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는 차줌마 차승원의 주부놀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차승원이 자리를 비우고 그 자리를 유해진이 차지해 차승원과는 차원이 다른 요리를 보이며 흥미를 유인했는데, 그것 역시 차승원이 해놓은 것에 의한 반사이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리하는 남자 백종원이 티비에 등장했다. 백종원이 요리를 잘하는 것이 하등 신기할 일은 아니다. 그 스스로가 사업가가 아니라 요리를 연구하는 요리사라고 힘주어 강조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잘나가는 톱스타 배우가 요리를 해도 너무 잘해서 난리지만, 정작 그냥 요리사도 아니고 연구하는 요리사라는 백종원이 요리를 못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프로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의심쩍을 정도로 허술한 모습이, 그를 의심하기보다는 좀 더 믿음직스럽게 하는 이상한 현상을 낳고 말았다. 그 결과 당연히 걸그룹 초아가 1위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백주부 백종원이 최종 1위로 올라섰다. 요즘 요리하는 남자들이 대세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만약 기존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았으면 백종원이 1위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이라는 특수성이 섹시하고 귀여운 걸그룹 멤버 대신 구수하고 허당끼 농후한 중년의 요리사 백종원을 우승자로 만들 수 있었다. MBC가 설 연휴 특집 파일럿으로 제작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테)은 인터넷 1인 방송을 지상파로 끌어들인 것이다. 인터넷방송 혹은 BJ라는 말은 곧바로 아프리카 티비로 연결이 된다. 다음팟도 개인방송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아프리카 티비만큼 다양하지 못하고 또 치열하지 않다. 그것은 아프리카 티비가 별풍선이라는 수익구조를 통해서 BJ들의 노력과 수고를 보상받게 해준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된다.

어쨌든 티비 앞에 앉기 힘들 시간과 장소라도 인터넷에 접속만 할 수 있으면 연결이 되는 아프리카 티비 혹은 다음팟 방송에서 개인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들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제도권 방송으로 트렌드를 형성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먹방이다. 먹방 자체도 그렇고, 먹방이라는 단어가 바로 인터넷 방송에 의해서 만들어진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그저 남들에게 잘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데, 그것을 통해 수천만 원의 수익까지 올린다니 놀랍기만 한 일이다.

이 마리테의 특성을 몇 가지 말하자면 우선 방송하는 모습을 방송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제작 후일담은 다큐 형식으로는 가끔 접할 수 있지만 마리테는 후일담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는 방송을 방송한다는 흥미로운 구조를 갖고 있다. 관찰 예능의 진화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MBC의 또 다른 프로그램 작정하고 본방사수와도 조금은 일맥상통한 부분이 엿보인다.

또한 지금까지 어떤 서바이벌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살벌한 서바이벌이라는 점이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표현은 좀 바꿀 필요가 있음)으로 나눠서 순위를 매긴다. 순위는 물론 시청률이고, 마리테의 시청률은 각자의 출연자들이 개설한 방에 들어온 시청자숫자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 후반전에는 최종 2인만 남겨두고 5분 간격으로 강제로 방송을 종료시켜 버린다.

이번이 파일럿이고, 출연자들이 모두 인터넷방송에 낯설고 서툴러서 그렇지, 만일 정규화된다면 출연자들이 이 강제종료를 면하기 위해서 어떤 기발한 콘텐츠를 개발해올지 대단히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된다. 그것이 조금은 허술하고 또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의 수많은 방송이 있음에도 작은 인터넷방송의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 날것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이제 지상파가 인터넷방송의 싱싱한 날것을 품었다. 파일럿이라 분명 엉성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얼마든지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요즘 지상파 예능이 케이블과 종편의 실험성에 밀려 고전 중이다. 그러나 마리테는 그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실험적인 성격과 또한 참신함이 있다. 마리테의 정규편성을 기다리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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