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하도급업체 노사 교섭이 교착 국면이다. 기존 ‘근로자영자’에서 노동자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사회보험 비용을 노동자들이 부담하는 탓에 25만 원 임금을 인상해도 정작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드는데, 노사는 임금 인상 수준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쟁점은 ‘다단계 하도급 금지’다. 특히, 회사는 노동조합의 ‘재하도급 금지’ 요구에 최대 3년의 유예기간을 요청했는데 이대로 교섭이 타결된다면 재하도급 업체 소속 조합원들은 교섭의 수혜조차 입지 못한다. SK, LG의 ‘시간끌기’ 전략이 노동자를 갈라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인데,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원청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고공농성과 노숙‧단식농성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2일 희망연대노동조합 박재범 정책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노동조합은 설 이전에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사측은 도급기사의 정규직 전환비용을 노동자의 임금으로 부담해야 하고, 재하도급 업체의 경우 정규직 전환 시기도 (비공식적으로)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교섭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재범 국장은 이어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에) 재하도급 기사들이 조합원으로 있는데, 회사 안대로 하면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임금인상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핵심은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없애면서 정당한 노동시간과 생활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서인데, 이 핵심에 대해 수용하지 않고 있어 교섭이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비용 문제를 들며 정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타협의 여지가 있으나 “노동조합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재하도급 금지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하도급업체들은 공식적으로 3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했고, SK브로드밴드 또한 정규직 전환을 일정 기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재하도급 금지 문제는 여러 쟁점 중 하나일 뿐이다”,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 “내일(3일)에도 교섭이 있다”며 “사측에서 노동조합이 제시한 안을 두고 조율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하도급 구조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는 ‘병’도 아닌 ‘정’이 되는데 ‘갑’ SK와 LG가 직접교섭에 나오지 않고 ‘을’ 하도급업체들이 ‘병’ 재하도급 업체를 정리하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 내부는 쪼개지기 쉽다.

회사의 입장은 확고하다. LG 측 교섭을 대리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용연 노사대책2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협력사들에게는 재하도급 기간이 남아 있고, 이는 민사적인 부분”이라며 “이는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고 재하도급을 중단할 경우 인력운용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고, 그래서 유예기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리적으로 보면 재하청업체 소속 조합원들의 사용자는 재하청업체로, 애초 교섭 상대방이 (1차 하도급업체가) 아니다”라며 “임단협을 체결하더라도 적용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금 인상분 적용 시점에서도 노사 의견은 갈린다. 애초 노사는 지난해부터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으나 결국 해를 넘겼다. 이에 회사는 타결 시점부터 인상분을 적용하자는 입장이고, 노동조합은 경영여건 상 2014년도에 대한 적용이 힘들다면 이를 다른 방식으로 보전해 달라는 입장이다. 경총 황용연 팀장은 “임금 수준과 함께 소급 적용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쟁점이지만 임단협의 핵심은 ‘미래에 대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불임금 등 과거사 정리도 쟁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는 교섭이 교착상황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SK와 LG 하도급업체들이 ‘경총’에 교섭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과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원청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직접교섭을 요청했으나 원청은 도급비 인상 등을 약속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고, 하도급업체들은 경총에 교섭을 위임했다. 그러나 경총은 업체들과 의견을 조율한 뒤 실무교섭에 임하는 만큼 교섭이 더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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