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으로 만났던 김제동의 톡투유가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 같다. 방송 전 그다지 크게 화제가 된 것도 아닌데 설 연휴 기간 방영된 파일럿이 2%에 가까운 시청률을 냈다. 그렇지만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제동과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의 우군들의 활약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방송을 보면서 파일럿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음 주에 방송될 것 같았다는 점이다.

일주일 뒤 방송 편성표에 김제동의 톡투유는 없다는 사실이 왠지 당혹스럽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그에 맞춰서 김제동의 톡투유에 대한 정규 편성 논의 중이라는 다수의 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어 희망을 가져볼 필요는 충분하다. 그 희망으로 김제동의 톡투유가 정규 편성돼야 하는 이유들을 정리해본다.

무엇보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진짜 웃을 수 있는 토크쇼다. 요즘 분노조절장치가 고장 난 사회현상을 자주 보고 있다. 심지어 홧김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할 정도다. 사건이 되지 않더라도, 혼자서 치미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서 쓸데없는 힘을 써야 하는 시대다. 그럴 때 웃음은 아주 좋은 특효약이다. 그런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광범위한 웃음 처방전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티비가 최고다.

그러나 티비 예능은 요즘 몇몇 경우를 빼고는 고전 중이다. 봐도 웃기지 않고,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예능들이 태반이다. 요즘 그나마 제대로 긴장 뺀 웃음을 주는 것이 삼시세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티비만 켜면 예능인데 예능이 웃음을 주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물론 예능들은 오래전부터 하던 것을 하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더 이상 웃음이 되지 못하는 시청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 문제를 톡투유에서 정식으로 논의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김제동의 톡투유가 정규 편성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의 예능이라면 엠씨와 몇 명의 패널, 게스트들이 보여주는 웃음이 전부고, 그것만 잘하면 된다. 그래서 지들끼리만 웃네? 하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예능이다. 또한 방청객이라고 해봐야 리액션을 잘해줄 또 하나의 방송 조력자일 뿐이다.

그런데 김제동의 톡투유는 이 방청객이 다르다. 물론 김제동이 좋아서 왔으니 고용된 방청객보다 훨씬 더 자발적으로 웃어줄 준비가 됐다는 점에서 리액션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엠씨 김제동이 다가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방청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리 준비된 게스트처럼 말도 하고, 웃기도 잘한다. 또한 엠씨 김제동을 갖고 놀려고 든다.

다른 유명 연예인과 달리 김제동은 좀 만만해 보이는지 톡투유의 방청객들은 김제동에게 뭔가 주눅 들지 않는 모습들을 보였다. 오죽하면 김제동이 “연예인이 다가오면 좀 쳐다봐요!”라고 화를 내는 모습도 있었다. 이 점이 김제동의 톡투유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이라는 무거운(때로는 살벌한) 경계를 허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예인과 일반 방청객의 관계가 무의미해진 격의 없음은 그대로 시청자에게도 전달된다.

김제동이 자신의 코디 상미 씨 같은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는 말은 그래서 교언영색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진다. 생활시사라는 말보다 상미 같은 토크쇼라는 말이 얼마나 근사한 표현인가 새삼 무릎을 치게 된다. 마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는 평범한 문장이 시가 된 것을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과도 비슷하다. 김제동이 어록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는 이런 평범하고 그래서 더욱 진심이 만져지는 표현들이 좋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요즘 몇 가지의 분노와 근심을 가슴에 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김제동은 그런 우리들에게 대신 화를 내주겠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김제동의 톡투유 정규편성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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