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2차례나 무산되는 등 방송통신위원회의 요식행위 공청회 추진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가 또 하나의 졸속적인 공청회를 추진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은 오는 31일 방통위가 개최할 ‘주파수 회수, 재배치 정책방안에 대한 공청회’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방통위는 이날 ▲2011년 6월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800㎒셀룰러 및 PCS 주파수 ▲미활용 중인 2.1㎓ WCDMA 및 2.3㎓ WiBro용 잔여 주파수 ▲2012년 DTV전환에 따른 700㎒대 활용가능대역 확보 등과 관련한 ‘주파수 회수·재배치 정책방안’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청회가 관련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 정책에 반영한다는 목적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날 공청회는 구성에서부터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이번 공청회 주요 주제로 포함돼 있는 ‘2012년 DTV전환에 따른 700㎒대 활용가능대역 확보’ 방안은 민감한 주제로, 지상파방송사가 방통위와 의견을 달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공청회에 지상파방송사의 의견을 대변할 토론자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반발에 직면하자 공청회 하루 전인 30일 방송협회 관계자를 추가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쪽은 토론자로 참여시키지 않는 ‘요식행위’ 공청회의 면모가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연합회 회장은 “29일에서야 공청회 토론자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방통위에 지상파방송 관계자가 제외된 사실을 항의했다”며 “30일 오전까지도 구체적인 지상파 관계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술인연합회의 항의에 따라 방송협회 박상호 박사가 토론자로 추가됐지만, 통신 쪽 일색의 토론자 구성은 적지 않은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이날 공청회는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며, 토론자는 발제자인 박윤현 주파수 정책과장을 비롯해 김남 충북대 교수, 조성규 전북대 교수, 황근 선문대 교수, 박민수 전자통신정책연구원 국장, 김창주 전자통신연구원 그룹장, 문승호 통신사업자연합회 사무국장, 박상호 방송협회 박사,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등 9인으로 구성됐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공청회 계획 당시부터 지상파 쪽은 참여시키지 않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기술인연합회측에 따르면 31일 DTV채널 재배치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룰 공청회에 대한 사전 협의나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공청회 개최 통보 또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방통위와 지상파방송사, 방송기술인연합회를 포함한 관련 기관은 ‘DTV채널배치 추진협의회’를 구성,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을 배제한 공청회를 개최, ‘금년 말까지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서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의 주파수를 회수, 주파수 경매제를 통해 매각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는 방송용주파수에 대한 정확한 수요 조사부터 실시하자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기술인연합회는 30일 성명을 통해 “방통위를 믿고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방송주파수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고자 했다”며 “방통위가 하루빨리 통신에 주파수를 넘기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기술인연합회는 “방통위가 방송보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900㎒와 방송주파수를 재배치해서 잉여주파수로 만들고 이것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경매 하겠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주파수 수요 산출을 해보자는 방송사의 요구는 계속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기술인연합회는 “통신만 차세대 주파수가 필요하고 방송은 차세대 주파수가 필요 없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며 “미래의 사회문화적 영향 파급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측정도 할 수 없는 산업적 효과만을 위해 방송주파수 정책을 밀어 붙인다면 정부 정책에 맞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인연합회는 31일 열리는 공청회에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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