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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공공미술관 명칭, '시립 아이파크' 괜찮나요?[지금 인권하고 계세요?]인권이 미술관에게 던지는 질문
안병주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승인 2015.03.17 07:31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이 교과목에 왜 있어야 하는지. 타고난 손재주와 예술 감각이라고는 발톱 때만큼도 없다는 자괴감으로 미술시간이 수학시간 만큼 싫었던 그 때.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미술교육 폐해라고 볼품없는 감각을 정당화 시키곤 했는데, 요즘 때 아닌 미술관 논란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미술’은 지금도 내게 어려운 과목이다. 

다산인권센터 사무실 옆, 그러니까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원시가 자랑하는 수원화성의 중심, 화성행궁 바로 앞에 미술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13년 12월 착공해 올해 6월 완공 후 10월에 공식 개관할 예정인 미술관인데, 수원시에서 최초로 건립되는 ‘공공미술관’이다. 말하자면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게 수원에 생긴다는 뜻이다. 문제는 미술관의 명칭이다. 물론 미술관의 위치, 시설, 운영 등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서는 명칭에 국한된 논란만 소개한다.

   
▲ '아이파크' 미술관 명칭반대 1인시위(사진=다산인권센터)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이라는 단어가 조합된 이 명칭은 현재까지 ‘가칭’이다. 6월 완공을 앞두고 공식명칭이 정해져야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아직까지 ‘가칭’이다. 완공을 앞두고 조만간 명칭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변에 들리는 바에 따르면 ‘가칭’에서 거의 ‘확정’단계라는 것이다. ‘아이파크’는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다. 결국 공공미술관 명칭에 특정 기업의 아파트 브랜드가 붙는 기묘한 이름이 탄생하기 일보 직전이다.

배경은 이렇다. 120만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수원시에 번듯한(?) 공공미술관 하나 없는 게 마음에 걸린 염태영 시장은 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몇 개의 기업에 미술관 건립 제안을 했는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안되겠다 싶던 때 평소 안면이 있었던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대표이사를 만나 미술관 건립 의사를 물었고, 정몽규 대표이사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염시장은 “현대산업개발 이름을 걸고 잘 지어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름을 걸고’라는 것이 지금 이 사단이 난 최초의 시작인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 과정은 지난 2월 27일, 미술관 명칭을 문제제기하는 몇몇 분들이 염태영 시장과 만나 직접 나눈 대화를 전해 듣고 재구성 해본 것이다.

기부가 아닌 거래

현대산업개발이 300억을 들여 공공미술관을 짓는다(물론 정확히 미술관 건립에 300억이 드는지 어쩐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오는 6월에 건축이 완료되면 수원시에 ‘기부’하기로 되어 있다. 수원시나 현대산업개발은 양쪽 모두 ‘기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개발이익환수 차원의 ‘기부채납’과는 다르다고 누차 주장해 왔다. ‘기부’냐 ‘기부채납’이냐는 그동안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측과 협의 및 공식적으로 맺은 MOU 문서 등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으나, 수원시는 현대산업개발 측의 반대로 공개하지 못한다고 전해온바 있다.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 측의 말대로 ‘순수한’ 기부라고 치더라도 기부는 기부다워야 하지 않을까.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중요한 문화공간에 거대한 공공미술관을 짓고 그 미술관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가는 간다면 그것은 ‘기부’가 아니라 ‘거래’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아파트 브랜드 광고판을 세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래’가 꼭 나쁜 표현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거래가 투명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영역에서는 필수적이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어준다고 ‘얼씨구나’ ‘고맙습니다’ 하고 넙죽 받아 기업이름, 브랜드 이름을 넣어주는 게 유행이다시피 한 요즘, 이런 문제제기가 생뚱맞은 걸까? 수원시는 아직까지도 명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공공성을 대체하는 '민자'라는 장삿속

주변에서 미술관 명칭이 뭐가 중요하다고, 300억씩이나 투자해 만들어주면, 까짓 아파트 광고 하는것도 봐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다. “부족한 지방정부 예산으로는 꿈도 못 꾸는 공공미술관을 지어준다는데 고맙게 받기나 하지 말이야…”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각종 공공건물, 시설, 나아가 사회서비스, 문화 등이 기업, 특히 재벌들의 투자유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다. 가깝고도 대표적인 사례가 민자역사인 수원역이다. 2003년 애경백화점(현재는 AK플라자)이 문을 연 후 온갖 상업시설이 집중되어 있고, 현재는 롯데몰 입점, 노보텔 등 거대한 상업지구로 변했다. 공영주차장은커녕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공공시설, 광장 등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다. 이렇듯 공공 영역이 자본 논리에 잠식당한 결과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승객 안전을 우선 관리해야할 국가는 해운업체의 이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 21년이나 된 노후 선박을 버젓이 운행 가능하게 했다. 구조도 민가업체에 떠넘기다 시피했다. 성장, 효율, 이윤 추구라는 지상최대의 과제로 인해 사람들 생명과 존엄이 싱크홀로 빠지고 있다. 무너진 공공성은 사회 곳곳의 안전장치를 해체하고 있다. 혈세로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민자고속도로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지난해 SBS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OECD 33개국 중 공공성 순위로 한국이 33위를 기록했다. 꼴찌다.

그래서 공공미술관 명칭은 단순히 기업 브랜드를 넣냐, 빼냐의 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우리사회 ‘공공성’ 가치와 맥이 닿아 있다. 동시에 경제논리에 항상 뒤로 밀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기도 하다. 시민의 정치적 권리와 관련된 것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와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는 고집스런 인권운동을 하는 다산인권센터가 미술관 명칭에 호들갑 떠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짓기 온라인 서명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주세요. 참여는 홈페이지(http://goo.gl/KpKX4d)를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안병주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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