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채널방송(Multi-Mode Service, MMS)하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18~20개의 채널을 볼 수 있다는 게 전제였다. 상업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무료 보편적 지상파로만 충분한 오락을 포함한 정보와 문화들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전제들이 다 틀어졌다. 지상파MMS는 더딜 뿐 아니라, 시청자단체들을 여전히 직접수신을 요청하고 있고 지상파 최초로 시작한 EBS는 2TV(10-2)을 의무재전송채널로 지정해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 지상파들이 직접수신을 팽개쳐두고 잿밥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울YMCA 시청자미디어운동본부 한석현 팀장>

EBS MMS 2TV가 개국한 지 벌써 40여일이 지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EBS 2TV를 접할 수 있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직접수신가구가 전체 가구 대비 6.8%(미래창조과학부, 2014년 말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BS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료방송과의 협상을 통해 재전송 협상을 진행 중이다. EBS 다채널방송추진단 신동수 단장은 “MMS가 직접수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만간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들과 재송신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유료방송을 통해 EBS 2TV 채널 송출을 시작한다는 얘기다. 직접수신율 확대를 위한 MMS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유료방송에 EBS채널 하나 더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MMS를 할 이유가 없다”

25일 시청자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시청자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노영란 사무국장은 “MMS는 ‘무료방송’의 개념에서 내가 돈을 내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질 높은 콘텐츠를 볼 수 있겠다는 전제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던 서비스”라며 “90% 이상이 유료방송에 가입돼 있는 비정상의 상황을 무료 VS 유료라는 공정경쟁을 통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 사무국장은 “그런데 유료방송이 EBS 2TV를 재전송하는 상황은 오히려 유료방송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3월 25일 시청자단체들이 서울YMCA 친교실에서 '시청자관점에서 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토론회를 개최했다ⓒ미디어스

EBS 2TV는 지상파 MMS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을 잘못하게 되면 지상파MMS 자체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시청자단체들은 지금이라고 지상파 MMS 추진 정책의 목적과 목표,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방통위와 지상파들이 MMS의 목표를 직접수신율 제고에 둘 것인지 아니면 지상파에 늘어난 채널을 유·무료 방송 가리지 않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하는 것이 우선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유료방송에 지상파 EBS채널 하나 더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수많은 논쟁을 양산하면서 MMS를 시작해야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하며 지상파 사업자들이 MMS를 “유료방송에 EBS 채널 노출을 높이는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지상파MMS 활성화를 가로막는 주체를 꼽으며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방통위에 있다”고 비판했다. 지상파MMS로 인해 유료방송이 입을 피해를 감안해 정책을 지연시키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태도라는 입장이다. 노 사무국장은 “방통위는 MMS를 EBS만으로 국한시켰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EBS MMS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 사무국장은 방통위가 “지상파MMS에 대한 어떠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2015년 2/4분기에 KBS MMS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 이상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상파MMS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장과 차상위 계층의 디지털시대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무료방송’이라는 개념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TV가 나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오래된 주장이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지상파MMS와 관련해 “지상파를 유료방송에 의존해 하나의 PP로 재전송료를 받는 채널로 삼기보다는 직접수신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며 “EBS 2TV만으로는 지상파 직접수신을 유도하기 힘든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상파MMS 조속한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DTV코리아는 지상파 전담 원스톱 콜센터로서 활용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KBS·EBS, 직접수신율 확대 필요하다면서도…

이날 토론회에서 KBS와 EBS, DTV코리아 관계자들은 MMS가 지상파의 직접수신율 확대를 견인할 서비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조속히 KBS 등 지상파 전체에 MMS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밝혔다.

KBS 다채널방송추진단 김광석 단장은 “직접수신을 늘려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하고 시청자 권익을 증진시키는 것을 잠시도 지체할 수 없다”며 “그것이 공영방송 KBS의 공적책무로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KBS가 함께 MMS를 출범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EBS부터 시작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MMS와 관련해 추가 검토하고 수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로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빠른 시일 내 방통위에 신고도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단장은 지상파MMS와 관련해 “한 설문결과에서 지상파가 10개 채널을 유지할 경우 38% 이상이 ‘유료방송을 해지할 의향이 있다’는 결과가 있었다”며 “직접수신 확대를 위한 필수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BS가 혼자 진입하다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지상파 4사가 MMS에 같이 가는 것이 직접수신 확대를 위한 길이다. DTV코리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MMS를 첫 번째로 출범시킨 EBS 신동수 단장은 “오늘로서 2TV가 시범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 43일 째 되는 날”이라며 “지상파 직접수신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TV를 출범시키면서 홍보스팟을 많이 만들었지만 EBS 한 채널만으로 이를 알리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 단장은 “KBS와 EBS, DTV가 직접수신 확대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 양 방송사가 협력하면 진척이 있지 않겠나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신 단장은 유료방송과의 재전송 협상과 관련해 “법제도로 MMS를 머스트캐리(의무재전송)로 지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해산’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DTV코리아 박병열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시청자들의 수신환경 개선과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며 “특히, 차세대 방송을 위해서라도 DTV코리아 기능은 오히려 확대돼야 한다. 존속하는 것으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향후, 지상파 직접수신율 확대 등을 위한 조직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지상파MMS는 방송사도 그렇고 시청자들도 많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단 한 군데 방통위만 아닌 것 같다”며 “이번 토론회 또한 방통위에 나와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아이들에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유료방송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방통위가 아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서울YMCA 한석현 팀장은 방송사들에도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뒤지는 요일과 시간대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MMS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질 높은 콘텐츠 생산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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