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굶어죽어도 종자 주머니를 베고 죽는다고 합니다. 방송인으로서 조합원으로서 우리의 종자 주머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굶어죽더라도 절대로 삶아먹지 않는 그 씨앗, 공정방송과 방송독립을 싹 트일 그 씨앗, 우리는 지켜낼 것입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그 열매를 온 국민과 더불어 수확할 것입니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1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MBC 미디어센터 1층 MBC홀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10기 이임식 및 제11기 출범식>이 열렸다.

▲ 16일 취임한 MBC노조 11대 위원장 조능희 PD (사진=미디어스)
지난 12일 98.2%의 찬성률로 당선된 조능희 본부장은 “1987년 가을, 겨울을 잊은 적이 없다. 수많은 면접과 필기시험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그 심정, 그 감동을 평생 간직하면서 MBC에서 살아왔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몇 년 전, 20년 차 후배 역시 MBC 합격 통지서를 받는 순간 부모님과 껴안고 대성통곡을 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하며 “그 소리 듣는 순간 MBC가 간직하던, MBC 사원이 간직하고 있던 그 소망… 좋은 방송을 하고 자랑스러운 일터 만들겠다는 소망이 20년 전이나 후나 면면이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조능희 본부장은 “저희가 어떤 직종으로 어떻게 MBC에 들어왔건 중요한 것은 저희가 MBC에 들어올 때의 그 간절한 소망이다. 그때의 그 소망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이 어려운 시기에도 조합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11대 출범하는 이 자리가, MBC 들어올 때의 그 소망을 간직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 기자가 어떤 다른 가치를 갖고 어떤 전략으로 조합을 이끌 것이냐 물어서 제가 단칼에 대답했다. ‘MBC노조는 창립 이래 28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치와 원칙이 변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단지 우리 집행부는 역대 집행부가 해 온 일을 그대로 계승해서 계속할 뿐”이라며 “공정방송과 방송독립을 통한 방송민주화의 완성, 이 가치는 노동조합의 창립정신이며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저희 11대 집행부도 조합이 그동안 지켜왔고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이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년 동안 언론노조 포항지부장을 맡았던 방창호 수석부본부장은 “새내기 조합원부터 내년 정년 앞둔 조합원들까지 함께 나눴던 많은 대화중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MBC에 대한 사랑이었다”며 “출마의 변에서 밝혔던 것처럼 공영성, 다양성, 지역성을 지키는 것, MBC네트워크 체제 근간을 흔드는 일체의 도발 막아내는 것, 서울-지역의 가교 역할을 임기 동안 기본 소임으로 충실히 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앎과 삶의 일치가 우리의 갈 길이라는 믿음 변한 적 없어”

조능희 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긴 이성주 전 본부장은 “지난 2년 동안 정말 가슴 벅차게 모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쁜 날들이 있었다”면서도 “심장이 푸르게 멍이 들도록 가슴 아픈 날들도 또한 많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결정(노조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서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성주 전 본부장은 “우리의 앎과 우리의 삶은 일치되어야 하고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굳건한 믿음은 한 번도 변함이 없다. 그 변함 없는 믿음을, 여러분들이 오히려 강화해 주셨다”며 “우리 모두가 정말 밝게 웃으며 뜨겁게 호응하는 날이 올 그날까지, 제가 말씀드렸던 믿음, 여러분이 보여주셨던 그 믿음을 부여잡고 굳게 지키며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MBC노조 11기 집행부가 전임 10기 집행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김한광 수석부본부장은 “2년 전에 이 자리에 섰을 때 꼭 이기는 조합이 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아마 그 기대를 다 채우지 못한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건, (조합원들이) 지지하고 지원하고 믿어주셔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서 있는 자리가 서울과 지역의 경계쯤이엇는데 희망이 없어 보이고 참담해 보였다”며 “제가 느끼고 있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주시기를, 그 길에 지역과 서울이 따로 없고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정신만 있다는 것을, 조합원 여러분들도 똑같이 공감하고 확신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언제나 여러분들 뒤에는 저희 평조합원이 있습니다!”

김재철 사장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5년을 보내온 MBC노조 조합원들은 새로운 집행부에게 어떤 기대를 걸고 있고,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예능국 이야기>라는 웹툰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된 권성민 PD가 촬영한 <NO VOTE, NO UNION> 영상에는 새로 출범하는 11기 집행부를 향한 평조합원들의 따뜻한 격려가 담겨 있었다.

사실 11기 집행부는 선거부터 쉽지 않았다. MBC에서 ‘내방객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며 경영센터 로비에 기표소를 설치하는 것을 막은 까닭이다. 결국 MBC노조는 찬바람이 부는 광장에 야외 투표소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투표는 86.7%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조능희 본부장 후보-방창호 수석부본부장 후보 찬성률도 98.2%에 달했다. 평조합원들의 든든한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나 여러분들 뒤에는 저희 평조합원들이 있다 응원하는 조합원들이 있으니까 항상 힘내세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서 나이 든 사람들도 위원장 부위원장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조합원들이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싸움이 아직 안 끝났지만 저희 조합원들 마음에도 아직 씨앗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다운 모습으로 늘 우리 곁에서 항상 같이 열심히 하는 노조 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능희 본부장과 같은 해에 MBC에 입사해,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언론노조 중책을 맡게 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도 격려의 말을 보탰다. 김환균 위원장은 “2010년 노조가 매우 어려웠을 때 조능희 본부장이 무슨 말했는지 기억나십니까”라며 “‘조합을 깨는 것도, 조합을 지키는 것도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나이든, 뒷방에 물러나야 될 연차의 사람들이 나서는 게 쑥스럽기도 하지만, 조능희 본부장이 이런 어려운 큰 소임을 맡게 된 이유는 ‘누군가 해야 된다면 그걸 내가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게 쓴잔이어도 마셔야 될 거라면 마셔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언론노조는 상암에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언제든지 관심 갖고 성원하고 함께 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16일 취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11기 집행부 및 각 지역 지부장들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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