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공청회가 또 다시 무산됐다. 올해 방통위 출범 이후 무산된 공청회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방통위는 31일 ‘주파수 회수, 재배치 정책방향’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돼 공청회가 토론회로 대체되는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 이후 2008년 말까지 위원회 의결을 거쳐 주파수 정책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공청회 개최 14일 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널리 공고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청회는 2일 전에야 공시됐다”며 “행정 절차법을 어긴 공청회는 진행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공청회 개최 불과 하루 전 토론자 섭외를 마치는 등 졸속적인 공청회를 추진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이번 공청회는 방송용 주파수의 재배치, 회수라는 간단치 않은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이해당사자인 지상파 방송사와의 사전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700MHz, 900MHz 등 방송 주파수에 대해서는 아직 방송사들과 협의 중이고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이 자리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안건에서 제외시키라”고 요구했다.

결국 ‘공청회를 철회하라’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토론회로 대체됐다. 박윤현 방통위 주파수 정책과장은 “협의가 끝나지 않은 방송주파수 700MHz, 900MHz 대역에 대해 방송계의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이날 공청회 문제를 비롯해 방통위의 주파수 정책 수립과정의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공청회에 앞서 받은 자료가 3~4페이지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공청회가 처음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 이사는 “정부가 의견을 들을 준비가 안 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금년 말까지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일정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호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공청회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최종 의견을 수렴하는 장인데 방통위가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주파수가 국민의 자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 등 공익을 위한 주파수 정책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