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스포츠서울이 함께 손잡고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다녀왔나보다.

경제지와 스포츠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함께?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런 것 같다. 6개 신문들이 일제히 비슷한 시간에 ‘중앙아시아의 진주’라는, 우즈베키스탄 여행 정보가 담긴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9월에 취항한 대한항공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노선이 적자가 난다고 하더니, 대한항공이 기자들한테 단체로 우즈베키스탄 구경 시켜주고 기사 써달라고 한 건가? 기사 내용을 보면 더욱 그런 의혹이 짙어진다.

▲ 한겨레(왼쪽), 조선일보(오른쪽)

▲ 매일경제(왼쪽), 스포츠서울(오른쪽)

▲ 서울경제(왼쪽), 아시아경제(오른쪽)

한겨레: <[길 따라 삶 따라] 우즈벡 부하라 유적지>(10월 30일)
조선일보: <사막 등대는 미녀보다 아름답다>(10월 30일)
스포츠서울: <실크로드의 보석 '우즈베키스탄'>(10월 29일)
아시아경제: <먼길 걸어온 낙타야, 황금빛 노을도 섧다>(10월 29일)
매일경제: <‘실크로드 제국’의 영광을 찾아서>(10월 26일)
서울경제: <중앙 아시아의 진주 우즈베키스탄>(10월 29일)

구르에미르, 레기스탄 광장, 비비하눔 모스크 등의 유적이 있는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의 제2의 도시)와 바냐, 영묘, 미나레트 등의 유적이 위치해있는 부하라까지. 이 6개 신문사가 소개하는 곳이 거의 똑같다.

여행 경로·시간, 심지어 취재원도 똑같아

게다가 좀더 살펴보니, 이들 기사에 나오는 우즈베키스탄 여행 경로가 똑같다. 타슈켄트로 들어가서 사마르칸트(우즈벡 제2의 도시)에 갔다가 부하라로 옮겼다.

“사마르칸트로의 이동은 타슈켄트역에서 오전 8시15분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했다”(아시아경제) “오전 8시 15분 타슈켄트역을 출발한 기차는 쉬지 않고 3시간 반을 달려 사마르칸트에 도착했다”(매일경제)

이들은 아마 8시 15분 기차를 함께 탄 모양이다. 여행지에 대한 표현도 비슷하다. 우즈벡에 대해 스포츠서울은 “수십명의 대상(隊商·caravan) 행렬이 따가운 모래바람을 맞으며 초원의 밤길을 가고 있다. 지쳐버린 낙타의 거친 콧김은 자꾸만 땅을 향하고 차가운 밤바람은 대상의 깊은 주름살 속으로 파고 든다”며 기사를 시작했고, 아시아경제도 “3000년을 지켜온 실크로도의 고도(古都)가 황금 빛을 발하며 노을에 물들기 시작한다. 중국 시안(장안)에서 시작해 비잔틴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지금 이스탄불)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따라 길을 나선 대상(隊商)들의 몸은 지쳐간다”고 표현한다.

모든 신문이 똑같이 전하는 전설

한겨레는 부하라에 위치한 ‘미나레트’라 불리는 한 첨탑에 대해 유적지 가이드인 일홈(58)이 들려준 설명이라며 “칭기즈칸이 말을 타고 가다 칼랸 미나레트와 마주쳤는데, 올려다보다가 그만 투구가 땅에 떨어졌다. 칭기즈칸은 ‘내가 누구 앞에서도 모자를 벗은 적이 없다. 내 모자를 벗긴 이 탑만은 무너뜨리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해서 탑이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다른 신문들도 ‘미나레트’ 전설을 똑같이 전한다. 아마 가이드인 일홈씨의 설명을 함께 들은 모양이다.

“부하라를 점령한 징기즈칸이 탑 아래서 탑을 치켜보는 순간 투구가 땅에 떨어졌다. 이에 놀란 징기즈칸이 투구를 집어들며 ‘내 평생 전쟁터를 누볐지만 나의 투구를 벗긴 자가 없는데 이 탑이 투구를 벗게 만드는구나’라며 아무도 이 탑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아시아경제)

“(칭기즈칸이) 칼리안 미나레트에 와서 이 거대한 첨탑을 바라보다가 바람이 불어 그의 모자가 날려갔다. 모자를 줍던 칭기스 칸은 자신의 머리를 숙이게 만든 유일한 존재라며 이 탑을 절대 파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서울경제)

스탈린에 의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된 고려인 고 김병화씨를 기리는 박물관을 소개한 한겨레와 서울경제는 비슷한 이름의 인물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타슈켄트 시내에서 약 20분 거리에 김병화 농장이 있다.고향이 전라북도 남원이라는 고려인 3세 장 에밀리아(69)씨는 ‘조국에 대해서는 어떤 원망도 어떤 아픔도 없다. 죽기 전에 고향 땅 한 번 밟아보는 게 소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서울경제)

“김병화 박물관은 김병화를 도왔던 이주 2세대 장 라지온(71)·태 에밀리아(69)씨 부부가 관리하고 있다”(한겨레)

나이는 69세가 맞는 것 같은데, 두 매체에 나오는 여성의 성이 다르다. 장 에밀리아인가, 태 에밀리아인가. 우즈벡에서는 결혼하면 여성이 남편 성을 따라가는가 보다 짐작할 따름이다.

대한항공 홍보도 빼놓지 않아

이들 신문들은 여행의 목적인 ‘대한항공’ 홍보도 역시 빼놓지 않는다.

“대한항공이 지난 9월부터 타슈켄트에 취항중이다. 인천~타슈켄트 노선은 주 3회(화·금·토) 운항되며 260석 규모의 최신형 B777-200 기종이 투입된다. 약 7시간 소요”(스포츠서울)

“대한항공은 인천~타슈켄트 노선을 주 3회(화, 금, 토) 운항한다. 260석 규모의 최신형 B777-200 기종이다. 출발편(KE941)은 오후 4시 4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당일 오후 8시 15분 타슈켄트에 도착한다.”(아시아경제)

“항공=대한항공 인천~타슈켄트 노선이 주 3회(화ㆍ금ㆍ토) 운항된다.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 국내선 혹은 기차를 타고 사마르칸트나 부하라로 이동할 수 있다.”(매일경제)

“인천에서 타슈켄트까지 비행기로 7시간 남짓. 대한항공이 지난 9월부터 주3회 운항하고 있다”(한겨레)

“대한항공이 매주 화·금·토요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로 가는 직항을 운항한다. 약 7시간 소요”(조선일보)

같은 날 이들 신문의 지면에는 예외없이 금융 위기 등 심각한 경제 위기가 대서특필돼 있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