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YTN사장의 '대화' 제안에 맞서 시작된 구 사장과 노조원들과의 대화가 노조원들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29일 오전 YTN 노조원들은 평소처럼 출근 저지 투쟁 대오를 갖추지 않은 채 '왜 당신이 YTN 사장이 될 수 없는지를 직접 말해주겠다'며 구 사장의 출근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9시10분 YTN타워 후문에 도착한 구 사장. 50분간 이어진 노조원들과의 대화에서 말발이 밀린 구 사장은 결국 "자 이 정도 하겠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오전 9시 58분경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에 구 사장은 "정정당당한 절차를 거쳤다"면서 "이력만 갖고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다. 30년 기자생활 했고 전문직에 종사했다"고 대답했다.
이 자리에 있던 왕선택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구 사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15년 전 YTN은 이름밖에 없었다. YTN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다녔다. 손바닥 만한 구멍가게였는데 이렇게 번듯한 20층 건물로 바꿔 놨다. 이 후배들과 더불어 피흘리고 땀 흘리고 눈물 흘리면서, IMF때 6개월 동안 월급 못 받으면서 해낸 거다. 그런데 구 사장이 와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선후배가 오순도순 지냈던 직장이 순식간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눈을 부릅뜨는 직장이 됐다. YTN의 일등 공신 노종면을 왜 자르나. 우리 불쌍한 식구들 생각해 주신다면 결단을 내려달라."
노조원들은 '노조 저지'를 이유로 전 사원들의 10월치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구 사장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다른 노조원도 "석달 동안 호텔에서, 그것도 꼭 스위트룸만 이용하고, 5, 6천만원 흥청망청 쓰면서 800명 사원 월급은 왜 못주냐" "800명 월급 못 줬는데도 밥이 목으로 넘어가냐" "우리들은 5, 60만원도 함부로 안쓴다"며 분노했다.
이때 한 여성 노조원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석달 동안 호텔비로만 4500만원을 쓴 구 사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외부직무실로 스위트룸 쓴다 하더라도 저 금액이 우리 회사 형편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분수라는 게 있다. MBC 보도본부장 시절에는 판공비가 많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그 금액은 우리 회사 형편에 맞지 않는다."
이에 구 사장은 "스위트룸은 쓴 적이 없고, 스위트룸에 있는 회의실은 쓴 적이 있다"고 해명했으나, 노조원들의 "코미디"라는 비웃음만 뒤따랐다.
호텔 이용에 대한 구 사장의 해명이 이어졌다.
"굳이 원인 따질 필요 없겠지만 회사에서 정상적인 직무가 가능하고 회사 내에서 회의가 가능하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이야기할 때 '과다 지출'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에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책임을 져라" "사퇴해라"는 노조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구 사장은 "자 이 정도 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오전 9시58분, 급하게 자리를 떴다.
노조원들은 떠나는 구 사장을 향해 "다시는 오지 마라" "가정 파괴범"이라고 강하게 외쳤다. 간부들은 시종일관 구 사장 곁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