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시청률 13.3%(닐슨), 동시간대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통틀어 1위, 바로 신드롬급의 인기를 불러일으킨 <삼시세끼> 어촌편의 기록이다. 매주 이 프로그램에서 '차줌마' 차승원이 만들어낸 음식들이 화제가 되고, 새로이 합류한 손호준 등의 인간적인 매력에 대한 극찬이 이어진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매력

<삼시세끼>는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먹는 프로그램이다. 농촌으로 간 이서진과 옥택연은 그들이 함께했던 드라마에서처럼 형제애를 보이며, 매주 방문하는 게스트들과 함께 정선 텃밭에서 거둬낸 자연 먹거리로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어 만재도로 간 어촌편은, 보다 광활한 바다라는 '텃밭'을 이용하여 삼시세끼를 꾸려나가야만 했다. 처음 출연자로 정해졌던 장근석이 자진하차하면서 차승원, 유해진 두 사람만의 조합으로 프로그램이 제대로 풀려 나갈 수 있을까란 우려가 무색하게 어촌편은 '농촌'편을 뛰어넘는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촌으로 간 두 남자 차승원과 유해진은 '브로맨스'를 넘어 아예 대놓고 '차줌마'에 '참바다씨'부부 코스프레를 한다. 거뭇한 콧수염에 몸에 착 달라붙은 스키니한 올 블랙 의상이 무색하게, 손이 마를 새 없이 끼니를 챙기는 차승원에게 이제 더 이상 '차줌마'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다. 그런가 하면 벌써 고기를 못 잡은 지 여러 날 되건만 매번 허탕을 치면서도 바다를 향하는 '참바다'씨 유해진은, 능력 없지만 사람 하나는 좋은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 딱 그대로 이다. 그들은 분명 남자와 남자지만, 프로그램에서의 캐릭터는 우리네 엄마 아빠보다도 더 엄마 아빠 같다. 이제 거기에 말 잘 듣는 착한 아들 손호준에 애완견 산체와 애완 고양이 벌이까지 합세하니 금상첨화다.

이렇게 가족이 된 <삼시세끼> 세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은 마치 그들이 우리의 가족이나 친지라도 되는 것처럼 정겹게 다가온다. 더구나 만재도라는, 육지에서 6시간이나 떨어진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바다에서 나는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갖가지 먹거리는 물론, 화덕을 만들어서까지 구워낸 빵에, 도시에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토마토케첩까지 만들어내는 삼시세끼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의 정성이 느껴져서 더더욱 그들이 남 같지 않다. 까짓 도시에서는 그냥 때우면 그만인 끼니에 온갖 정성을 들여 가족을 위한 만찬을 차려내는 데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가족애를 새삼 느끼게 되어 뭉클해진다.

쓰레기가 되어버린 정우

이렇게 시청자들이 어느덧 차줌마와 참바다씨 그리고 착한 아들 손호준을 '우리'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삼시세끼에 위로를 받으면서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들의 진정어린 삼시세끼에 어울리지 않는 혹은 거슬리는 것들, 혹은 인물에 대해 마치 우리 가족을 모욕하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희생양이 된 것은 바로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 출연한 정우였다.

아마도 차줌마네 가족에 대해 그렇게 '애착'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면 정우가 보인 행동들은 그저 경상도 남자의 투박한 행동으로 치부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재도와 거기에 깃들인 차줌마네 가족, 그리고 묘기에 가까운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차줌마에 대해 감탄을 넘어 '감동'을 느끼고 있는 즈음, 그런 배경 지식이 없이 단 하루 동안 만재도를 방문한 정우의 무심한 행동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우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배를 타고 온 속에 제 아무리 손호준이 설명을 곁들였어도 그 '빵'을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냥 '빵'이 아니라 장발장의 눈물겨운 빵 못지않은 히스토리를 가진 차줌마의 빵이었기에, 그런 정우의 거부가 불쾌함을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응답하라 1884>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 즈음이라면 '쓰레기'처럼 눈치 없는 정우라며, 예능에 서투르다고 넘겨주었을지도 모를 질문 하나에도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더구나 그가 출연한 영화가 구설수에 얹혀 관객들의 반응조차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결국은 홍보차 방문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 가족'인데 우리 가족을 자기 홍보에 이용하고자 오면서 태도마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엄마가 잔뜩 고생해서 손님을 대접하려고 하는데, 나이도 어린 손님이 집에 와서 어른 대접도 안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비춰졌던 것이다.

그런 논란이 부담이 된 듯 27일 방영분에서는 어떻게든 미운 털이 박힌 정우를 보듬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다음 날 바로 차승원과 함께 떠나야만 하는 정우에게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설거지를 해도, 이제야 분위기를 알아챈 듯 차승원 말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손호준에게 아쉬움을 문자로 전해도, 이미 지난 한 주 동안 숱한 게시판을 달구었던 그 논란이 잊혀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언제나 나영석 피디가 해왔던 방식으로 이서진이나 이승기 그리고 윤상이 그랬듯이, 논란을 일으키고 반전 매력으로 그것을 뒤집는 식으로 정우를 그려내 보고자 했지만 지난 한 주를 달구었던 '정우' 논란을 뒤엎기에 27일 정우의 분량은 너무도 미미했다.

오히려 27일 방영분은 '엄마 없는 집에서 휴일을 만끽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유 있는 하루'에 방점이 찍혔다. 정우는 일찌감치 사라져 버리고, 겨우 하루를 비우면서도 노심초사하는 엄마 차승원과, 그런 엄마의 우려는 아랑곳없이 엄마 없는 여유에 한없이 자유로운 아버지와 아들의 한가로움이 시선을 잡는다. 결국 정우는 홍보하러 왔다가 홍보는커녕 '쓰레기'로 쌓은 이미지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리고 돌아가 버린 셈이다.

<삼시세끼> 가족주의의 함정

실제 정우가 어떤 사람일지는 모른다. <삼시세끼>의 정우는 제작진에 의해 편의적으로 편집된 화면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그의 진심 혹은 진면모와 상관없이, 우리가 된 차줌마네 가족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다 가족에게 민폐만 끼치고 떠난 객식구 노릇만 하고 사라진 것이다. <삼시세끼> 농촌 편이 이서진과 옥택연이라는 상대적으로 젊은 주인에, 그보다 나이가 많았던 대부분의 게스트들로 서열이 역순이었다면, <삼시세끼> 어촌편은 수직적 가족관계의 예능인 것이다. 정우의 문제라면 그런 분위기에 대한 시청자의 열광적 반응에 대한 사전 준비 없이, 6시간 걸려 고생하며 배를 타고 하룻밤 머물다 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지난 한 주 내내 달궜던 논란이 어쩌면 그저 정우란 사람이 '다른' 것인데, 그것을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데 제작진이 강조한 '가족주의'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한, 그 이면에 흐르는 선후배간의 엄격한 서열 또한 무시하지 못할 노릇이다. '가족주의'든 '선후배 문화'든 결국 그 본질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철저한 '우리'라는 높은 울타리이다. 조금이라도 '우리'와 다를 것 같으면 밀어내어 버리는 철벽같은 '우리'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농촌편에 이어 팍팍하고 여유 없는 우리 삶에 제대로 쉼표를 찍어주는 휴식 같은 예능이다. 또한 '먹기 위해 사는'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우리가 잃어버린 것, 우리가 애착을 가진 것들에 대해 복기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우리'에 대한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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