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2일 창사 42주년 미션과 비전을 비롯해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이하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KBS는 <공정성 가이드라인>에 자사 보도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불식할 수 있게 제작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스>가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입수, 세부 내용을 살펴봤다.

◇ 발간 목적 : KBS 공정성 진일보하게 만드는 디딤돌 역할 기대

조대현 KBS 사장은 발간사에서 “KBS는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공정방송위원회, 뉴스 옴부즈맨, 편성규약 등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제작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정성 준칙은 미비한 점이 없지 않았다. 부서별로 분산되어 있거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현장 활용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KBS 보도 및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진일보하게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더욱 발전되고 진화된 공정성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보완되어가기를 기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KBS 저널리즘이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 KBS가 3월 2일 발표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지난해 9월부터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했던 <공정성 가이드라인> 편집위원회도 발간 의의를 밝혔다. 편집위원회는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비롯해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위원들과 KBS 보도전략, 정치외교부, 사회부, 편집부, 시사제작부, 교양문화국에 소속돼 있는 현직 기자, PD 11명으로 꾸려져 있다.

편집위원회는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골고루 대변하고 합당하게 대우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의무”라며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제작자에게 방송 공정성의 필수 요건을 제시하고 공정한 방송을 위한 제작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편집위원회는 “공정성의 개념과 실천의 속성 상 이 가이드라인이 포괄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일부 내용은 향후 방송현장이 변화하고 실천적 규범이 변화하면서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 KBS가 공정방송을 위해 분투해 왔듯이 <공정성 가이드라인>의 내용도 적용과 개선을 통해서 완성되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 KBS 핵심가치 ‘공정성’ 설명에 높은 비중 할애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공정성의 개념 정립 및 관련 준칙들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총론>에서는 KBS가 추구하는 공정성의 개념이 등장한다. 방송의 공정 책임(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면서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을 규정한 <방송법> 제5조, 공정성과 공익성(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방송은 차별적이어서는 안 된다)을 제시한 <방송법> 제6조, 공사의 공적책임(방송문화 발전과 공공복지 향상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치)이 명시된 <방송법> 제4조에 기초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공정성에 대해 △KBS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내용에 언급되는 당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어떤 내용을 공표할 경우 그로 인해 자신의 가치나 견해가 부당하게 공격을 받았다고 판단하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이밖에 공정성의 유관가치로 객관성·사실성·정확성, 다양성, 균형성·중립성 등을 제시했다. 우선 객관성·사실성·정확성에 대해서는 “참 또는 진실과 관련된 가치”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규정했다.

다양성에 대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견해를 언급할 수 있는 조건에서 공정하고 균형적인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며 “결국 다양성은 공정성의 전제 조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균형성은 “관련된 당사자의 견해를 당사자의 속성에 비례해서 나누거나 또는 동등하게 나누어 제시하는 것”으로, 중립성은 “두 가지 이상의 관점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도록 입장을 정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 일반준칙 3개, 세부준칙 7개로 구성

① 공정성은 비례적이거나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의를 추구하는 윤리적 자세로 접근할 때 확보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맹종이나 맹목적인 비판에 대해 모두 주의한다.

② 어떤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과 생각이 같은 취재원이나 사례만을 편향적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떤 용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작자의 편견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

③ 의도적으로 어떤 사실을 생략하거나 의견을 마치 사실인 양 위장해서는 안 된다.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일은 사실성을 훼손하는 교묘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초래하는 길이 된다. 의견을 사실로 위장하는 일도 불공정성 논란을 유발하는 단서가 된다.

- 일반준칙 중 ‘공정성’ 설명 부분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공정성 △정확성 △다양성 등 3개 일반준칙과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 검증 보도 △선거 보도 △여론조사 보도 △공공정책에 관한 보도 △사회갈등 보도 △역사적 사건·인물에 대한 보도 △재난재해 보도 등 7개 분야별 세부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준칙에도 구체적인 세부수칙들이 뒤따른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선거보도의 경우 △취재원의 권리 보호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사실 확인 △자료출처와 인터뷰 대상자 등의 공개 △폭로성 주장의 처리 △정책과 공약의 타당성 검증을 위한 보도 △정당과 후보자에 관한 보도의 순서와 대상 △비합리적 정서 자극 금지 △불법선거 감시 보도 △여론조사 결과 보도 △영상취재와 편집 △인터뷰 및 출연 △투표 전날 방송 △선거 당일 방송의 제한 △인터넷 및 뉴미디어를 이용한 선거 보도 △인터넷을 통한 선거 보도 △인터넷 게시판 및 이용자 제작 내용(UCC) 운용 등 16개의 제작세칙을 가지고 있는 식이다.

▲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목차 일부

◇ 선정적 보도 지양, 피해자 입장 반영과 인권 보호 등 ‘재난재해’ 보도 원칙도 실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재난재해 보도’ 관련 내용도 눈에 띈다.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재난재해 보도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방송이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재난재해 보도 적용 범위는 ①태풍, 홍수, 호우, 산사태,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등과 이에 준하는 자연 재난 ②화재, 붕괴, 폭발, 육상과 해상의 교통사고 및 항공 사고, 화생방 사고, 환경오염, 원전 사고 등과 이에 준하는 인적 재난 ③전기, 가스, 통신, 교통, 금융, 의료, 식수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나 이에 대한 테러 ④급성 감염병, 인수공통 전염병, 신종 인플루엔자,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창궐 등 질병 재난 ⑤위에 준하는 대형사건·사고 등 사회적 재난 등 5가지다.

세부 준칙은 △피해 최소화 △정확한 보도 △선정적 보도 지양 △재난관리 당국과의 협조체제 구축 △취재원에 대한 검증 △피해자 입장 반영과 인권 보호 △과거 자료 사용 시 주의사항 △객관적 전망 지향 △오류 정정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지적됐던 보도 문제점을 방지하거나 최소화시키기 위한 내용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확한 보도’ 항목에는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를 따른다. 그러나 당국의 공식발표라 할지라도 그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 최대한 검증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선정적 보도 지양’에는 “사실과 관련 없는 주관적인 논평이나 감정 표현을 자제하며 본질을 호도할 수 있는 즉흥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하지 않는다. 특히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준수되지 못했던’ 피해자의 입장 반영 및 인권 보호 관련 항목도 들어갔다. <공정성 가이드라인>에는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하지 말 것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의 부상·사망 또는 실종 등의 사실을 알기 이전에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지 않을 것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히 할 것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하지 말 것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취재하지 않을 것 등의 상세한 내용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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