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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장악 나선 박근혜 정권, 대통령 현실 인식부터 바꿔야'언론로비' 직제 새로 만들고 유료방송 협회엔 '낙하산' 투입
김민하 기자 | 승인 2015.03.20 12:22

‘언론로비’를 전담하는 조직이 신설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한겨레>는 20일 1면에 <정부 ‘언론로비’ 전담 조직 신설>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정부 정책에 관한 홍보 전반을 관장해온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언론사 간부 출신을 채용해 언론인 대면 접촉과 보도 협조 요청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언론협력관 직제를 새로 만들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 한겨레 20일자 1면 기사.

▶관련기사: <“정부, 언론 출신 영입 ‘언론 로비’ 조직 만들어”>

이와 함께 <한겨레>는 이날 <‘청와대 낙하산 집합소’된 유료방송업계>라는 제목의 사설 역시 배치했다. <한겨레>는 이 사설에서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차기 회장에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내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IPTV방송협회 대표 이종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대표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예로 들면서 “유료방송 3대 기구 수장을 모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사설에서 “청와대 핵심 참모 출신의 협회 대표들은 정부의 의지를 방송업계에 관철하는 선봉장 노릇을 할 것”이라면서 “협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별 방송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역시 식은 죽 먹기나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청피아’들이 유료방송을 장악한 상황에서 방송의 독립성이니 자율성이니 하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한겨레 20일자 사설.

<한겨레>의 지적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언론장악 시도는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공중파에 이어 민간영역인 유료방송마저 정권의 통제와 관리 하에 두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문가들은 정권의 이러한 시도가 청와대에서 ‘단명’한 전직 관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본다. 유료방송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보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낙하산’들을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관리와 통제, 장악 시도는 역대 정부에서 늘 시도된 것이었기에 의도 자체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다만 박근혜 정권의 경우 이런 일반적 권력 의지가 작동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이명박 정부를 거쳐 공중파 길들이기가 완료됐고 종편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우호적인 언론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필요 이상으로 언론에 대한 통제 및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론장악은 없다”고 얘기했으면서도 사실상의 언론통제에 뒤늦게라도 나서는 이유가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교체하면서 홍보특보로 김경재 전 의원을 임명했다. 김경재 특보는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 시기 국정홍보처가 없어진 이후 국정홍보가 제대로 안돼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경재 특보의 이러한 주장은 홍보특보의 존재 자체와 더불어 정권의 언론 전략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김경재 홍보특보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매 시기마다 뭔가 홍보가 안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을 늘 내비쳐왔다. 최근 소위 연말정산 파동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증세를 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소득공제가 적용됐던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꾼 세법 개정안이 적용된 것 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지만 파장은 그런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확대됐다. 급기야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나서서 정부가 사실상의 ‘부자 증세’를 했다며 반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우여곡절끝에 사태가 수습되긴 했지만 당시 정부는 국가 정책에 대한 홍보 부족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보수언론의 ‘반발’을 말하자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사태 초기 ‘문건 유출’에 대한 부분에 집중하려 했으나 <중앙일보>가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1면에 배치하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조선일보>는 당장 다음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인터뷰한 기사를 내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접촉한 일이 없다는 주장의 진실성을 깨뜨렸다. 사태는 이 때부터 통제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며 보수언론 전체가 나서서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을 꾸짖고 ‘문고리 권력 3인방’ 및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순까지 이어졌다. 신문이 이렇게 나오니 종편도 신이 나서 정윤회씨와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간의 갈등을 신나게 묘사했다.

보수언론의 이러한 반발은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붕괴시키고 국정 지지율이 30%선까지 떨어지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즉,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권은 언론 관리 및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등 이 사건으로 인한 여진(餘震)이 보수언론의 지면을 통해 계속 민감한 방식으로 표현됐다는 점은 정권의 이러한 반성적 평가의 주요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점들이다.

좀 더 멀리 가보면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도 언론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안대희 후보자의 경우 <조선일보> 등이 먼저 나서서 사실상의 사퇴를 주문한 바 있으며 문창극 후보자의 경우 KBS가 비상식적인 교회 강연 내용을 선도적으로 보도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사례 역시 박근혜 정권으로 하여금 신문과 방송의 통제 및 관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을 수 있다.

   
▲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낙마했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연합뉴스)

이런 과거를 죽 살펴보면 지금 박근혜 정권이 밀어 붙이고 있는 유료방송 장악 기도와 언론사 간부 출신 채용을 통한 압력 행사는 이런 난국을 풀기 위한 방법으로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슨 사건만 생기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불사해 간접적으로 언론을 길들이려 시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보수세력은 김대중 정권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노무현 정권의 보수언론에 대한 거부감을 ‘언론탄압’으로 이해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언론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실책에는 눈을 감고 언론에 대한 이런 저런 술수로 상황을 만회해보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봉책에 그치는 것일 따름이다. 연말정산 파동은 정책적 안이함이 불러온 문제였고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은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이 오랜 기간 커튼 뒤에서 대립하다 충돌한 문제였으며 국무총리 후보자들의 낙마는 밀실인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바꾸는 것이며 이를 통한 국정운영 방식의 대대적인 혁신을 이루는 것 뿐이다.

김경재 홍보특보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종편을 열심히 보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종편부터 보지 않아야 할 것 이다.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으로 존중하면서 소통의 폭을 늘려야 한다. 비서실장의 교체 이후 청와대가 달라졌다고 하는 평가들이 있지만 <한겨레>의 보도와 사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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