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종영된 JTBC 미니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25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소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 등장한 키스신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지난달 25일, 4일 방송에서, ‘국화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진들이 성소수자인 한 학생을 괴롭히기 위해 사적인 영상을 퍼뜨린 사실이 탐정단의 수사로 밝혀지는 과정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여고생들의 동성간 연애가 등장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5조 1항 ‘윤리성’, 27조 5항 ‘품위유지’, 28조 ‘건전성’, 35조 1, 2항 ‘성 표현’, 43조 1항 ‘어린이 청소년 정서함양’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 올랐고, 심의위원 5명 가운데 4명(경고 3, 주의 1)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고, 1명만 행정지도 ‘권고’를 내 중징계가 유력한 상황이다.

청소년 사이의 동성애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1분 정도의 긴 키스신을 내보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심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심의위 회의장 앞에서는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은 동성애를 반대합니다”, “학부모의 심정으로 심의 바랍니다”라고 쓰인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날 심의위는 방송 내용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동성애에 대한 개인 견해를 검증하거나 문책하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 전반에 대한 막말도 쏟아졌다.

‘동성애’에 대한 ‘개인 견해’ 확인하는 심의위

의견진술 차 나온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의 여운혁 부장은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해 드려야 하는데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동성애 부분은 과거 김수현 씨 드라마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서…”라면서도 “표현의 수위가 제가 생각해도 과하지 않았나. 의도와 다르게 표현에 있어서 정말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여운혁 부장은 “대학에 들어간 딸에게 사전에 (방송 내용에 대해) 물어봤다. 너무 흔한 것처럼 얘기를 해서… 제가 동성을 옹호하려는 의도도 아니고, 동성애를 반대하고자 하는 의도도 아니고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다. 표현이 유치하고 재미없게 된 것 같아서 정말 연출가로서 시청자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도가 어쨌든 표현을 잘해야 하는 게 저희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여당 추천 함귀용 위원이 ‘(동성애 키스신을 다룰 경우) 자극적으로 묘사될 시 민원 발생의 우려가 크다’는 사전 심의 내용을 거론하며 심의 내용 받고도 키스신을 줄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여운혁 부장은 “제가 다른 프로그램 왔다갔다 하면서 정신이 없었다”면서 “핑계 같지만 어쨌든 제 책임이기 때문에… 사실 좀 부끄럽다”고 답했다.

▲ 지난달 25일 방송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의 한 장면

여당 추천 김성묵 위원장은 <선암여고 탐정단> 제작진이 ‘다양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장 염려했지만 밀어붙이기로 했다’라고 한 MBN, <조선일보> 인터뷰 등을 들어 “의견진술하러 나오신 분의 생각이나 정체성이 무엇인가 확실하게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여운혁 부장이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는 것이냐”고 되묻자, 김성묵 위원장은 “확고한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함귀용 위원 역시 “다른 매체에서는 문제 소지 있다고 생각했지만 밀어붙였다고 하는데 연출자로서 상반된 입장 중 본마음이 무엇이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운혁 부장은 “제가 어느 기자들하고 (그렇게) 인터뷰한 적이 없다”며 “선도부를 가장한 일진들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하다 보니 그 중에서 가장 좀… 원래 하려고 했던 얘기는 남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공격하는 학생들의 요즘 성향에 대해, 너무 양쪽으로 갈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의 질문이 몰아치자 여운혁 부장은 “그 회 전체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을 좀 생각을 해 보고 하자는 것이다. 성별, 태어난 지역, 나이, 빈부격차, 교육을 받은 상태에 따라 인식이 다르지만 가장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게 ‘동성애’라고 생각했다”며 “(동성애자는) 싫다. 저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싫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운혁 부장은 “표현을 정말 바보같이 했다. 연출가로서, 정말 욕을 하셔도 회사에서 징계를 내려도 할 말이 없다. 부끄럽다”며 “아무튼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표현이 잘못되면 연출가의 책임이라는 것 잘 인지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앞으로 반성 많이 하겠다. 의도를, 본심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연출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인권 침해하자는 뜻 아니라면서도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 “혐오감” 막말

일부 심의위원들은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성소수자에 대한 선명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함귀용 위원은 “성적 소수자들이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깝다. 인권을 침해하자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어서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자는 얘기는 전혀 아니지만, 그 반대도 아니다. 동성연애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함귀용 위원은 “꼭 삽입 안 되도 되는 장면이 1분 가까이 진행된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 내지는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드라마가 제작됐다고까지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방송 소재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었기 때문에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 모든 분들에게 사과한 점을 고려해 한 단계 낮춰 경고 의견 내겠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고대석 위원은 “표현의 자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청소년 대상 드라마에 안 그래도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를 굳이 소재로 써서 했어야 됐느냐는 것도 문제고, 표현도 심하다. 잘못하다가는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할 수도 있고 조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당연히 법정제재 해야 한다고 보고, 정도도 심하다고 판단해서 경고 의견 내겠다”고 말했다.

김성묵 위원장은 “미성년자 동성애 키스신을 넣은 건 본인들(제작진)이다. 그런데 (여기 나와서) 이야기를 번복한 것이다. 다분히 제재수위를 낮추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처음부터 (동성애를 옹호하려는) 의도성이 있었다, 드라마에. 성에 대한 선정적 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저는 경고다”라고 말했다.

야당 추천 박신서 위원, 장낙인 위원의 제재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박신서 위원은 “사실 프로그램을 보면 차별당하는 소수를 어떤 식으로 보호해 줄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동성애’를 소재로 삼은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위원들 간에) 합의가 가능하고 PD가 와서 반성한다고 하면 주의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는 차별의 대상이었던 성소수자들에게 어느 정도 힘이 됐다는 평가도 받았고 2010년 무지개 인권상도 수상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표현의 자유에 따른 드라마 소재 제한이 풀려가는 과정”이라면서도 “극중 고등학생인 여고생의 성적 표현이 장시간 노출된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적용 조항 대부분 유지돼… 다음 전체회의서 최종 제재 결정

심의규정 적용을 두고서도 여당 추천 위원들은 조항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당초 심의에 올라왔을 때 적용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5조 1항 ‘윤리성’, 27조 5항 ‘품위유지’, 28조 ‘건전성’, 35조 1, 2항 ‘성 표현’, 43조 1항 ‘어린이 청소년 정서함양’ 조항 가운데 28조 ‘건전성’만 제외됐다.

함귀용 위원은 “성적 표현은 남녀 간이든 동성이든 할 수 있으나 그게 아름다우냐, 혐오감을 주냐, 선정적이냐 이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그 장면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으면 27조 5항을 빼면 된다. 저는 대다수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혐오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함귀용 위원은 또한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짓밟혀서는 안 되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동성애자들의 애정표현 행위는) 부도덕하다고 본다”며 “동성애, 특히 여고생들의 동성애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수많은 단체들이 민원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최종 심의 결과는 다음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

▲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은 이날 심의에 앞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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