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사장 공모에 총 5명이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김성수 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 등은 지난 2012년 연합뉴스노조의 103일 파업을 촉발한 인사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달 23일부터 4일까지 사장 공모를 냈다. 공모에는 김성수 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 박노황 연합인포맥스 특임이사, 박호근 전 연합인포맥스 사장, 성기준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 오재석 연합뉴스 국제사업담당 상무 등 5명이 지원했다. 모두 연합뉴스 출신이지만 박정찬 사장 시절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이하 연합뉴스노조)가 벌인 공정보도 쟁취 103일 파업을 촉발한 인사와 정치권 진출을 노렸던 인사들이 있어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노조는 5일 발행한 특보에서 △불공정보도와 인사 전횡으로 파업 촉발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경우 △경영능력이 부족한 경우 △정치권에 줄을 댄 낙하산인 경우를 ‘부적격’ 기준으로 들며 현재 지원자들에 대해 “부적격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 4일 마감된 연합뉴스 신임 사장 공모에는 총 5명이 지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수 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 박노황 연합인포맥스 특임이사, 박호근 전 연합인포맥스 사장, 오재석 연합뉴스 국제사업담당 상무, 성기준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노조가 부적격 1순위로 꼽는 김성수 본부장은 ‘박정찬 친위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1981년 연합뉴스 공채 1기로 입사한 김성수 본부장은 박정찬 사장 시절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편집 총책임자인 편집상무를 맡았다. 연합뉴스노조는 노사편집위원회에서 편향보도 문제제기가 있을 때 모르쇠로 일관했고 편집과 경영 분리 원칙을 무시한 채 기사에 관여해 왔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공채 3기인 박노황 특임이사는 오랫동안 편집국을 떠나 있다가 박정찬 사장 취임 때 편집국장을 맡았다. 연합뉴스노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축소보도, 4대강 사업 찬미 특집기사, 한명숙 전 총리 유죄 단정 공판 기사 등 기본이 짓밟힌 편향보도로 103일 파업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채 2기인 성기준 상무는 2006년 편집국장을 거쳐 2008년 기획총무상무를 역임했다. 연합뉴스노조는 성기준 상무가 편집국장을 맡았던 2007년,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까지 받았던 신정아 박사 학력위조 기사를 송고 2~3시간 만에 삭제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성기준 상무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노사협상 담당인 기획총무 상무와 전무를 지냈다.

연합뉴스 공채 2기인 박호근 전 사장은 1987년 기자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연합뉴스노조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인포맥스가 분사돼서 나갔을 때 함께 나갔던 인물이다. 연합뉴스노조는 박호근 전 사장이 2012년 고향 울산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출판기념회까지 했다가 여당 공천이 어려워지자 포기한 전력을 아킬레스건으로 꼽았다.

연합뉴스 공채 4기인 오재석 상무는 2008년 편집국장, 2012년 한민족센터 본부장을 맡았다. 연합뉴스노조는 “(오재석 상무는) 아랫사람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며 “조직 장악을 꾀하는 과정에서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파업의 중요 성과인 편집총국장 폐지를 기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사추위, 밀실 낙점 인사를 통과시키는 거수기 돼서는 안 돼”

5일 낮 12시, 연합뉴스노조 및 언론시민단체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자리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태영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선출을 위한 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 5일 낮 12시, 연합뉴스노조 및 언론시민단체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자리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태영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선출을 위한 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연합뉴스 사장 지원자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내부 출신이지만, 연합뉴스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권의 입맛대로 보도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부적격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사장추천위원회와 뉴스통신진흥회가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해 부적격자나 무능력자, 파업 촉발자를 선임하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사추위와 진흥회는 구성원들의 이런 염원을 받아 안아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공영언론 장악 시도에 맞서 어깨를 맞대고 공영 언론의 독립성과 언론 자유, 나아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훈 연합뉴스노조 지부장은 “향후 3년 간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선두를 맡아 공정보도를 지켜나갈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며 “사추위가 밀실 낙점 인사를 통과시키는 거수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모든 언론에 앞서 먼저 취재하고 소식을 전하는 중차대한 임무 가지고 있는 언론이고 얼굴 없는 기자로서 최초보도를 책임지고 있다”며 “이런 연합뉴스가 또 다시 불공정보도와 인사전횡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한 것이다. 그런데 사추위가 몰상식과 비상식으로 답할까봐 걱정”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한 공정보도를 꼭 쟁취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보도 의지가 없는 사람들, 정권과 맞서 비판적 보도를 지원하고 지켜낼 자신이 없는 사람들, 연합뉴스 사장 자리는 당신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5일 오후 2시 40분 현재, 연합뉴스 사추위가 구성돼 5명의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3명, 연합뉴스노조 추천 인사 1명, 진흥회와 연합뉴스노조 공동 추천 인사 1명 등 총 5명으로 꾸려지는 사추위는 공모 마감이었던 4일 구성됐다.

진흥회 손영준, 정성만, 허승호 이사와 이강택 전 언론노조 위원장,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사추위원으로 참여한다. 손영준, 정성만, 허승호 이사는 각각 대통령,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에서 추천한 진흥회 이사들이다. 연합뉴스노조는 이강택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연합뉴스노조와 진흥회는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연합뉴스 사장은 오늘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복수 추천한 후 10일 진흥회에서 면접을 통해 최종 1명의 후보를 확정한다. 이날 확정된 후보는 오는 25일 연합뉴스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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