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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여, MBN을 끝까지 물어뜯어라![기자수첩] 진흙탕 싸움 끝에 드러날 한 줄의 ‘사실’을 기대한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3.19 19:46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은 역시 싸움구경이다. 특히 언론사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일은 흔치 않을뿐더러 매체비평지 기자 입장에서는 ‘지면전쟁’은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다. 지금 경제신문 1위 매일경제와 2위 한국경제 사이에서 다시 전운이 감돈다. 매일경제는 편집국장을 한국경제로 보내 사과했고,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

18~19일 <미디어스>가 양측의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경제는 BC카드와 함께 오는 6월 골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메인스폰서로 참여할 BC카드는 한국경제에 수억 원 후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매일경제는 11일 돌연 BC카드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BC카드는 국내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모기업 KT와 손잡고 자체 모바일 결제 생태계 구축을 꿈꿨지만 범용성이 강점인 삼성페이 등장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내용이다.

BC카드는 뒤집어졌다. 특히 삼성 출신 사장이 ‘친정’ 삼성에서 물을 먹었다는 기사를 두고 매일경제의 의도를 의심했고, 곧장 한국경제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국경제는 17일자 기사로 MBN미디어렙의 불법적 영업행태 기사와 함께 매일경제 장대환 회장 관련 기사를 준비했다. 기사가 나가기 직전 16일 손현덕 매일경제 편집국장은 한국경제 편집국을 찾아 화해를 시도했다. 결국 한국경제는 MBN 관련 기사 게재를 보류했다.

18일 이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자 매일경제는 이날 오후 평소보다 길게 편집회의를 진행하고 대응방법을 논의했다. 같은 날 한국경제 또한 매경의 반응을 보고 맞대응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무대응’ 방침을 결정했고 한국경제 또한 기사 게재를 미뤘다. 한국경제는 ‘점잖게’ 19일자 사설로 MBN을 비판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이날 사설에 매일경제 또한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매일경제와 MBN의 관계자는 “편집국장이 찾아간 것으로 (화해)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이후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처음이 아니다. 두 신문사는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는 경쟁사업자다. 2013년 2월 초에는 ‘지면전쟁’이 있었다. 시작은 한국경제였다. 한국경제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을 보도하면서 매경 장대환 회장이 과거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사실을 거론했다. 이후 매일경제는 한국경제TV 출연자와 PD의 주가조작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한국경제를 ‘자본시장의 독버섯’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경제 또한 매일경제를 ‘폭주언론’으로 비난하면서 MBN 출범 과정에서 공격적 영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2013년과 2015년, 두 신문의 지면전쟁을 보는 업계의 시각은 냉랭하다. 도찐개찐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2013년도 그렇고 지금 또한 두 사업자의 화해로 묻을 만한 문제는 아니다. MBN미디어렙이 불법적 광고영업행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에 나섰고, ‘승인 취소’ 여론이 일고 있는 만큼 한국경제가 취재한 내용은 반드시 보도돼야 한다. 한경 김수찬 기획부장은 “단순한 사실관계만 정리한 기사로 안다”고 했으나 일부 관계자들은 “한경이 (매경을 흔들) 실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과장했거나 희망사항을 담은 내용이 많고 절반 정도만 사실”이라는 게 MBN 측 설명이지만 결국 언론이 취재하고 정부가 조사하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이 문건에는 간접광고를 심은 인기프로그램을 재방하는 데 광고비를 받는 기상천외한 방법과 함께 보도국 기자들을 광고영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기업과 정부부처에서 광고예산을 담당하는 간부들을 관리하는 비법도 등장한다. 다른 종편사들이 기업을 상대로 대포광고(선 광고집행-후 금액청구)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있다.

충격적인 문건이 드러나자, 기업과 정부부처들은 약속이나 한듯 입을 닫았다. 이 틈을 파고들 수 있는 언론은 극소수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다르다. 매일경제와 출입처도 비슷할 뿐더러 상대하는 기업과 사람도 겹친다. 이 점은 두 신문의 동맹의 조건이지만 누구보다 날카로운 취재가 가능한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경제는 매일경제와 MBN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언론이다. 2013년 한국경제는 종합편성채널 MBN이 자본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았다는 기업들을 면대면으로 만나 그들의 증언을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한국경제의 취재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MBN미디어렙 문건을 분석하고 검증하고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작성한 기사도 있다. 지금 이대로 흘러 간다면 이번 파문은 몇 달 뒤 “방통위는 ○월 ○일 ○○차 전체회의를 개최해 방송법과 방송광고판매대행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MBN과 MBN미디어렙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1억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는 보도자료 한 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꼭 필요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는다면 ‘그놈이 그놈이더라’는 비난이 계속 따라다닌다. 한국경제가 늘상 강조하듯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기업’은 엄벌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보도를 시작하면 진흙탕 싸움이 될 게 빤하지만, 한국경제는 MBN미디어렙 문제만 자세히 보도하면 될 일이다. 불법을 버젓이 앞에 두고 갑자기 동지애, 상도덕을 찾는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광경이 없을 터다. 한경은 매경과 MBN을 끝까지 물어뜯어야 한다. 지금은 우정반지를 낄 때가 아니다. 팩트를 한 줄이라도 더 보도할 때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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