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인터넷 매체 <선데이저널>이 MBN의 영업1팀 업무일지를 공개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MBN은 "공식 문건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설만 무성했던 종편의 불법 광고 영업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단 평가다. 특히, 종편의 불법영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해당 일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민원 제출을 늦추고, 오히려 MBN에 이를 알려준 정황이 드러나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12일 오후2시 <방통위-종편 유착 의혹 폭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종편의 불법광고 의혹에 대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지만, 방통위에 문의 했을 때 근거없이 ‘이틀 정도 늦춰달라’고 말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방통위의 이런 행태가 “MBN 측에 대처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 또한 “이 엄청난 일을 방통위가 유야무야 그냥 넘기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관련기사 : 방통위, 불법 광고 영업 민원 들어왔다고 MBN에 누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2일 오후2시 <방통위-종편 유착 의혹 폭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MBN, 진상조사 촉구하는 언론노조에 “싸우자는 겁니까?”

언론노조에 따르면, MBN 측은 언론노조가 방통위에 제기한 민원의 과정과 상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MBN 애드본부 영업1팀에서 전화가 왔었다”며 “그 쪽에서 ‘언론노조가 방통위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공문을 접수하려는데 접수를 하루 늦췄다’는 이야기를 하며 역으로 그 같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고 말했다. MBN 측에서 ‘내일 공문 접수할 거라면서요’라고 물었다는 얘기다. 그는 “‘민원 제출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느냐’라고 묻자 한 동안 대답을 못하다가 ‘우리와 싸우자는 겁니까’, ‘갈데까지 가보겠다는 겁니까’라고 하더라”라며 “필요하다면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 담당자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 민원 업무 처리 절차에 따라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돌연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180도 말을 바꾸기도 했다. MBN 측이 방통위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지 않았다면 민원과 관련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언론노조의 설명이다.

언론노조에서 민원접수를 직접 담당했던 김영곤 부위원장은 “MBN에서는 10일 언론노조가 오후 5시 50분 넘어 팩스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MBN은 ‘하루 늦춰뒀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 공문은 당일 발송했다. 언론노조가 아닌 방통위를 통해 해당 정보가 새나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언론노조는 민원 제기를 당사자에게 알려준 방통위의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 제26조(정보보호)는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사무의 처리와 관련하여 알게 된 민원사항의 내용과 민원인의 신상정보 등이 누설되어 민원인의 권익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언론노조의 주장대로 방통위가 MBN 측에 민원 정보를 흘렸다면 <선데이저널> 보도로 촉발된 종편의 불법적 광고영업에 대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에 근본적 의구심을 갖을 수밖에 없다.

언론노조, 문건 입수…“종편 취소도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

기자회견에서는 <선데이저널>이 보도한 MBN 영업1팀 업무일지의 신빙성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MBN은 회사에서 작성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공식문건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MBN측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이대로 집행한 적이 없다”며 ‘광고판매에 기자를 동원한 정황’에 대해서는 “지역 주재기자에게 지역 축제 등을 물어보고 착안해 (광고판매)제안서를 위한 정보사항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던 바 있다.

하지만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은 MBN의 해명에 대해 “공식 문서가 아니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직원이 부풀리기 위해 과장해서 올렸다는 것 등으로 변명하는데 제3자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 조사 의지에 따라 종편 허가 취소도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선데이저널>이 보도한 MBN 영업1팀의 영업일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진상조사가 미진할 경우, 해당 일지를 통한 추가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조성래 사무처장은 “MBN이라는 특정 종편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TV조선과 JTBC, 채널A 등 여타 종편들도 취약한 광고주를 중심으로 보도를 무기 삼아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정황이 (일지를 통해)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조 사무처장은 “종편은 지금 1사1렙을 통해 약탈적 광고 수주를 하고 있는데 이미 언론노조 차원에서 우려를 제기해왔던 대목으로, 종편사들이 하나의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도록 하고 방통위의 공적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N 영업1팀의 업무일지가 사실일 경우, <방송광고판매대행에 관한 법률> 제15조(광고판매대행자 등의 금지행위)와 <공정거래법>, <형법> 등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MBN 영업1팀 업무일지를 보면 구체적인 광고행태가 적시돼 있다”며 “가벼운 상황은 아니다. 1차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하고 법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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