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광고총량제 도입을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월 13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방통위의 안을 둘러싼 여러 사업자들의 첨예한 이해대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매체들이 광고총량제의 도입에 대해 비난하는 보도와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포털 창에 ‘광고총량제’만 치더라도 수많은 관련 뉴스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규제의 완화가 공공성을 해치고 매체간의 균형발전을 해칠 것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광고규제의 완화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된 사업자들이 각자의 손익을 셈하여 정책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을 표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보도의 형식으로 ‘시청자’라는 이름을 팔아 스스로의 이익을 숨기면서 ‘공공성’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청자의 ‘시청권’은 단지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에 국한될 수 없다. 시청권은 품질 높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을 권리도 포함한다. 오히려 광고가 방송사에 있어 불가피한 재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시청권은 후자에 더욱 방점이 찍히게 된다. 광고는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콘텐츠를 저가에, 혹은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상당한 기능을 수행한다. 광고가 없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비용을 들여서 방송을 보아야 할 것이다. 광고를 통해 얻은 수익은 방송사에게는 매우 커다란 재원으로 작동한다. 무료방송인 지상파의 경우는 광고가 가장 커다란 재원일 수밖에 없다. 가입자에게 요금을 받고 지상파 채널 사이사이에 홈쇼핑을 배치하여 수수료를 받는 유료방송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2014년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물론, 이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경우이다. 그렇다면 유료방송의 콘텐츠 시장은 어떤가? 콘텐츠 시장에서 광고는 유료방송에게도 비중있는 재원이다. 그렇지만 PP는 플랫폼사업자들로부터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다. 역시 무료인 지상파와는 차이가 있다. 더구나 이번에 방통위가 발표한 광고총량제 도입안을 살펴보면, 지상파 이외의 방송에 더욱 큰 폭의 규제완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전히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불허되며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무료방송에 대해서는 규제를 유지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보는 유료방송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했다. 이런 상황에 ‘지상파 특혜’라는 틀린 주장이 난무하는 것은 결국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규제의 유지’를 역설하는 것이리라.

현재와 같은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유료서비스의 홍수 속에 방송의 상업화 기조는 날로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이 공공서비스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공공서비스 영역의 강화를 위해 공공서비스를 행하는 방송사의 재원 안정성을 지원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사업자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사업자들의 이해대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며 가까스로 마련한 안조차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들의 눈치만 보는 행태는 이제 멈춰야 한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것을 중심에 놓는다면 지상파방송의 공공서비스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덧. 공공서비스를 행하는 방송으로서 지상파를 올곧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상파의 재원확충을 고민함과 동시에, 다채널서비스를 하루빨리 실시하여 진정한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미정 /

현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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