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이 5주기를 맞았다. 정치권은 다시 북풍몰이에 휩싸여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어뢰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최근 '중도'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강화도 해병 부대를 방문해 천안함 사태의 배후가 북한이라 말했다. 명시적으론 '북한 소행설'을 처음 말한 셈이다. 문 대표의 발언을 두고 MBC <뉴스데스크>는 25일 <문, 천안함 북 소행 첫 인정> 리포트를 통해 “(새정치가)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는데 5년이나 걸렸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 천안함 사건 발발 5주년이 됐지만, 제1야당 대표는 사상검증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영리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생각은 좀 달랐다. <뉴스타파>는 25일 '침몰 5년, 다시 천안함을 말하는 이유'편(▷링크)을 통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결론에 대해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취재는 2010년 10월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제작했던 심인보 기자와 MBC <PD수첩>의 상징이었던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가 맡았다.

▲ 뉴스타파 보도 화면 캡처

“천안함 정부발표 신뢰않아” 47.2%…어뢰추진체, 북한 소행 증거 될 수 있나?

<뉴스타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천안함 조사에 대한 정부의 결과를 믿는가’라는 물음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7.2%로 나타냈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 39.2%, “잘 모른다” 응답은 13.6%에 그쳤다. 정치권의 인식과는 달리 국민들은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결론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부실 조사로 얼룩진 결정적 증거’ 리포트를 통해 어뢰추진체를 둘러싼 끝나지 않은 논란을 다뤘다. 사건 발발 50일 후에 쌍끌이 어선을 통해 발견된 어뢰추진체의 부식의 정도가 심했다는 점은 당시부터 꾸준히 의문으로 제기됐던 내용이다. 합동조사단은 “부식정도가 함수 철 부식과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뉴스타파>는 합조단이 부식상태 검증을 위해 실시했던 ‘가속화 실험’과 관련해 장순식 금속 부식 전문가(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말을 인용해 “50일 정도의 짧은 기간이라면 (인위적 조건의)가속화 실험보다는 실제 바다에서 같은 조건으로 실제 부식 실험을 하는 것이 결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국방부와 국과수는 서로 핑퐁을 벌이며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식조사 참여 전문가’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똑같은 재질의 알루미늄으로 한 달 반 동안 묻어 놓은 것이 가장 쉬운 검증방법이었다”면서 ‘왜 그 당시에 그 실험을 하지 못했느냐’는 물음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 한 달 반만의 (검증)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증 자체가 시간에 쫓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뉴스타파>는 “국방부는 (북한소행의)가장 핵심적인 증거라는 어뢰추진체의 부식정도에 대해 간단한 실험조차 하지 않은 채 5년 동안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해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천안함 함체와 어뢰추진체에서 동시에 발견된 ‘백색물질’과 관련해서도 합조단은 수중 폭발에 의해 발생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뉴스타파>는 이도 검증했다. 안동대 정기영 교수의 실험을 통해 “바닷물에 알루미늄 이온이 급격히 공급될 때 낮은 온도에서도 생겨날 수 있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가능성을 재차 제기했다. <뉴스타파>는 해당 논란은 “KBS <추적60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로 인한 행정소송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며 “과학계는 이미 결론(정 교수의 주장이 옳다는)을 내렸다. 문제는 과학계의 분석 결과와 물질 존재 상태를 공동으로 확인하자는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국방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식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윤종성 합조단 단장은 “이제 천안함 5년이 됐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어뢰에 의한 폭발’ 결론, 근거는 적절했는가

또한 합조단은 음파를 통한 버블주기(1.1초)를 계산한 뒤, 폭약량 측정을 통해 ‘어뢰’라는 결론을 내렸다. TNT 250kg의 폭약량을 가진 어뢰라는 결론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뉴스타파>는 ‘엉터리 근거로 어뢰 공격 단정’ 리포트로 반박했다. “물속에서 벌어진 버블주기를 음파를 통해 측정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뉴스타파>와 인터뷰 한 지진전문가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 소장은 “버블주기는 물속에서 있는 것”이라며 “물속에서 생긴 현상을 대기에 와서 잰 것인데, 음파가 거기(대기)까지 올 에너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음파가 아니라 지진파를 통해 측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지진파에 따라 측정한 결과, 1.1초가 아닌 0.99초의 버블주기로 136kg의 기뢰가 수심 8m에서 터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어뢰’가 아닌 ‘기뢰’라는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검증을 위해 공중음파를 관측한 한국지질연구원을 찾았다. 그러고는 “음파에서 버블주기를 계산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며 “(문제는) 1.1초를 계산했던 (지질센터장이었던) 이희일 박사는 수증 폭발에 대해 연구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음파를 통한 버블주기 계산은)가장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블주기를 계산하는데 관여한 한 익명의 연구원은 “‘이렇게 관측이 됐다’고 한 것이지 확정적으로 그걸 ‘버블 펄스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합조단의 조사는 의문투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뉴스타파>는 합조단의 결론과 다른 주장들을 함께 소개하며 “결국 재조사밖에는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부식·수조폭발이라는 부분적 실험을 통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국방부가 이것마저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뉴스타파> 지적에 정부는 응답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47.2%가 정부의 조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는 것을 믿지 않는 '종북'이어서가 아니다. 사건 발발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부 조사의 객관적 신뢰와 과학적 합리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