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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10회- 유준상의 코믹 연기 속에 담아낸 갑의 세계, 을의 반란 가능할까?[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5.03.25 12:10

을들의 반란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강력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오빠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은밀하게 반격을 준비하는 민주영은 본격적으로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을이 갑을 위해 스스로 충성을 맹세하며 을과 을의 대립과 갈등을 이끌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위트와 풍자를 담은 드라마의 힘;
손자에 목매는 정호와 연희, 거대하고 단단한 갑을 향한 을들의 반란은 가능할까?

봄이의 친정나들이와 을들의 파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갱년기에 접어든 정호와 연희 부부는 손자에 흠뻑 빠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냉철한 존재인 정호이지만 손주 앞에서는 손자 바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천진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새로운 가족 탄생을 기념하며 대극장 고정석에 100일을 맞은 진영이를 명패에 새기기는 했지만, 봄이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영특한 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내세울 수 있는 스펙이나 집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고민 중인 정호 부부로선 봄이 무조건 사시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조건부 며느리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시 합격을 독려하는 이들 부부의 행태는 아들 인상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품위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 부부의 의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봄이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겠다는 부모의 이야기를 우연하게 듣게 된 인상은 이에 반박했고, 이런 상황이 불쾌했던 정호는 인상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말려야 하는 연희 역시 가세해 괘씸해진 아들을 나무라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은 이들이 내세운 품격을 비트는 이유로 다가왔습니다.

인상의 여동생인 이지의 목격으로 봄이까지 현장에 도착했지만, 오히려 어른들 앞에서 그런 복장으로 나타났다며 나무라는 연희의 태도는 역시 갑이었습니다. 이 상황은 정호와 인상과 봄의 법리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주인인 정호와 이제 막 법을 배우기 시작한 그들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결코 정호를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봄이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더욱 강렬해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봄이의 친정으로 가는 날 아침, 전날 벌어진 논쟁과 관련한 보고서를 보고 정호는 하루 종일 기분이 날아갈 듯합니다. 영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봄이를 생각만 해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놈의 스펙만 갖춰진다면 더할 것이 없는데 그게 답답할 뿐입니다.

봄이의 영특함에 반한 정호는 본격적으로 봄이의 집안도 그럴 듯하게 꾸미기에 나섰습니다. 도장집을 한 봄이의 할아버지를 전각 전문가이자 유학자로 둔갑시키겠다는 정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내세울 스펙에 대한 갈증만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그럴 듯한 스펙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를 정호는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호와 연희의 여행은 그 집의 평화와 자유를 선사하는 1년 중 단 두 번의 기회였습니다. 인상과 봄이는 친정 나들이를 떠나고, 남겨진 이들은 을들의 파티를 여는 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왕언니 양재화를 시작으로 연희의 개인비서인 선숙과 정호의 수행비서 태우, 독교사 경태, 집사 내외까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에는 자유가 가득했습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모든 것들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술 마시고 춤추는 그들에게는 즐거움만 가득했습니다.

서로 눈이 맞은 선숙과 경태는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기에 여념이 없고, 민주영을 짝사랑하는 태우는 만취에 문자질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런 그들만의 시간을 순식간에 종료한 것은 바로 정호와 연희의 복귀였습니다. 1박 예정으로 떠난 그들의 여행은 갑작스레 취소되었고, 12시가 조금 넘어 집으로 복귀한 그들로 인해 을들의 파티도 끝나고 말았습니다.

마치 신데렐라의 마법이 12시면 끝나듯 1년에 단 두 번 주어지는 파티는 절대 갑의 등장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불같은 사랑을 꿈꾸며 떠난 여행은 갱년기 증세에 꺾이고 말았고, 그렇게 무기력해진 그들이 찾은 곳은 바로 손자인 진영이의 방이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탈함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손자였습니다. 정호와 연희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형식의 집에 전화를 해서 애들이 돌아와 줄 것을 강요합니다.

인상이 살아왔던 집과는 전혀 다른 봄이의 집에서 그는 행복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도 겪어보지 못했던 인상에게 봄이의 집은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비록 가난이 주는 불편함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장인에게 술을 배우고 아침에 일어나 함께 목욕탕에 가는 모습은 어쩌면 평생 경험하지 못했을 행복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인상은 봄이의 집에 남고, 봄은 아들 진영을 데리고 시댁으로 돌아갑니다. 돌아온 진영을 자신들의 방에서 돌보겠다는 정호와 연희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어린 손자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하지 않았던 애정을 손자에게 모두 퍼주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과 달리, '한송'의 인사관리 뒷조사 전문인 민주영은 정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여변호사 유신영을 통해 과거 사건의 실체를 캐기 시작합니다. 한정호 대표와의 대립으로 인해 고급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린 유신영을 도우며 세무 담당인 그녀가 접한 고급 자료들을 통해 2008년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빠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민주영은 오빠와 함께 투쟁에 나섰었던 봄이 삼촌 철식과 만납니다. 이는 분명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만남이지만, 이런 관계가 곧 애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민주영의 반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주영을 특별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철식으로 인해 정호와 형식 사이의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민주영의 복수는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정호의 업무비서이자 '한송'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재화에 의해 모든 것은 한정호에게 보고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오직 한정호를 위해서만 움직일 뿐입니다. 한정호의 아버지 때부터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켜온 그녀는 "비서직은 종합예술"이라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흐름을 감지하고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전략까지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비서의 역할이란 점에서 양재화가 얼마나 뛰어난 존재인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주영과는 친한 사이이지만 업무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그들의 관계는 남보다 더한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슈퍼 갑인 정호는 을인 양재화의 도움으로 을들의 반란에 대처를 시작합니다. 함부로 자를 수 없는 유신영과 2008년 사건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특채로 뽑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관리해왔던 민주영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을과 을의 대립과 갈등입니다. 거대하고 강력한 갑에 대항하지 못하는 을들은 그들 사이에서 갑질을 하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갑에게 당하면서 배웠던 갑질을 자신보다 조금 낮은 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슈퍼 을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양재화가 던진 '비서직은 종합예술'이라는 표현은 <풍문으로 들었소>의 변수는 결과적으로 이들 비서들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미 각각의 비서진이 정호와 연희를 이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갑을 조종하는 을이 과연 그들 갑질의 향연을 어떻게 무기력하게 만들어낼지도 궁금해집니다. 모든 연기자들의 열연이 돋보이지만, 그 중 유준상의 코믹 연기에 담아내는 갑질의 본질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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