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울지 말아요”라는 제목의 창작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독자적으로 텍스트를 해석하고 분석할 때보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비교하여 살펴볼 때 그 감칠맛이 더해지는 색다른 뮤지컬이다. <파우스트>와 비교하여 <마마 돈 크라이>의 매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송용진과 허규, 김호영이 연기하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는 모든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하지만 사랑하는 이성의 환심을 사는 데는 서툰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다. 어찌 보면 프로페서V는 모든 것을 공부하고 많은 지식을 터득했음에도 인생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을 갖고 무기력에 빠진 파우스트와 오버랩된다.

▲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 사진제공 PAGE 1, R&Dworks
프로페서V는 사모하는 여성 메텔이 있어도 그녀에게 프로페서V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없다는 결핍이 있다. 파우스트 또한 세상의 모든 걸 아는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삶에 있어 희망을 품는 것이 아니라 깊은 회의에 잠식당한다는 건 파우스트의 수많은 지식이 그의 삶의 방향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걸 뜻한다. 프로페서V나 파우스트 모두 삶을 이어가는 생의 의지, 혹은 이성을 유혹할 매력이 ‘결핍’된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다.

뮤지컬에서 프로페서V가 시공간을 넘어서서 뱀파이어를 만나는 상황을 <파우스트>에 대비한다면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는 상황으로 유추할 수 있다. 프로페서V와 파우스트 두 주인공은 타자인 뱀파이어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남으로 자신들의 결핍이 채워지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프로페서V는 뱀파이어에게 목덜미를 허용하고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고,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는 젊음을 대가로 얻는 게 아니겠는가.

▲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 사진제공 PAGE 1, R&Dworks
매력적인 타자 메피스토펠레스와 뱀파이어는 파우스트와 프로페서V로 하여금 이들이 더 이상 사랑에 매달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레첸 혹은 메텔이 파우스트와 프로페서V를 보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 탈바꿈하도록 만들어준다. <마마 돈 크라이>에서 뱀파이어는 프로페서V로 하여금 여성이 어필할 수 있는 성적 매력을 부여해준다. 허벅지에 커닝 페이퍼를 잔뜩 써놓은 여대생이 프로페서V를 찌질이로 비방하다가, 뱀파이어를 만난 프로페서V에게 쪽지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는 건 프로페서V가 여성에게 얼마든지 어필될 수 있는 매력적인 남자로 탈바꿈하였음을 보여준다.

파우스트와 프로페서V가 사랑하는 여자인 그레첸과 메텔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를 파멸로 이끄는 옴므 파탈이 된다는 점 역시 <마마 돈 크라이>가 <파우스트>와 비교해 살펴보아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프로페서V는 피를 마시는 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존재가 뱀파이어이기에 뱀파이어는 프로페서V에게 있어서 창조주나 다름없는 존재다.

하지만 프로페서V는 이런 창조주 뱀파이어에게 감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뱀파이어를 증오한다. 프로페서V의 육체를 피를 갈구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 탓에, 사랑하는 여자 메텔을 파멸로 이끌도록 만들어버림으로 창조자 뱀파이어에게 감사함을 느끼기보다는 도리어 뱀파이어에게 증오를 느낀다는 프로페서V의 감정선의 변화는, 피조물이 창조주를 증오한다는 <프랑켄슈타인>의 서사로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창작뮤지컬 안에서 <파우스트> 혹은 <프랑켄슈타인>과 비교하여 읽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마 돈 크라이>를 해석할 수 있는 층위가 풍부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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