있는 듯 합니다. 저희는 10명의 후보군을 마련하면서, 솔직히 구본홍 사장이 ‘짱’ 먹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밖에도, 구 사장은 시민들께서 직접 선사해주는 ‘특별상’ 부문 중 ‘뚝심상’(2MB의 언론장악을 묵묵히 돕는 뚝심을 보여준 인물)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시기도 했습니다. YTN 노조로부터 설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묵묵히 외길을 걸어가시는 정신을 시민들께서 높이 산 것으로 추정됩니다.

▲ 최시중 방통위원장 ⓒ여의도통신
◇최시중 방통위원장, 안타깝게 2위 = 그랜드 미디어 진상 2등은 최시중 방통위원장(153명, 23%)께서 차지하셨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희는 2008년 언론계 최고의 진상 자리에 최 위원장이 선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가장 많은 언론인이 해직된 YTN 사태로 인해 지금이 ‘YTN 국면’이 돼버렸기 때문에 안타깝게 2등을 하시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KBS대책회의’ 등 주요 언론계 관계자와의 ‘밥 약속’을 통해 정부의 언론장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당신은 ‘챔피언’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으니까요. 투표 때 “진상이 너무 많아서 찍기 힘들다”는 원성 속에서 “최시중이 그들 중에 보스”라고 지적하시는 시민도 계셨지요.

◇언론장악 후방지원 조중동 3위 = 미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왜곡보도의 실체를 들켜버린 조중동(101명, 15%)이 3위를 거머쥐셨습니다. 이는 각종 망언으로 현 정부의 가벼운 언론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신 ‘망언 브라더스’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동관 청와대 대변인(43명, 6%)보다 2배가 넘는 득표입니다. 신문 지면을 통해 꾸준히 정부의 언론장악을 후방지원해오신 공을 이렇게 인정받게 됐군요. 축하드립니다.

◇박승규 KBS노조위원장 ‘선전’ = 박승규 언론노조 KBS본부장의 선전도 이번 투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MBC <PD수첩>을 수사한 검경(44명, 7%), 각종 망언을 퍼붓은 망언 브라더스(43명, 6%)보다 다소 못 미치긴 하나 개인 인물로서 박승규 본부장(31명, 5%)의 선전은 단연 눈에 띕니다.

이는 유재천 KBS이사장과 KBS 이사회(7명, 1%), 이병순 KBS 사장(9명, 1%), 청와대 출입기자단(20명, 3%), 방통심의위(10명, 2%) 보다 더 많은 득표입니다. 정연주 사장 해임, 이병순 사장 선임 등 일련의 KBS사태에서 그가 보여준 ‘상상을 초월하는’ 무개념이 선전의 근거로 해석됩니다.

◇후보에 거론할 수 없었던 인물 = 이번 투표에서 미디어스는 “정작 1등은 따로 있는데 왜 그 잔당들만 이야기하느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십분 공감하는 비판이었습니다.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의 한 회원은 “진상 중에 최고는 ○바기인데, ○는 언론인이 아니라서 할 수 없이 방통위원장을 찍었다”라고도 하셨죠.

저희 역시 후보군을 마련하면서, 청와대에 앉아계시는 그 분을 포함시킬 것을 검토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갈 뿐, 손을 더럽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보시절 특보와 수하들의 모습만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그의 특보였던 여러 사람들이 현재 ‘낙하산 사장’이라 불리며 언론계 주요 기관에 투하됐으나 한사코 청와대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점을 미디어스 독자여러분께서도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당초 미디어스는 그랜드미디어진상을 준비하면서 ‘특별상’ 부문도 마련했습니다. 1위, 2위, 3위와 같은, 재미없는 순위보다 더 통쾌하게 ‘언론계 진상’들을 꼬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개념상(언론판의 후안무치의 전형적 인물)에 박승규 KBS노조위원장을, 최고의 패셔니스타상(진상 가운데 패션 감각이 시대를 몹시 앞서가시는 분)에 잠자리 안경을 멋지게 걸치신 이병순 KBS사장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미미한 참여로 ‘뚝심상’을 제외한 특별상 부문은, 진상들에게 선사되지 못하게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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