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UCC(user created contents)가 가장 진화한 형태인 1인 방송'을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수용했다. 개인이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자신만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1인 방송,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게 된 콘셉트를 인터넷을 넘어 TV 예능 콘텐츠로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결국 이 프로그램의 관건은 사람들이 흔히 인터넷 방송을 통해 느꼈던 재미는 물론, 그것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화 했을 때 소통으로 제대로 확장할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렸다.

첫 선을 보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여섯 개의 작은 스튜디오를 마련해 여섯 명의 출연자들이 제한 시간을 두고 그 스튜디오에서 각자 1인 방송을 하도록 한다. 또한 이들의 방송은 다음 팟을 통해 실시간 생방송으로 방영되었으며, 외식 사업가 백종원, 방송인 김구라, 김영철, 가수 홍진영, 정준일, AOA 초아 등이 첫 출연자로 참여했다.

마리텔을 대하는 여섯 가지 자세

이들이 <마리텔>에 대하는 자세는 제각각이다. 시작 버튼을 누르지 못해 시작부터 어설픔을 드러냈던 정준일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램 중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으며 며칠 동안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리는 등 화제가 된 초아도 있다. 김구라는 최근 화제가 된 신상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며 '트루 스토리'를 내건다. 또한 자신 있는 올드팝을 소개하는가 하면, 일신상의 문제로 인해 앓게 되었던 공황장애를 예로 들며 중년의 건강을 화두로 삼아 자신을 치료한 정신과 의사까지 초빙한다.

백종원은 외식사업가로 알려진 그의 유명세 뒤에 가려진 셰프로서의 면모에 충실했다. 가볍게 오이 볶음, 계란말이부터 시작하여 닭볶음탕, 간짜장까지 다종다양한 요리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다. 영어하는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린 김영철은 역시 자신의 특기인 영어를 들고 나온다. 'actually' 등을 통해 실제 영어와 한국적 영어의 갭을 설명하며 실용적인 영어 강의를 풀어 나간다.

이미 개그감이 있는 가수로 널리 알려진 홍진영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한다. 인터넷 방송에 맞게 먹방, 댄스 등 다종다양한 장기를 선보이고자 한다. 정준일은 그의 명성에 걸맞게 호소력 있는 노래로 시청자들을 유인한다. 초아는 화제의 걸그룹 AOA의 후광을 넘어, 민낯부터 고양이 같은 애교 있는 외모를 탄생시킨 화장법, 겨울왕국의 'let it go'를 소화해내는 가창력까지 뽐내며 가장 화제성 있는 출연자가 되었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플랫폼과 그것을 다시 지상파 예능의 콘텐츠로 걸러낸 <마리텔>은 두 번의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가능성과 숙제를 남겼다.

먼저 1인 방송이라는 인터넷 방송의 포맷을 어떻게 살려내는가의 문제이다. 여섯 명의 출연자가 여섯 가지의 콘셉트를 가지고 창대하게' 시작하였지만, 막상 실시간 접속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노잼'으로 나오거나, 프로그램 종영 즈음에는 백종원의 '요리'를 제외하고는 각 콘텐츠의 특성도 드러나지 않고 심지어 차별성조차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이 정규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각 출연자들의 차별성 있는 콘텐츠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구라의 방송이나 김영철의 방송은 그 자체로 재미가 있었고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했지만, 정작 실시간 반응을 얻지 못한 데서 보여지듯이, 이런 개인 방송에 접근하는 시청자 층의 특성이 연령대나 관심 분야에 한계가 있다는 면에서 이 또한 프로그램의 과제로 남겨진다. 결국은 요즘 트렌드인 먹방이나 아이돌의 민낯이나 망가짐이 관심을 끈다면, 결국은 인터넷 방송의 폐해라고 하는 자극적인 경쟁을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 방송의 특징인 시청자들과 1인 bj간의 실시간 소통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마리텔>이란 프로그램의 특성인데, 그 면에서 역시 <마리텔>은 숙제를 남긴다. 실시간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달하기 위해 프로그램은 말풍선이나 접속수에 따른 벌칙 등을 도입해 그 반응을 전하기에 고심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관건은 bj들이 시청자들과 얼마나 호흡하는가가 인터넷 방송의 묘미인데 이런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한 출연자들은 그 점에서 미흡했다. '노잼'이라는 반응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실시간 시청자들의 세세한 반응에는 둔감했다. 오히려 백종원이 요리를 하면서 자신이 볶은 간짜장을 '아스팔트'라 지적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자연스레 반응한 반면, 초아 등은 그저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여 실시간의 호흡을 간과했다.

신선한 시도, 고정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1인 bj의 방송을 도입, 예능의 새로운 영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마리텔>은 신선했다. 그리고 신선한 만큼 화제도 되었다. 하지만 첫 회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것과 달리 2회에 이르러서는 결국 백종원의 '요리'만이 남은, 마지막 즈음에는 모두가 손을 놓다시피 한 콘셉트에 대해서는 좀 더 다각적인 고민과 시도가 필요할 듯하다. 시청률 1위의 상품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1분 역시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1분을 자신의 아내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으로 승화시킨 백종원이 있었기에 특별한 1분이 되었다.

인터넷 방송의 시조라 했던 김구라가 자신의 장기였던 '욕'을 버리자 평범해져 버렸고, 예능에서 입담으로 날렸던 김영철이나 홍진영은 고전했다. 트렌드인 요리를 통해 자신만의 장기와 평범한 1분 소개 시간에서도 진심을 끌어낸 백종원 같은 출연자, 그리고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초아와 같은 출연자가 화제가 되었다는 점, 그것이 <마리텔>의 묘미이자 동시에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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