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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6회- 유유 커플, 부르주아의 웃기는 매력 발산[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5.03.11 11:34

오래된 영화중에 루이스 브뉘엘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풍자극이 있었습니다. 부르주아들이 완벽하게 갖춰진 만찬을 즐기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통해 그들의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가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진 자들에 대한 풍자가 흥미롭게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부르주아의 웃기는 매력;
참았던 분노 폭발한 한정호, 격식을 차린 자리가 난장판이 된 사연

거액을 주고 자신들과 격이 맞지 않는 봄을 보내버리려 했던 정호와 연희 부부는 아들 인상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혼인 신고에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형식을 갖춘 정호는 부인과 함께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현실에 대해 자학 아닌 자학도 해보지만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 최고위층인 자신들은 충분히 이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봄을 완벽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첫 번째 목표가 되었습니다. 철저한 규칙과 훈육, 그리고 계몽을 통해 거친 야만인 같은 봄이를 문명인으로 교화시키겠다는 그들의 대화는 너무 진지해서 웃길 정도였습니다. 시민 사회에서 귀족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느냐며 허허 웃던 한정호는 진정 자신이 귀족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과 유사한 부류가 아니면 모두가 평민이라고 생각하는 新 귀족 한정호는 안에서부터 철저한 개조를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대단한 고민과 달리, 현실적으로 그들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들의 전력과 전술은 유사한 사람들과의 대결에서 빛을 발할 뿐 실생활에서는 그저 허당일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돈과 권력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모든 것을 가진 한정호는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 로펌을 거느린 논리의 달인 한정호에게 두려울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약점을 쥐고 법을 앞세운 그의 권력은 그 무엇보다 두렵고 무서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권력과 치밀한 전략으로 승승장구하는 한정호이지만 집안에서 그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속에 두고 살아왔던 그가 가장 믿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며 그 권위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그는 사태 수습에 대한 여러 가지 전략을 짜기는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을 뿐입니다.

격식이라는 틀 속에 가식과 허세로 상대를 공격하는 이들 부부의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자신의 거대한 성에 초대해 자신들과 그들은 근본적으로 격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선제압을 하고난 후 그들의 약점을 긁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제안을 수용하도록 해서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고 보기 흉했던 혹을 제거하고 싶었습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봄이의 아버지인 서형식이 법무법인 '한송'과 사돈 관계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더는 망가질 수 없다는 한정호가 선택한 것은 그런 기선제압에 이어 자본의 힘으로 그들을 유배 아닌 유배를 보내는 방법이었습니다. 

형식과 진애 부부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큰딸 서누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나운서가 꿈인 딸, 여러 번 도전을 하기는 하지만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하는 그에게는 제대로 된 경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딸이 학원에 갔다 집에 돌아와 서럽게 우는 모습은 이들 부부에게는 그 무엇보다 아픈 상처였습니다.

사돈댁의 초대를 받고 가장 들뜬 인물은 바로 누리였습니다. 사돈이 바로 그 유명한 '한송'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는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정호의 한 마디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회에서 그 간절함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웃기는 갑질을 하는 인상 부모와 달리, 강직하게 을의 권리를 외치는 봄이 부모이지만 갑질 못지않은 을의 한계는 결과적으로 사회 속 갑질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식이 혼인 신고를 하자마자 사돈인 정호를 두둔하는 모습이나, 봄이 언니인 누리가 사돈댁에 도움을 받기 위해 열심인 상황은 그저 드라마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돈 좀 있다 싶으면 사돈의 팔촌까지 달려들고, 권력에 기생하려는 이들 역시 수없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그런 그들을 벌레처럼 취급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질을 만들어낸 을의 청탁은 결과적으로 영원한 갑질 월드를 만들어내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갑질 못지않게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을의 노예근성 역시 이 드라마는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의 문제를 두 가족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풍문으로 들었소>는 유쾌하기만 합니다.

사돈댁을 먼 시골로 보내 자신들의 품격을 유지하려던 한정호와 최연희 부부는 다시 한 번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멘붕을 경험합니다. 아들 인상이 등장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돈으로 다시 갑질을 하는 부모에게 부끄럽다고 외치는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이런 인상의 발언에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정호는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상을 뒤엎고 인상을 쫓아가기 위해 날뛰는 정호와 그런 그를 붙잡는 형식, 그리고 그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모두가 뒤엉켜버린 상황은 한 편의 유쾌한 소동극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블랙코미디의 진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 역설적 상황의 연속은 결국 우리 사회 갑이라 정의되는 1%의 허상을 비웃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이 담고 있는 넘치는 풍자를 그대로 이식한 듯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6회 <부르주아의 웃기는 매력>을 발산해주었습니다. 갑과 을로 함축된 현대 사회의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들여다보며 풍자를 통해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이 드라마는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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