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가 3회를 지나 4회가 오늘 방송된다. 약간은 익숙하지 않은 블랙코미디 장르인데 볼수록 매력이 있는 볼매 드라마이다. 아직 시청률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지만, 고아성과 이준의 연기 그리고 드라마의 내용으로 보아 대기만성할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약간은 힘을 빼고 봐야 한다. 드라마 자체는 힘이 들어가 있고 매우 무거운 분위기지만, 그 안에는 매우 가볍고 위트 있는 장면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가벼움과 현실이 대비되면서 헛헛한 웃음을 주는 블랙코미디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꼬집고 있다. 이는 갑들의 병맛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초일류 상류층인 한인상(이준)과 대표적인 서민인 서봄(고아성)의 만남에서부터이다. 한인상과 서봄은 캠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며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그때 서봄이 임신을 하게 된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을 앞둔 한인상과 서봄이 아이를 낳게 되고, 한인상의 아버지인 한정호(유준상)과 최연희(유호정)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두운 집안과 차가운 말투, 때로는 히스테리한 날카로움을 보여주면서 숨 막히는 상황들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안에 아이러니한 모습이 담겨지며 웃음을 자아낸다.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집안, 서울대는 기본으로 들어간 아들에게 갑자기 어느 날 생긴 아기. 배부른 여자친구를 데려와 허둥대는 모습이나 아기가 우는 소리를 처음 듣는 한정호와 최연희의 모습은 가장 똑똑한 사람을 코스프레한 동네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정호와 최연희는 유모에게 자라왔고, 아이들도 유모의 손에 키웠다. 그래서 아기가 저녁에 왜 우는지도 모르고, 우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기가 쉬도 때도 없이 운다는 것은 책이나 TV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으로 한정호와 최연희는 순식간에 백치가 되고 만다. 스케줄조차 비서가 정하며 비서에 의해 정해진 대로 행하는 로봇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생활 속에 본모습과의 괴리가 자꾸 발생하게 된다. 최연희는 자신의 가족이 잘되도록 용한 점집에서 부적을 붙인다.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대대로 법조인 집안에 합리적인 선택만을 해왔기 때문에 점 같은 것은 보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는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라고 한 부적을 흘리고 나오게 된다. 분위기는 매우 딱딱하고 무겁지만, 상황 자체는 코믹하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회유하고, 안 되면 돈으로 협박하는 갑질의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현실에서 대두되고 있는 갑질문화에 대한 통렬한 시사 또한 던지고 있다. 땅콩회항이나 재벌3세의 빌딩 갑질 같은 것들은 이 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권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자신의 잘못은 모른 채 그저 자신을 그런 궁지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협박하고 복수하겠다는 모습은 블랙코미디보다 더 코미디스럽다. 때로는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최근 이슈가 된 갑질 문화가 그런 것 같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냉소적이고 음울하고 때로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지만 그 안에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블랙코미디 드라마이다. 풍문으로 들었지만, 우리의 현실을 매섭게 가볍게 꼬집고 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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