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당시 빌보드 음원 차트 정상을 12번이나 밟은 흑인 여성 R&B 그룹 '슈프림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드림걸즈>는, 성장 드라마를 내포한 여느 뮤지컬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에피와 디나, 로렐의 삼인조 여성 그룹 드림즈가 발돋움하고 승승장구하는 과정은 다른 성장 뮤지컬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드림걸즈>는 이들 드림즈가 유명세를 얻으면 얻을수록 주위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는 특이한 성장 드라마다. 보통의 성장 드라마라고 하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더더욱 단결하고 똘똘 뭉치지 그룹을 이탈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림걸즈>는 다르다. 드림즈가 유명세를 타면 탈수록 드림즈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단결하지 못하고 드림즈를 떠나간다.

▲ 뮤지컬 ‘드림걸즈’ ⓒ오디뮤지컬컴퍼니
드림즈의 주위를 떠나가는 대표적인 이는 차지연과 박혜나가 연기하는 에피다. 에피는 가창력으로 치면 드림즈에서 일인자를 차지하고도 남을 실력의 소유자고, 드리메츠(<드림즈>의 전 이름이다)가 누군가의 백코러스를 하느니 차라리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당당함으로 똘똘 뭉친 가수다.

하지만 에피는 드림즈의 얼굴인 디나보다는 외모에서 뒤처진다. TV라는 비주얼의 시대가 시청자에게 파급력 있게 다가설 것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한 드림즈의 매니저 커티스에 의해, 드림즈에서 에피는 디나보다 브라운관에서 노출되는 빈도수가 줄어든다. 디나보다 실력이 못한 것도 아닌데 디나를 장식하는 병풍으로 전락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 에피는 디나와 대립각을 형성하고, 지각을 하는 등 드림즈의 일정에 차질을 빚는 행동을 계속한다. 이에 커티스는 에피를 그룹에서 제명하는 초강수를 쓰고 에피는 아웃된다.

드림즈의 곁을 떠나는 이는 에피 하나만이 아니다. 제임스의 매니저 마티를 비롯하여 에피의 남동생 씨씨도 드림즈와 매니저 커티스의 곁을 떠난다. 드림즈가 유명세를 얻을수록 드림즈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뭉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드림즈를 떠난다는 건 여느 성장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 뮤지컬 ‘드림걸즈’ ⓒ오디뮤지컬컴퍼니
드림즈가 정상에 다가설수록 주위 사람들이 떨어지는 데 일조하는 사람은 드림즈의 매니저인 커티스다. 드림즈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미국 각지의 DJ에게 금품 매수와 성 매수를 서슴지 않는 목적 지상주의자 커티스의 야망 앞에서 주위 사람들이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사람을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게 될 때 커티스와 드림즈 이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탓이다. 커티스라는 인물은 ‘당신은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는가, 아니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가’를 <드림걸즈>를 감상하는 관객에게 조용하게 묻는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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