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금요일 MBC 고려인 강제이주 70년 특별기획 <귀향> 제1부 '끝나지 않는 유랑'의 한장면이다.

화면이 시작되자 마자 기차역에서 할머니를 따라가겠다고 울부짖는 어린아이부터 나온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이 울고, 젊은 연인들이 운다.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로 이들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이라고 말해줬다. 떠나는 이들은 누구고, 역에 남은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MBC는 고려인 강제이주 70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귀향>을 마련했다.

1860년대 부터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굶주림을 피해 연해주로 옮겨갔던 우리 동포들은 1937년 영문도 모른 채 수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해야했다. 스탈린의 지시 때문이다.

그속에서 그들은 황무지를 옥토로 바꿔 농업혁명을 이루며 살아남았다. 하지만 좋았던 시절은 아주 짧았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신생국들의 민족주의 정책으로 소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결국 고려인들은 다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또 떠나야했다. 스탈린은 죽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조상들이 왔던 길을, 후손들이 다시 간다. 방송은 연해주로 떠나기로 결심한 14명의 고려인들의 길을 동행했다. 거기에 강제이주 당시의 흔적들을 추적해 현재의 모습과 대비시켰다.

낯선 땅으로 가는 게 어디 쉽겠는가. 아무리 힘겹다고 해도 몇십년을 살아온 땅을 '살기 위해' 떠나는 게 두렵지 않겠는가. 카메라는 떠나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심경을 촘촘히 담았다.

이는 70년전 제대로 이별 한번 해보지 못하고 기차를 탔을 고려인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국가 때문에 조국을 떠났다가, 또 다른 국가의 폭력에 의해 강제이주 당했던 이들이, 다시 국가 때문에 그 땅을 떠나야 하다니 말이다.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사망한 고려인 1세들의 무덤도 언제 돌아올지 모른채 그대로 두고 가야했다.

떠나는 14명 가운데 고려인 2세 유 예브게니 씨의 부인 무흐따바르 씨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 연해주행 기차를 타기 전날 무흐따바르 씨는 친정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활발한 성격의 무흐따바르 씨는 평소 처럼 웃고 이야기 나누며 가족들과 식사를 나눴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춤을 신청했다. 민속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던 무흐따바르 씨가 결국에는 눈물을 보였다.

방송은 다시 첫 장면에서 보여줬던 기차역 이별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우는 이유를 알고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이 잔혹한 현대사를 보고 있으면, 요즘들어 민족기상고취에 한창인 TV드라마들이 오버랩된다. 우리 진짜 기억해야 할 역사는 무엇일까?

2부 '다시 조상의 땅에서'편은 26일 금요일 저녁 6시50분에 방송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