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기사, 광고는 광고”라는 논리로 진보성향의 경향·한겨레 신문에 의견광고 형태의 동성애 혐오 광고가 실린다. 지난해 12월 11일 <한겨레>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광주기독교단협의회의 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성적 지향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동성애 차별은 “폭력”, “범죄”이지 의견일 수 없다는 게 많은 인권활동가들의 주장이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의견광고 게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6일 인권재단 ‘사람’에서 오후7시 30분에 열렸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조중동 인터뷰를 거부하는 논리가 ‘혐오광고를 싣고 있기 때문’이었다”며 “진보성향 언론에서도 해당 광고가 실리다보니 이런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됐다. <한겨레> 등에서 ‘기사와 광고는 별개’라고 할 때, 무기력감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의견광고 게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6일 인권재단 ‘사람’에서 오후7시 30분에 열렸다ⓒ미디어스

이날 토론회에서 <한겨레> 노동조합 최원형 미디어국장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한겨레>의 동성애 혐오 광고 게재와 내부 비판 그리고 토론 과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한겨레>는 동성애 혐오 광고가 실린 다음 날 12일 <동성애 혐오 광고에 대한 조합의 입장>을 발표하고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한겨레의 기본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며 공개 사과한 바 있다.

한겨레 최원형 기자, “부끄러운 일…위원회 형태 심의기구 꾸려질 듯”

최원형 미디어국장은 <한겨레>에서 문제의 광고가 실리게 된 2010년과 2013년, 2014년으로 이어진 과정을 설명하며 “분명히 달라진 게 있다” 말했다. 최 미디어국장은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업언론 한겨레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특히, 최근 ‘혐오’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탈바꿈 시킨 세력이 있고 인권의식에 대한 사회적 퇴행도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방송의 경우 공공자원으로서 통적 통제가 비교적 갖춰져 있지만 사기업체인 신문의 경우는 그런 부분이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최원형 미디어국장은 “한겨레 내부에서 의견광고 게재에 대한 충돌이 많다보니, 민감한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국이 단독 결정하지 말고 편집인까지 같이 판단하도록 했다”며 “그런데 2014년 12월 혐오광고는 편집인이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었나 싶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노동조합 차원에서)편집인은 사과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광고윤리에 대해 손보겠다’, ‘한 개인이 판단하는 구조면 안 되겠다’라고 밝혀 향후 ‘위원회’ 형태의 심의 기구가 꾸려진 가능성 높다”고 밝혔다. 최 미디어국장은 “한겨레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정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건 절대로 안 되는 거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항의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회원 나라 활동가는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운동은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조직화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혐오 광고는 단순한 혐오 표현과는 다르다”며 “반성소수자 대중 캠페인/운동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혐오광고 관련 노사 간 협의체 구성해야”…헌법소원 제기 주장도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영상원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인종적인 차별에 주의를 기울인다”며 “그것은 인권·민주주의 중추로서의 부담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흑인에 대한 사물적 대우는 여전히 미국사회에서 지배적이다. 다만, 그것이 잘못 표출하면 20년 주기로 반복돼 왔던 폭동 소요사태가 터지고 자기 이득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주의를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규찬 교수는 “한국에서 성소수자와 이주민들에 대해 드러내놓고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동/봉기/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씁쓸해했다. <한겨레>의 동성애 혐오광고와 관련해 전 교수는 “돈이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정치적 측면에서 해당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노사 간 협의체를 신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수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차원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규찬 교수는 ‘혐오광고’에 대해 “광고의 다른 말은 프로파간다, 선전”이라며 “그건 의견이 아니라 선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싣는 매체는 언론이 아니라 선동매체라고 정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광고들을 꾸준히 싣고 있는 조중동의 위치 역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전규찬 교수는 “혐오광고를 ‘신문광고는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라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폭력적인 전쟁부추기는 선전은 사회적으로 규제해야한다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들에게도 전 교수는 “상시적으로 미디어를 통한 혐오 선전 문제를 고민하는 단위를 구성해달라. 언론관련 단체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주민운동 단체인 터네트워크 정혜실 대표는 “법이 능사가 아니지만 정확한 문구로 구성된 성문화가 필요하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했다. 비영리독립언론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보편적 역사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운동”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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