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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4회- 김혜자와 채시라, 엉뚱해서 찰진 맛깔난 대사로 드라마 살린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5.03.06 12:40

의외의 변수들은 때론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수목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시작된 가족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회 방송 만에 수목드라마 대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을 종횡무진하는 엉뚱한 대사들의 충돌은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오며 재미를 배가하고 있습니다.

촌철살인 유머로 범벅이 된 대사의 재미, 그녀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 그래서 해마다 그날이면 제사를 지내고 있는 그들에게 김철희의 생존 소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둘씩 드러나는 과거의 흔적은 결국 앞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예고합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김철희가 살아있고, 현숙의 과거 속 존재였던 나현애의 등장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이끄는 중요한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기차에서 떨어진 김철희, 그리고 두 여자에게 반지를 선물했던 그의 의도 등 남겨진 수많은 의문들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 속에서 큰 생명력이 부여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두 사건은 결과적으로 현재의 그들을 만든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또한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김철희와 나현애는 반동인물로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을 보입니다. 기본 통속 드라마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색다른 비틀기로 접근해 새롭다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 작가의 힘은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현숙이 검찰에 불려가 반성문을 쓰는 상황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최악이 공존하던 고1 시절과 오버랩되었습니다. 레이프 가렛을 좋아했던 현숙은 절망과 한숨만 가득했던 그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바람과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나말련 선생의 폭력.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잠시 빗겨나게 해주었던 인물이 바로 레이프 가렛이었습니다. 멋진 외모와 노래까지 겸비한 레이프 가렛, 그를 좋아하지 않으면 범죄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재의 아이돌이나 다름없었던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뭔가 돌파구가 절실했던 현숙에게는 레이프 가렛이 곧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그의 공연에서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잡고 그 황홀함에 기절까지 했던 현숙은 그 공연장에서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인 종미도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열광은 곧 퇴학을 당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누구도 자신에게 귀 기울지 않고 관심조차 없던 시절,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레이프 가렛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행동은 신문기사로 도배가 되었고, 현숙은 그렇게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퇴학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며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현숙과 그런 엄마의 과거를 우연하게 알게 된 마리. 그들의 연결 고리에 존재하고 있는 아나운서 출신 피디 두진의 관계 역시 흥미롭게 엮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만나면 위험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바로 마리와 두진입니다. 두 사람의 어머니가 바로 현숙과 나현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진의 친모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어머니가 나현애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한다고 해도 결혼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필연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악연은 조금씩 인연이 되고, 그렇게 사랑이 싹트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변 사람들과의 충돌들은 드라마적인 재미를 배가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통속극에서 빠질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식 사랑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나현애가 두진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문학과 현정의 관계에도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학정원 대표로 엄청난 부를 지니고 있는 문학은 오랜 시간 아나운서 현정을 지켜봐왔었습니다. 그리고 우연인지 이를 가장한 필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만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들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출국하는 레이프 가렛을 보며 울부짖던 소녀 현숙을 비난하기에 급급한 현실 속에서 두진의 아버지 이문수 기자만이 왜 그녀가 그렇게 울어야만 했는지를 심층적으로 기사화해낸 것을 마리는 알게 됩니다. 현숙을 글로 옹호했던 이문수 기자가 그녀를 그렇게 되도록 밀어냈던 교사인 나현애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

동창들 모임에 나현애를 보기 위해 용기를 내서 찾아간 현숙은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며 과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미워했던 교사. 그런 교사에게 비록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당신은 교사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고 강렬하게 한 방을 쏘는 그녀는 통쾌했습니다.

철저하게 성적지상주의를 내세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하던 폭압적인 교사 나말련은 이런 비난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그녀가 현숙을 학교에서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이유는 체육교사였던 한충길과의 밀회를 나누던 것을 현숙에게 들켰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현숙을 몰아내지 않으면 자신의 운명 역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비교육적이며 가학적이기까지 한 현숙 괴롭히기로 이어졌습니다.

   
 
나말련과 연인 사이였던 한충길이 현숙의 아버지인 김철희를 구한 은인이라는 사실도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모두 하나로 촘촘하게 엮인 상황에서, 그 매듭들을 엉키지 않게 조화롭게 풀어내느냐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박 총무의 과거 이야기마저 어떤 식으로든 공개될 수밖에 없고, 그 공개된 내용이 의외의 반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치 미스터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도 합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정구민과 현숙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구민을 몰래 짝사랑하는 박총무 박은실은 과연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도 흥미롭기만 합니다. 양파를 까듯 자꾸 새로운 이야기들을 드러내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서고 있는 중입니다.

장모란이 알고 있는 김철희의 마지막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왜 두 여자에게 같은 반지를 선물했는지에 대한 의문들도 풀어내며 보다 큰 재미로 다가올 듯합니다. 김철희라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순옥과 모란의 기괴한 동거는 새로운 재미로 다가옵니다.

순옥의 집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모란에게 그녀는 "그럼 BB크림은 왜 바른 거에요?"라는 말도 모든 가능성을 잘라 버립니다. 자신에게 보약까지 해 먹이는 이유나 보기에도 싫을 것 같은데 함께 지내자고 하는 의도를 알 수가 없는 모란을 꼼짝없게 만드는 순옥의 이 엉뚱한 화법은 시청자들마저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순옥의 남편이자 모란의 연인이었던 철희의 기일에 모두 모여 한 마디 하라는 말에 "아름다운 밤입니다"라는 모란의 발언은 시청자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왜 이 대사가 이렇게 웃기는지에 대해서는 10대와 20대는 알 수 없었을 듯합니다. 이 대사는 바로 모란을 연기하는 장미희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하며 했던 말로 큰 화제가 되었고,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러디가 되며 과거 유행했던 대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작가의 이런 재기발랄함은 현숙에게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중학생 시절 시로 상도 받았다는 그녀에게 그 모든 것이 싫었던 나말련은 현재 테이프를 두 손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을 시로 표현해보라고 합니다. 나 선생의 요구에 아무렇지도 않게 "오른손으로 돌리고... 왼손으로 돌리고... 두 손으로 돌려도 되잖아"로 이어지는 그녀의 시구는 다시 한 번 포복절도하게 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빔면 CM 가사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현재 비빔냉면을 먹는 상황과 절묘하게 결합되며, 당당하게 그 현장에서 나 선생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 댄 후 돌아서기 직전 "두 손으로 비벼 맛있기 드세요"라는 현숙의 모습은 강렬했습니다.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지만, 절묘하게 상황을 압도하고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주목하게 합니다. 익숙한 방식의 이야기 구조와 등장인물들의 얼개 등은 자칫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이 촌철살인 같은 맛깔 나는 대사들은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이야기의 힘은 좋은 배우들을 만나며 영혼을 얻었고 그렇게 <착하지 않은 여자들>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런 대사를 저토록 아무렇지도 않으면서도 그럴 듯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이들의 찰진 대사들은 이 드라마 성공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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